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동반 안락사…‘죽음 선택권’ 우리나라에선? [뉴스in뉴스]

입력 2024.02.14 (12:40) 수정 2024.02.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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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행복한 죽음'이란 게 있을까요.

며칠 전 네덜란드의 전직 총리 부부가 안락사로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최근 이런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관련 법이 발의돼 있지만,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상황인데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 박현진 해설위원과 살펴보겠습니다.

부부가 함께 안락사를 선택한 경우는 많이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네덜란드 전직 총리부부라고요.

[기자]

네, 판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인데요.

지난 5일, 부인과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올해 그의 나이가 아흔셋이었는데요.

2019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 생활을 해왔고요.

부인 역시 건강이 아주 안 좋았다고 합니다.

판 아흐트 총리는 1958년에 결혼한 뒤 66년 동안 아내를 늘 '나의 여인'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인생의 마지막 길도 같이 했습니다.

[앵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 특히 부부 동반 안락사가 허용되나 보죠?

[기자]

네, 다만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는데요.

환자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고, 치료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그리고 의사 2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서 본인의 의지로 신청했을 때, 심사를 거쳐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부부 동반 안락사는 2020년에 처음으로 보고됐는데요.

2022년에 스물아홉 쌍이 선택하는 등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안락사, 라고 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네, 안락사는 죽음을 선택한 환자에게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고요.

우리나라가 허용하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은 말 그대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같은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한 의학적 시술을 하지 않는 거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건데요.

지난 2018년에 관련 법이 시행돼서요.

이후 연명의료 중단을 실제로 이행한 게 33만 건이 넘습니다.

연명의료 중단은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의향서를 등록해 놓을 수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220만 명 가까이가 신청했습니다.

[앵커]

그럼 의료진이 환자의 죽음에 적극 개입하는 안락사의 경우, 허용하고 있는 나라가 많습니까?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네덜란드와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고요.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에서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죽음의 과정을 의사가 실행하느냐, 아니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실행하느냐에 따라 그 허용 범위가 조금씩 다른데요.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이런 적극적, 소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존엄한 죽음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돼 있긴 한데 논의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탭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2022년에 국내 최초로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는데요.

의사가 준비해준 약물로 환자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고통을 참기 어려운 말기 환자가 스스로 희망할 경우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고요.

심사위원회 심사도 거치도록 했습니다.

이 법안 발의 당시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 뒤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앵커]

지난해 말에는 한 환자가 관련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죠?

[기자]

네, 60대 척수염 환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요.

하반신 마비와 극도의 통증이 있어 의사 조력을 통한 존엄사를 원하는데, 관련 법이 없다,

이게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에 위배된다,는 게 청구의 이윱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헌법소원이 접수됐었는데, 그때는 헌재에서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가 없다면서 바로 각하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헌재가 이 사안을 정식 심판하기로 했습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한 번 다뤄보겠다는 겁니다.

[앵커]

법적인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윤리적인 논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인데, 우리나라 국민들 인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국민의 70-80%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존엄사, 안락사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 존엄사를 입법화하는데 찬성했는데요.

반면 관련 법안에 대해 정부는 "국가의 생명 존중 의무와 상충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고요.

의사협회도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또 안락사 허용 문제에 앞서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제도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앵커]

찬반이 여전히 명확한데,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 앞으로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죠.

또 기대 수명은 늘었지만 건강 수명은 그만큼 늘지 못해서 병을 앓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거든요.

당연히 환자 자신의 고통, 가족들의 돌봄 부담 같은 문제가 커지고 있고요.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안락사 허용 요구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긴데요.

다만 이 문제는 그 무엇보다 신중하게 논의돼야 하고,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지금은 일단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호스피스나 연명치료 등을 포함해 말기 환자를 위한 사회, 경제적 지원을 어떻게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요.

동시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폭넓은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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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가 동반 안락사…‘죽음 선택권’ 우리나라에선? [뉴스in뉴스]
    • 입력 2024-02-14 12:40:21
    • 수정2024-02-14 13: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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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행복한 죽음'이란 게 있을까요.

며칠 전 네덜란드의 전직 총리 부부가 안락사로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최근 이런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관련 법이 발의돼 있지만,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상황인데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 박현진 해설위원과 살펴보겠습니다.

부부가 함께 안락사를 선택한 경우는 많이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네덜란드 전직 총리부부라고요.

[기자]

네, 판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인데요.

지난 5일, 부인과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올해 그의 나이가 아흔셋이었는데요.

2019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 생활을 해왔고요.

부인 역시 건강이 아주 안 좋았다고 합니다.

판 아흐트 총리는 1958년에 결혼한 뒤 66년 동안 아내를 늘 '나의 여인'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인생의 마지막 길도 같이 했습니다.

[앵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 특히 부부 동반 안락사가 허용되나 보죠?

[기자]

네, 다만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는데요.

환자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고, 치료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그리고 의사 2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서 본인의 의지로 신청했을 때, 심사를 거쳐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부부 동반 안락사는 2020년에 처음으로 보고됐는데요.

2022년에 스물아홉 쌍이 선택하는 등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안락사, 라고 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네, 안락사는 죽음을 선택한 환자에게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고요.

우리나라가 허용하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은 말 그대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같은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한 의학적 시술을 하지 않는 거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건데요.

지난 2018년에 관련 법이 시행돼서요.

이후 연명의료 중단을 실제로 이행한 게 33만 건이 넘습니다.

연명의료 중단은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의향서를 등록해 놓을 수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220만 명 가까이가 신청했습니다.

[앵커]

그럼 의료진이 환자의 죽음에 적극 개입하는 안락사의 경우, 허용하고 있는 나라가 많습니까?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네덜란드와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고요.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에서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죽음의 과정을 의사가 실행하느냐, 아니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실행하느냐에 따라 그 허용 범위가 조금씩 다른데요.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이런 적극적, 소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존엄한 죽음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돼 있긴 한데 논의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탭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2022년에 국내 최초로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는데요.

의사가 준비해준 약물로 환자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고통을 참기 어려운 말기 환자가 스스로 희망할 경우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고요.

심사위원회 심사도 거치도록 했습니다.

이 법안 발의 당시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 뒤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앵커]

지난해 말에는 한 환자가 관련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죠?

[기자]

네, 60대 척수염 환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요.

하반신 마비와 극도의 통증이 있어 의사 조력을 통한 존엄사를 원하는데, 관련 법이 없다,

이게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에 위배된다,는 게 청구의 이윱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헌법소원이 접수됐었는데, 그때는 헌재에서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가 없다면서 바로 각하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헌재가 이 사안을 정식 심판하기로 했습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한 번 다뤄보겠다는 겁니다.

[앵커]

법적인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윤리적인 논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인데, 우리나라 국민들 인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국민의 70-80%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존엄사, 안락사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 존엄사를 입법화하는데 찬성했는데요.

반면 관련 법안에 대해 정부는 "국가의 생명 존중 의무와 상충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고요.

의사협회도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또 안락사 허용 문제에 앞서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제도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앵커]

찬반이 여전히 명확한데,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 앞으로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죠.

또 기대 수명은 늘었지만 건강 수명은 그만큼 늘지 못해서 병을 앓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거든요.

당연히 환자 자신의 고통, 가족들의 돌봄 부담 같은 문제가 커지고 있고요.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안락사 허용 요구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긴데요.

다만 이 문제는 그 무엇보다 신중하게 논의돼야 하고,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지금은 일단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호스피스나 연명치료 등을 포함해 말기 환자를 위한 사회, 경제적 지원을 어떻게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요.

동시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폭넓은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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