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청년 뭉쳐…예술로 통일 염원

입력 2024.01.20 (08:40) 수정 2024.01.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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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의 청년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분단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있습니다.

전후 세대인 남한의 청년들과 탈북민 청년 예술가들이 만나 예술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데요.

이들은 음악과 춤, 여기에 패션을 접목해 한반도와 한민족을 주제로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듬으며 미래 통일 한국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예술팀 ‘할크’의 ‘평화 프로젝트’를 최효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남북통합문화센터에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역동적인 에너지로 표현된 음악과 춤이 무대를 꽉 채웁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패션 콘서트인데요.

한반도의 사계절을 따라 한민족이 겪었던 전쟁과 분단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통일의 순간을 염원하며 마무리됐습니다.

남북 대치 국면이 계속 되면서 평화와 통일은 막연한 꿈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러한 꿈을 예술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한반도라는 큰 주제로 분단에서 통일에 이르는 평화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남북 청년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겨울 추위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진 남북의 청년들이 공연 연습을 위해 모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무에 앞서 분장부터 실전처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김연주/'할크' 분장가 : "붉은 계열로 한국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의 멋을 살린 예술을 선보이는 이 팀의 이름은 바로, ‘할크’입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HHARK 뜻이 합쳐진 건데요. ‘HH’는 힙한 한반도, ‘ark’는 방주라는 뜻이에요. 두 척의 배가 하나가 된 형태를 방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큰 의미를 느꼈었는데 두 척의 배,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 연합한다, 그래서 평화를 찾는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할크라고 지었습니다."]

팀을 운영하는 이가영 대표가 2008년 남북의 예술가 청년들을 모았고 현재 활동 중인 멤버가 12명입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북한 친구가 5명 있고 나머지가 남한 친구들이에요."]

오늘은 최근 팀원이 된 탈북민 신아 씨와 함께하는 첫 연습 날 입니다.

["오늘 처음이잖아요. 어떠세요?"]

[하신아/프로젝트팀 '할크' 팀원 : "지금 굉장히 떨리고 사실 제가 너무 몸치여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정수영/'할크' 안무가 : "춤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춤은 자신감입니다. 자신감만 있으면 90%는 성공할 수 있어요."]

8년 전 남한에 정착한 신아 씨.

북에서 상상하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로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합니다.

[하신아/'할크' 팀원 : "제가 원래 원하던 꿈이 북한에 있을 때는 무용이었고요. 저희 집안 자체가 출신 성분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할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와서 이렇게 할크를 통해서 꿈을 한번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할크 팀에는 2008년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팀원도 있습니다.

라헬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누구세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언니입니다. 고향이 어디시죠?"]

[최라헬/ 프로젝트팀 '할크' 팀원 : "평안북도 신의주예요. (북에서 오셨군요.)"]

[최라헬/'할크' 팀원 : "성격이 똑같았어요. 성격이 잘 맞아서 그래서 오랫동안 15년 동안 쭉 같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할크의 작품은 춤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겁니다.

[정수영/'할크' 안무가 : "저도 아프고, 손을 뻗어서 같이 포옹을 했다가 다시 밀어내는 느낌 이런 안무가 들어갑니다."]

["남북 갈등을 잘 표현한 것 같고 다시 만나서 화합하는 게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거든요."]

안무가들은 한민족이 당면했던 갈등과, 미래 세대의 과제인 화해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한상희/'할크' 안무가 : "남북에 관련돼서 분단을 표현해야 되니까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곡의 진행에 맞게 기승전결을 나눠야 하니까 그것도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또 하나의 특징은 의상입니다.

할크의 작품에서 사계절은 역사적 순간을 상징합니다.

겨울은 흑백 의상으로 분단 직전의 시간을 표현했고,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는 전쟁으로 갈라진 한민족을 의미합니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정으로 다시 하나 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봄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나타냅니다.

할크를 통해 모인 남북의 예술인들은 한민족의 역사와 감정을 음악과 춤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이 더욱 돋보이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화된 한복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과 음악, 의상 제작을 도맡은 이가영 대표의 작업실입니다.

이 대표는 한복의 전통적인 특징을 살린 의상 제작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이건 여성 한복에서 ‘당의’라고 있어요. 이 형태를 제가 그대로 살려서 라이더 재킷으로 구현해 본 거예요. 그래서 깃은 전통한복은 ‘와이(Y)’자 거든요. 와이자 깃 그대로 살렸고 안감도 전통 한복 원단 그대로 사용했고."]

조선시대 무관의 관복이었던 철릭의 주름을 살린 자켓과 도포 위에 입는 조끼인 ‘다포’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 등을 계절별로 디자인한 겁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이건 제가 여름을 겨냥해서 디자인한 원삼, 홍원삼(입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이 남북 화합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남북한의 공동문화유산이 한복이잖아요. 같이 공유하고 있고 이질감이 없고 저는 남북한이 함께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고 싶었어요."]

음악도 한복에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요.

할크 멤버인 작곡가 정형재 씨의 화두도 한복과 조화를 이루면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곡을 창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형재/'할크' 작곡가 :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담는데 고민을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탄생한 음악 가운데 하나인 ‘소녀와 할머니’입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할머니가 겪었던 외로움과 자신이 걷고 있는 ‘평화의 길’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제가 15년간 이 길을 걸어오면서 저 또한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평화와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계속 심어 주게 되면 우리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한겨울 같은 꽁꽁 얼어버린 겨울 같은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바람이 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훈풍은 꽁꽁 얼어버린 지금의 남북관계 앞에서 미약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한반도의 화창한 봄날을 기다리며 할크는 오늘도 평화의 씨앗을 틔우기 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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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청년 뭉쳐…예술로 통일 염원
    • 입력 2024-01-20 08:40:13
    • 수정2024-01-20 09:43:10
    남북의 창
[앵커]

남북의 청년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분단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있습니다.

전후 세대인 남한의 청년들과 탈북민 청년 예술가들이 만나 예술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데요.

이들은 음악과 춤, 여기에 패션을 접목해 한반도와 한민족을 주제로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듬으며 미래 통일 한국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예술팀 ‘할크’의 ‘평화 프로젝트’를 최효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남북통합문화센터에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역동적인 에너지로 표현된 음악과 춤이 무대를 꽉 채웁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패션 콘서트인데요.

한반도의 사계절을 따라 한민족이 겪었던 전쟁과 분단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통일의 순간을 염원하며 마무리됐습니다.

남북 대치 국면이 계속 되면서 평화와 통일은 막연한 꿈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러한 꿈을 예술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한반도라는 큰 주제로 분단에서 통일에 이르는 평화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남북 청년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겨울 추위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진 남북의 청년들이 공연 연습을 위해 모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무에 앞서 분장부터 실전처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김연주/'할크' 분장가 : "붉은 계열로 한국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의 멋을 살린 예술을 선보이는 이 팀의 이름은 바로, ‘할크’입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HHARK 뜻이 합쳐진 건데요. ‘HH’는 힙한 한반도, ‘ark’는 방주라는 뜻이에요. 두 척의 배가 하나가 된 형태를 방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큰 의미를 느꼈었는데 두 척의 배,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 연합한다, 그래서 평화를 찾는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할크라고 지었습니다."]

팀을 운영하는 이가영 대표가 2008년 남북의 예술가 청년들을 모았고 현재 활동 중인 멤버가 12명입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북한 친구가 5명 있고 나머지가 남한 친구들이에요."]

오늘은 최근 팀원이 된 탈북민 신아 씨와 함께하는 첫 연습 날 입니다.

["오늘 처음이잖아요. 어떠세요?"]

[하신아/프로젝트팀 '할크' 팀원 : "지금 굉장히 떨리고 사실 제가 너무 몸치여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정수영/'할크' 안무가 : "춤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춤은 자신감입니다. 자신감만 있으면 90%는 성공할 수 있어요."]

8년 전 남한에 정착한 신아 씨.

북에서 상상하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로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합니다.

[하신아/'할크' 팀원 : "제가 원래 원하던 꿈이 북한에 있을 때는 무용이었고요. 저희 집안 자체가 출신 성분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할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와서 이렇게 할크를 통해서 꿈을 한번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할크 팀에는 2008년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팀원도 있습니다.

라헬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누구세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언니입니다. 고향이 어디시죠?"]

[최라헬/ 프로젝트팀 '할크' 팀원 : "평안북도 신의주예요. (북에서 오셨군요.)"]

[최라헬/'할크' 팀원 : "성격이 똑같았어요. 성격이 잘 맞아서 그래서 오랫동안 15년 동안 쭉 같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할크의 작품은 춤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겁니다.

[정수영/'할크' 안무가 : "저도 아프고, 손을 뻗어서 같이 포옹을 했다가 다시 밀어내는 느낌 이런 안무가 들어갑니다."]

["남북 갈등을 잘 표현한 것 같고 다시 만나서 화합하는 게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거든요."]

안무가들은 한민족이 당면했던 갈등과, 미래 세대의 과제인 화해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한상희/'할크' 안무가 : "남북에 관련돼서 분단을 표현해야 되니까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곡의 진행에 맞게 기승전결을 나눠야 하니까 그것도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또 하나의 특징은 의상입니다.

할크의 작품에서 사계절은 역사적 순간을 상징합니다.

겨울은 흑백 의상으로 분단 직전의 시간을 표현했고,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는 전쟁으로 갈라진 한민족을 의미합니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정으로 다시 하나 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봄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나타냅니다.

할크를 통해 모인 남북의 예술인들은 한민족의 역사와 감정을 음악과 춤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이 더욱 돋보이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화된 한복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과 음악, 의상 제작을 도맡은 이가영 대표의 작업실입니다.

이 대표는 한복의 전통적인 특징을 살린 의상 제작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이건 여성 한복에서 ‘당의’라고 있어요. 이 형태를 제가 그대로 살려서 라이더 재킷으로 구현해 본 거예요. 그래서 깃은 전통한복은 ‘와이(Y)’자 거든요. 와이자 깃 그대로 살렸고 안감도 전통 한복 원단 그대로 사용했고."]

조선시대 무관의 관복이었던 철릭의 주름을 살린 자켓과 도포 위에 입는 조끼인 ‘다포’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 등을 계절별로 디자인한 겁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이건 제가 여름을 겨냥해서 디자인한 원삼, 홍원삼(입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이 남북 화합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남북한의 공동문화유산이 한복이잖아요. 같이 공유하고 있고 이질감이 없고 저는 남북한이 함께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고 싶었어요."]

음악도 한복에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요.

할크 멤버인 작곡가 정형재 씨의 화두도 한복과 조화를 이루면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곡을 창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형재/'할크' 작곡가 :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담는데 고민을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탄생한 음악 가운데 하나인 ‘소녀와 할머니’입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할머니가 겪었던 외로움과 자신이 걷고 있는 ‘평화의 길’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이가영/'할크' 대표 : "제가 15년간 이 길을 걸어오면서 저 또한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평화와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계속 심어 주게 되면 우리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한겨울 같은 꽁꽁 얼어버린 겨울 같은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바람이 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훈풍은 꽁꽁 얼어버린 지금의 남북관계 앞에서 미약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한반도의 화창한 봄날을 기다리며 할크는 오늘도 평화의 씨앗을 틔우기 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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