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서울시의 기막힌 쪽방 구별법? “쪽방이라고 다 같은 쪽방 아니다”

입력 2024.02.21 (12:53) 수정 2024.02.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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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쪽방촌 주민들은 추운 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비슷한 환경의 쪽방에 살아도 복지 지원 대상이 되지 못 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복지 사각지대가 된 쪽방촌의 사정을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두운 복도에 줄지어 서 있는 문들.

방 안으로 들어서면 이부자리 하나 겨우 깔 정도의 좁은 공간이 나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엔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한데, 쪽방촌에 살아도 누구는 지원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엌도 화장실도 아홉 세대가 함께 쓰는 쪽방촌입니다.

매달 지자체가 지원하는 식비와 생필품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A 씨/쪽방 주민 : "'온기 창고'에서 다 가져온 거예요. 이거. 참치, 햄, 고추장..."]

살고 있는 방이 지자체로부터 쪽방으로 인정받는 경우엔 '쪽방 상담소' 회원으로 등록돼 여러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끼 밥을 제공받고, 한 달에 십만 원어치 생필품을 무료로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엔 어떠한 혜택도 누릴 수 없습니다.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또 다른 건물은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두 곳 모두 공용으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 하고, 방은 1인 최저 주거 면적인 14제곱미터, 약 4.2평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방이 창문도 없고, 방 크기는 한 평도 채 안 되는 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B 씨/쪽방촌 주민 : "(쪽방으로 지정되면) 추위 대피소나 무더위 쉼터나 목욕탕 카드도 나눠 주는 거 같은데 그게 아예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환경도 더 열악하고, 구조까지 비슷한데 왜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했을까요.

서울시는 2014년부터 쪽방을 추가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쪽방을 추가 지정하는 자체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2014년까지 지어진 쪽방촌의 방들만 복지 대상으로 삼겠다는 건데,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쪽방 지정 주민들은 환경이 보다 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기도록 지원받는 주거 상향 대상이 되지만 사각지대 쪽방 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도 지원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B 씨/쪽방촌 주민 : "(돈이) 거의 모자라죠. 삼시 세끼 차려 먹을 순 없고. 밥은 한 끼라도 먹어야 되니까."]

전국 쪽방촌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가구는 5천 4백여 가구지만, 실제 주거실태조사에서 자신의 거처를 쪽방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7만 8천여 가구로 지원 대상보다 14배 더 많았습니다.

지원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준희/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 "(쪽방으로) 지정된 곳을 기준으로 그 수준에 준하면 이제 지정을 해 주는 게 맞는 거죠. (쪽방) 지원 대상을 좀 확대하는 게 필요한 거죠."]

근본적으로는 쪽방 외에도 고시원,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주거 상향 정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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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21 13:42:27
    뉴스 12
[앵커]

쪽방촌 주민들은 추운 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비슷한 환경의 쪽방에 살아도 복지 지원 대상이 되지 못 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복지 사각지대가 된 쪽방촌의 사정을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두운 복도에 줄지어 서 있는 문들.

방 안으로 들어서면 이부자리 하나 겨우 깔 정도의 좁은 공간이 나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엔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한데, 쪽방촌에 살아도 누구는 지원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엌도 화장실도 아홉 세대가 함께 쓰는 쪽방촌입니다.

매달 지자체가 지원하는 식비와 생필품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A 씨/쪽방 주민 : "'온기 창고'에서 다 가져온 거예요. 이거. 참치, 햄, 고추장..."]

살고 있는 방이 지자체로부터 쪽방으로 인정받는 경우엔 '쪽방 상담소' 회원으로 등록돼 여러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끼 밥을 제공받고, 한 달에 십만 원어치 생필품을 무료로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엔 어떠한 혜택도 누릴 수 없습니다.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또 다른 건물은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두 곳 모두 공용으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 하고, 방은 1인 최저 주거 면적인 14제곱미터, 약 4.2평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방이 창문도 없고, 방 크기는 한 평도 채 안 되는 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B 씨/쪽방촌 주민 : "(쪽방으로 지정되면) 추위 대피소나 무더위 쉼터나 목욕탕 카드도 나눠 주는 거 같은데 그게 아예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환경도 더 열악하고, 구조까지 비슷한데 왜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했을까요.

서울시는 2014년부터 쪽방을 추가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쪽방을 추가 지정하는 자체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2014년까지 지어진 쪽방촌의 방들만 복지 대상으로 삼겠다는 건데,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쪽방 지정 주민들은 환경이 보다 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기도록 지원받는 주거 상향 대상이 되지만 사각지대 쪽방 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도 지원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B 씨/쪽방촌 주민 : "(돈이) 거의 모자라죠. 삼시 세끼 차려 먹을 순 없고. 밥은 한 끼라도 먹어야 되니까."]

전국 쪽방촌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가구는 5천 4백여 가구지만, 실제 주거실태조사에서 자신의 거처를 쪽방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7만 8천여 가구로 지원 대상보다 14배 더 많았습니다.

지원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준희/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 "(쪽방으로) 지정된 곳을 기준으로 그 수준에 준하면 이제 지정을 해 주는 게 맞는 거죠. (쪽방) 지원 대상을 좀 확대하는 게 필요한 거죠."]

근본적으로는 쪽방 외에도 고시원,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주거 상향 정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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