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4호로 지정된 제주 강정동 담팔수
서귀포시 강정천 상류 지역. 숲 안으로 들어가자 높이 12m, 뿌리 둘레만 10.5m에 이르는 '담팔수'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5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제주 강정동 담팔수'입니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인 담팔수는 국내에서 제주도 남부 지역에서만 자생합니다.
잎이 자라며 점차 붉은 빛을 띠다가 나중에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이고, 7월 전후로 흰색 꽃이 피어납니다. 겨울에는 열매가 검푸른 색으로 익는 게 특징입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4호로 지정된 제주 강정동 담팔수
강정동 담팔수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신목(神木)으로 민속적·문화적 가치가 높습니다.
또 국내에서 자생하는 담팔수 가운데 규모가 크고 수형도 매우 독특해 2013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강정동 담팔수는 고사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강정동 담팔수에서 발견된 갈라짐 현상
지난 18일 취재진이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 직원들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나무 곳곳에서 균열과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뿌리는 밖으로 노출된 상태로, 바닥에는 가지나 줄기에 구멍을 내는 천공성 해충으로 인한 톱밥 등도 발견됐습니다.
습한 지형의 영향으로 나무 일부엔 버섯류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제주 강정동 담팔수 뿌리 부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균 감염입니다. 강정동 담팔수에선 4년 전 처음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이 세균에 감염되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나무가 쇠약하지는 '쇠락증(위황병)'을 보이다가 고사합니다.
천연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된 제주 강정동 담팔수 뿌리 부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감염경로와 치료법이 명확지 않아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나무 주사를 주입하고, 썩은 부분에 대한 외과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부식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 주무관은 "뿌리 부분에서 부후(부패)가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상처를 치료하고 방부제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천연기념물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도 고사 위기
고사 위기를 겪고 있는 천연기념물 담팔수는 또 있습니다.
제주 천지연폭포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라는 뜻의 천지연폭포.
이곳에도 국내 유일의 담팔수 자생지인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아열대 식물인 담팔수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으로, 식물분포학상 연구 가치가 높아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과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에 의한 쇠락증 등으로 성목 6그루 가운데 5그루가 이미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절멸 위기에 놓인 겁니다.
천연기념물인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 고사한 담팔수 성목
특히 천지연 자생지는 경쟁 식생 밀도가 매우 높아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지형인 데다, 10cm 이상 되는 담팔수 대부분이 파이토플라스마로 고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곳 일대를 조사한 '천연기념물 난대림 종합학술조사' 용역진이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의 생육과 보존 상태가 매우 약한 '위기 상황'으로 판단한 이유입니다.
천연기념물인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 고사한 담팔수 성목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2022년 이곳 일대 전수 조사를 벌여 어린 담팔수 70여 개체를 확인하고, 성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계유산본부는 덩굴류가 어린 담팔수를 감지 않도록 제거하고, 빛이 잘 들 수 있도록 경쟁 식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 파이토플라스마 균이 진딧물이나 응애, 매미충류 등 흡즙성 해충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방제하는 방법으로 예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담팔수 자생지 인근에 천지연 폭포가 흐르고 있고, 인근 하천이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 서식지인 만큼 전역에 대한 방제가 아닌, 어린 나무를 선별해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에서 발견된 어린 담팔수 치수. 제주도세계유산본 2022년 이곳 일대 전수 조사를 벌여 담팔수 70여 개체를 확인하고, 성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생육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제주 담팔수를 살리기 위해 올해 문화재청 국고보조금 2억 원을 확보해 예방 사업과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희찬 세계유산본부 본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자생하는 담팔수의 고사를 방지하고, 병해충 방제와 생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집중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천연기념물 담팔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촬영기자 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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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 위기’ 천연기념물 제주 담팔수를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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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1-19 14:57:59
서귀포시 강정천 상류 지역. 숲 안으로 들어가자 높이 12m, 뿌리 둘레만 10.5m에 이르는 '담팔수'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5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제주 강정동 담팔수'입니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인 담팔수는 국내에서 제주도 남부 지역에서만 자생합니다.
잎이 자라며 점차 붉은 빛을 띠다가 나중에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이고, 7월 전후로 흰색 꽃이 피어납니다. 겨울에는 열매가 검푸른 색으로 익는 게 특징입니다.
강정동 담팔수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신목(神木)으로 민속적·문화적 가치가 높습니다.
또 국내에서 자생하는 담팔수 가운데 규모가 크고 수형도 매우 독특해 2013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강정동 담팔수는 고사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지난 18일 취재진이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 직원들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나무 곳곳에서 균열과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뿌리는 밖으로 노출된 상태로, 바닥에는 가지나 줄기에 구멍을 내는 천공성 해충으로 인한 톱밥 등도 발견됐습니다.
습한 지형의 영향으로 나무 일부엔 버섯류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균 감염입니다. 강정동 담팔수에선 4년 전 처음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이 세균에 감염되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나무가 쇠약하지는 '쇠락증(위황병)'을 보이다가 고사합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감염경로와 치료법이 명확지 않아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나무 주사를 주입하고, 썩은 부분에 대한 외과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부식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 주무관은 "뿌리 부분에서 부후(부패)가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상처를 치료하고 방부제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천연기념물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도 고사 위기
고사 위기를 겪고 있는 천연기념물 담팔수는 또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라는 뜻의 천지연폭포.
이곳에도 국내 유일의 담팔수 자생지인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아열대 식물인 담팔수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으로, 식물분포학상 연구 가치가 높아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과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에 의한 쇠락증 등으로 성목 6그루 가운데 5그루가 이미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절멸 위기에 놓인 겁니다.
특히 천지연 자생지는 경쟁 식생 밀도가 매우 높아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지형인 데다, 10cm 이상 되는 담팔수 대부분이 파이토플라스마로 고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곳 일대를 조사한 '천연기념물 난대림 종합학술조사' 용역진이 천지연 담팔수 자생지의 생육과 보존 상태가 매우 약한 '위기 상황'으로 판단한 이유입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2022년 이곳 일대 전수 조사를 벌여 어린 담팔수 70여 개체를 확인하고, 성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계유산본부는 덩굴류가 어린 담팔수를 감지 않도록 제거하고, 빛이 잘 들 수 있도록 경쟁 식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 파이토플라스마 균이 진딧물이나 응애, 매미충류 등 흡즙성 해충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방제하는 방법으로 예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담팔수 자생지 인근에 천지연 폭포가 흐르고 있고, 인근 하천이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 서식지인 만큼 전역에 대한 방제가 아닌, 어린 나무를 선별해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제주 담팔수를 살리기 위해 올해 문화재청 국고보조금 2억 원을 확보해 예방 사업과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희찬 세계유산본부 본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자생하는 담팔수의 고사를 방지하고, 병해충 방제와 생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집중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천연기념물 담팔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촬영기자 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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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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