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바다…“바다에서 꿈을, 어촌은 활력을”

입력 2024.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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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어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45년이면 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져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결국 사람이, 특히 청년이 어촌을 향하는 겁니다.
청년의 시각으로 어업의 다각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고, 어촌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도전과 기회를 찾는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항경남 거제시 구조라항

■ 호기심에 찾은 해녀학교에서 꿈을 발견하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항. 39살 양승현 씨가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를 기다립니다.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해녀들이 갓 딴 싱싱한 돌멍게와 바위굴을 트럭으로 옮겨 싣습니다.
양 씨는 수산물 유통업체 CEO입니다.

10년 동안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설계 업무를 하던 양 씨.
평소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프리 다이빙 같은 바다 레저가 취미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해녀들의 물질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호기심으로 해녀학교에 등록했습니다.

거제에는 물질 기술을 전수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해녀학교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해녀를 체험하려, 혹은 직업으로 삼으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학기 3개월,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해녀학교에 동기생 24명과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물질과 물질 장비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계승이 끊기고 있는 해녀 문화에 대한 교육이 중심이 됐습니다.

양 씨는 해녀학교에서 해녀가 아닌 다른 꿈을 찾았습니다.
해녀들이 조업한 질 좋은 해산물들이 생각보다 팔 곳이 적다는 데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겁니다.
해녀들이 그날그날 조업한 해산물을 팔 곳은 주변 시장이나 식당뿐이었습니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 해산물을 잡아 팔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던 해녀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해녀가 조업한 수산물을 트럭에 싣는 양승현 씨해녀가 조업한 수산물을 트럭에 싣는 양승현 씨

■ 해녀가 잡은 해산물 유통 '연 매출 70억 원 달성'

양 씨는 해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산물 유통회사를 차렸습니다.
함께 졸업한 해녀학교 동창생 4명과 함께였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양 씨의 회사가 내세운 강점은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의 신선함'이었습니다.
육류 포장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공 상태를 변형한 해산물 전용 배송 포장법을 개발했습니다.
상하기 쉬운 해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집 앞까지 배송하자,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거제에서 활동하는 해녀 150여 명이 계절과 날씨에 맞춰 잡는 해산물을 직거래로 받아, 전국에 유통했습니다.
입소문은 대기업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유명 식품회사를 통해 대형 마트에도 납품했습니다.
냉동 어류는 미국으로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양 씨의 회사는 해녀가 조업한 해산물 말고도 어부들이 잡은 어류, 양식 어패류도 함께 유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다양한 해산물을 한 번의 주문과 배송으로 받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창업 4년 만에 연 매출 7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남해군 상주면 앞바다남해군 상주면 앞바다

■ 자영업에 염증 느껴 어부 도전 "땀 흘린 만큼 수확 얻고 싶어"

거제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경남 남해군 앞바다에는 42살 박기성 씨가 있습니다.
지금은 제철 맞은 물메기 조업이 한창입니다.

박 씨는 경북 포항에서 자영업을 했습니다.
불경기에 오르는 인건비와 물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한 만큼 수확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일차 산업, 그 가운데서도 어업에 도전한 이유입니다.

마침 정부 지원사업이 많았습니다.
남해군의 빈집 지원 사업을 통해 살 곳을 구했습니다.
어업에 첫발을 담그는 청년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밑천입니다.
어선 한 척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이 역시 지원 사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 달 300만 원의 어선 임대비용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물메기 조업을 하는 박기성 씨물메기 조업을 하는 박기성 씨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청년에게 어선 임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매칭 시스템을 제공해 어업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선주를 연결해주는 사업입니다.
청년들에게는 어선 임대 비용을 지원하고, 고령의 선주에게는 노후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지난해까지 시범 사업으로 18명의 어업인을 양성했고, 올해 15명 이상의 신규 청년 어업인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어부가 된 지 불과 두 달. 초보 어부지만 포부는 큽니다. 우선 어부라는 옷에 맞는 실력을 갖추게 되면,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유통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SNS와 온라인을 통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줄고 있는 어민 인구줄고 있는 어민 인구

■ "어민 인구도 절벽"…무너지고 있는 어촌

국내 어업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통계청 농림어업 조사에 따르면 2010년 17만 명이던 어업 인구는 2022년 9만 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10만 명 선이 무너진 겁니다.
1970년대 어업 인구가 110만 명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감소세입니다.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어업인 가운데 65살이 넘는 고령 인구는 44.2%로 10년 새 15%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2045년 전국 어촌마을 공동체의 80% 이상이 붕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 청년이 어촌에 전한 희망…디지털 마케팅 도입·공동체 활성화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어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그 자체로 침체한 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양동욱 한국수산자원공단 디지털어업관리과장은 청년 유입은 어촌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이 가진 새로운 관점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의 영업 방식에 변화를 주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청년이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 귀어 인구는 2017년 991명에서 2022년 천216명으로 점차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잠재적 귀어 희망자를 39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제2차 귀어귀촌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웠습니다.
성인들의 어촌 살아보기, 청소년과 대학생의 어촌체험·어촌 단기유학, 도시민의 어촌 투자 확대 등의 대책이 담겼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춰 해역별, 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촬영기자: 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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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과 바다…“바다에서 꿈을, 어촌은 활력을”
    • 입력 2024-02-14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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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어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45년이면 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져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결국 사람이, 특히 청년이 어촌을 향하는 겁니다.
청년의 시각으로 어업의 다각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고, 어촌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도전과 기회를 찾는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항
■ 호기심에 찾은 해녀학교에서 꿈을 발견하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항. 39살 양승현 씨가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를 기다립니다.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해녀들이 갓 딴 싱싱한 돌멍게와 바위굴을 트럭으로 옮겨 싣습니다.
양 씨는 수산물 유통업체 CEO입니다.

10년 동안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설계 업무를 하던 양 씨.
평소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프리 다이빙 같은 바다 레저가 취미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해녀들의 물질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호기심으로 해녀학교에 등록했습니다.

거제에는 물질 기술을 전수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해녀학교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해녀를 체험하려, 혹은 직업으로 삼으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학기 3개월,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해녀학교에 동기생 24명과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물질과 물질 장비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계승이 끊기고 있는 해녀 문화에 대한 교육이 중심이 됐습니다.

양 씨는 해녀학교에서 해녀가 아닌 다른 꿈을 찾았습니다.
해녀들이 조업한 질 좋은 해산물들이 생각보다 팔 곳이 적다는 데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겁니다.
해녀들이 그날그날 조업한 해산물을 팔 곳은 주변 시장이나 식당뿐이었습니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 해산물을 잡아 팔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던 해녀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해녀가 조업한 수산물을 트럭에 싣는 양승현 씨
■ 해녀가 잡은 해산물 유통 '연 매출 70억 원 달성'

양 씨는 해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산물 유통회사를 차렸습니다.
함께 졸업한 해녀학교 동창생 4명과 함께였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양 씨의 회사가 내세운 강점은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의 신선함'이었습니다.
육류 포장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공 상태를 변형한 해산물 전용 배송 포장법을 개발했습니다.
상하기 쉬운 해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집 앞까지 배송하자,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거제에서 활동하는 해녀 150여 명이 계절과 날씨에 맞춰 잡는 해산물을 직거래로 받아, 전국에 유통했습니다.
입소문은 대기업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유명 식품회사를 통해 대형 마트에도 납품했습니다.
냉동 어류는 미국으로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양 씨의 회사는 해녀가 조업한 해산물 말고도 어부들이 잡은 어류, 양식 어패류도 함께 유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다양한 해산물을 한 번의 주문과 배송으로 받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창업 4년 만에 연 매출 7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남해군 상주면 앞바다
■ 자영업에 염증 느껴 어부 도전 "땀 흘린 만큼 수확 얻고 싶어"

거제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경남 남해군 앞바다에는 42살 박기성 씨가 있습니다.
지금은 제철 맞은 물메기 조업이 한창입니다.

박 씨는 경북 포항에서 자영업을 했습니다.
불경기에 오르는 인건비와 물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한 만큼 수확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일차 산업, 그 가운데서도 어업에 도전한 이유입니다.

마침 정부 지원사업이 많았습니다.
남해군의 빈집 지원 사업을 통해 살 곳을 구했습니다.
어업에 첫발을 담그는 청년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밑천입니다.
어선 한 척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이 역시 지원 사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 달 300만 원의 어선 임대비용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물메기 조업을 하는 박기성 씨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청년에게 어선 임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매칭 시스템을 제공해 어업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선주를 연결해주는 사업입니다.
청년들에게는 어선 임대 비용을 지원하고, 고령의 선주에게는 노후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지난해까지 시범 사업으로 18명의 어업인을 양성했고, 올해 15명 이상의 신규 청년 어업인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어부가 된 지 불과 두 달. 초보 어부지만 포부는 큽니다. 우선 어부라는 옷에 맞는 실력을 갖추게 되면,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유통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SNS와 온라인을 통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줄고 있는 어민 인구
■ "어민 인구도 절벽"…무너지고 있는 어촌

국내 어업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통계청 농림어업 조사에 따르면 2010년 17만 명이던 어업 인구는 2022년 9만 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10만 명 선이 무너진 겁니다.
1970년대 어업 인구가 110만 명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감소세입니다.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어업인 가운데 65살이 넘는 고령 인구는 44.2%로 10년 새 15%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2045년 전국 어촌마을 공동체의 80% 이상이 붕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 청년이 어촌에 전한 희망…디지털 마케팅 도입·공동체 활성화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어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그 자체로 침체한 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양동욱 한국수산자원공단 디지털어업관리과장은 청년 유입은 어촌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이 가진 새로운 관점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의 영업 방식에 변화를 주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청년이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 귀어 인구는 2017년 991명에서 2022년 천216명으로 점차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잠재적 귀어 희망자를 39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제2차 귀어귀촌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웠습니다.
성인들의 어촌 살아보기, 청소년과 대학생의 어촌체험·어촌 단기유학, 도시민의 어촌 투자 확대 등의 대책이 담겼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춰 해역별, 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촬영기자: 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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