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환자 때리고 입에는 박스테이프”…간병인 폭행 원인과 대책은?

입력 2024.01.24 (18:25) 수정 2024.01.2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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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양병원에서의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10대 환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또 다른 간병인은 80대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등 비인간적 처우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병인에 의한 폭행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대책은 없을지, 사회부 신현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먼저 인천에서 있었던 사건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병실 CCTV 영상 함께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간병인이 속옷도 입지 않은 환자의 멱살을 잡고 있는데요.

환자의 머리를 때리더니 화장실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고요.

환자가 주저앉자, 다리를 들어올려 질질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환자는 침대에 내던져졌고 팔과 다리가 모두 묶였습니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19살 환자로, 뇌질환을 갖고 있어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폭행을 한 사람은 이 병원에서 일하는 70대 간병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사건 이후에 병원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기자]

병원은 사건 직후 보고를 받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간병인을 분리하지도 않았고,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요.

간병인을 불러다 앞으로 환자를 이동시킬 때는 휠체어를 사용하도록 하라고 교육 시키는데 그쳤습니다.

취재진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묻자, 환자가 다치지 않았고,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흔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는데요.

병원 측 입장 들어보시죠.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어떤 환자를 폭행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저절로 그때마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그렇게 됐다고 봐요."]

[앵커]

이 병원의 또 다른 간병인이 환자의 입에 테이프 붙이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거동을 하지 못하는 80대 치매 환자의 입에 박스테이프를 붙인 건데요.

사진을 보시면, 환자 입에 테이프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이 환자의 간병인은 자신이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환자가 변을 입에 넣으려고 해 간병인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환자의 가족 입장에선 마음이 아플 거 같은데요.

이렇게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에 의한 폭행이 반복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간병인이 아예 제도권 밖에 있어서 관리 감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간병인들은 대부분 민간 간병인협회에 소속돼 있는데요.

협회에 매달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면 협회가 간병인과 병원을 연계해주고, 간병인은 병원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간병인은 병원 소속 근로자가 아닌 데다, 협회의 관리 감독도 받지 않거든요.

폭언이나 폭행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책임질 주체가 없는 겁니다.

또 코로나19 이후 많은 중국 국적 간병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간병인력도 부족해졌는데요.

사람이 부족하면 자연히 간병인 한 명이 환자 여러 명을 돌보게 되고, 돌봄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놨나요?

[기자]

정부는 다가오는 7월부터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간병인력이 부족한 데다 간병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니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부담을 줄이겠단 건데요.

이때 요양병원 간병인을 관리·감독하는 지침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은 간병인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가 않고 뒤죽박죽인데,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고요.

'간병인은 간호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한다'는 식으로 지도감독 관계도 명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지침인 만큼, 간병의 정의와 간병인의 역할 등을 아예 법에 명시해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네, 신현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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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환자 때리고 입에는 박스테이프”…간병인 폭행 원인과 대책은?
    • 입력 2024-01-24 18:25:05
    • 수정2024-01-24 1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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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양병원에서의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10대 환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또 다른 간병인은 80대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등 비인간적 처우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병인에 의한 폭행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대책은 없을지, 사회부 신현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먼저 인천에서 있었던 사건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병실 CCTV 영상 함께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간병인이 속옷도 입지 않은 환자의 멱살을 잡고 있는데요.

환자의 머리를 때리더니 화장실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고요.

환자가 주저앉자, 다리를 들어올려 질질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환자는 침대에 내던져졌고 팔과 다리가 모두 묶였습니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19살 환자로, 뇌질환을 갖고 있어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폭행을 한 사람은 이 병원에서 일하는 70대 간병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사건 이후에 병원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기자]

병원은 사건 직후 보고를 받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간병인을 분리하지도 않았고,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요.

간병인을 불러다 앞으로 환자를 이동시킬 때는 휠체어를 사용하도록 하라고 교육 시키는데 그쳤습니다.

취재진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묻자, 환자가 다치지 않았고,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흔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는데요.

병원 측 입장 들어보시죠.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어떤 환자를 폭행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저절로 그때마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그렇게 됐다고 봐요."]

[앵커]

이 병원의 또 다른 간병인이 환자의 입에 테이프 붙이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거동을 하지 못하는 80대 치매 환자의 입에 박스테이프를 붙인 건데요.

사진을 보시면, 환자 입에 테이프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이 환자의 간병인은 자신이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환자가 변을 입에 넣으려고 해 간병인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환자의 가족 입장에선 마음이 아플 거 같은데요.

이렇게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에 의한 폭행이 반복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간병인이 아예 제도권 밖에 있어서 관리 감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간병인들은 대부분 민간 간병인협회에 소속돼 있는데요.

협회에 매달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면 협회가 간병인과 병원을 연계해주고, 간병인은 병원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간병인은 병원 소속 근로자가 아닌 데다, 협회의 관리 감독도 받지 않거든요.

폭언이나 폭행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책임질 주체가 없는 겁니다.

또 코로나19 이후 많은 중국 국적 간병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간병인력도 부족해졌는데요.

사람이 부족하면 자연히 간병인 한 명이 환자 여러 명을 돌보게 되고, 돌봄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놨나요?

[기자]

정부는 다가오는 7월부터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간병인력이 부족한 데다 간병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니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부담을 줄이겠단 건데요.

이때 요양병원 간병인을 관리·감독하는 지침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은 간병인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가 않고 뒤죽박죽인데,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고요.

'간병인은 간호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한다'는 식으로 지도감독 관계도 명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지침인 만큼, 간병의 정의와 간병인의 역할 등을 아예 법에 명시해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네, 신현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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