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반복되는 1100도로 마비사태, 대책 없나?

입력 2024.02.21 (19:12) 수정 2024.02.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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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00도로 마비 사태와 관련한 기획 뉴스를 이달 초에 연속으로 보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설경 시즌만 되면 마비되는 1100도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요.

매년 반복되는데, 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기자]

두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라는 점이죠.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았겠죠.

그렇지만 겨울이나 가을, 그 중에도 며칠 동안에만 나타나는 문제이다 보니, 그때만 요란하다가 금방 잊혀지는 겁니다.

둘째, 다양한 기관과 부서가 연관된 문제라는 점이죠.

한라산국립공원을 비롯해, 대중교통, 관광정책, 도로관리, 더 나아가 도시계획과 예산 부서, 여기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까지 연관돼 있죠.

모두의 문제이다 보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고 책임지는 부서는 없기에 해법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군요.

일시적 문제라면 그때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법합니다만?

[기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방치하기엔 우리 스스로 한라산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100도로 마비 사태를 계기로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고품질의 탐방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그럼 대안을 검토해보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도에서 내놓은 거의 유일한 대안은 설경버스 투입입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대안으로 대중교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짚어볼 수 있는데요.

첫째, 승용차를 제한하지 않은 채 버스를 추가로 투입 하다 보니 교통 흐름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한쪽 갓길에만 불법주차해도 버스가 마주칠 때는 물론, 승용차와도 교차 운행이 힘들어 집니다.

두 번째 한계는, 서비스 품질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설경버스라고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죠?

하지만 추가 투입되는 버스 역시 일반 노선 버스입니다.

한라산의 매력을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배차 간격마저 길다 보니,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나 다름 없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타는 경우도 많은데, 설경버스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돕니다.

[앵커]

얘기를 종합해보면 승용차 진입을 제한하고, 고품질의 대중교통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기자]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1100도로는 다른 도로와 달리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관광도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죠.

이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승용차 진입을 줄여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국도였던 1100도로는 특별자치도 이후 지방도로 바뀌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관리 권한이 국가에서 지방정부로 바뀌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한 도로 관리 정책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진입하는 승용차 숫자를 제한하거나, 내연기관 차량을 금지한다거나, 다양한 대안이 있을 텐데, 최종적으로는 친환경 대중교통만 다니는 도로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하려면 도로 입구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한라산 탐방을 해야 한다는 건데, 환승센터와 같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장기적 목표를 감안한다면 그렇습니다.

올해부터 10년간 적용하는 한라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이 조만간 수립되는데요.

이런 법정계획에 관련 내용을 담아 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100도로 입구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전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탐방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한라산의 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도로개발로 인해 어떨 때는 한라산이 동네 뒷산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1100도로 입구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이동하는 시점부터 한라산을 느끼며 탐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시급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런 시대에 제주를 생태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런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탄소 배출 없는 생태도로를 꼽을 수 있는데요.

내연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2층 전기버스나 온라인 전기차, 트램 등 대안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투입하는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탄소 제로 도로'를 1100도로에서 구현해보자는 겁니다.

제주에서는 지금 돌고래에게도 법인격을 주자는 생태법인 논의를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의식을 한라산에도 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겁니다.

[앵커]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 차곡차곡 시행한다면 그런 날이 더 일찍 올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친절한 k는 여기서 마무리하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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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반복되는 1100도로 마비사태, 대책 없나?
    • 입력 2024-02-21 19:12:54
    • 수정2024-02-21 20:21:21
    뉴스7(제주)
[앵커]

1100도로 마비 사태와 관련한 기획 뉴스를 이달 초에 연속으로 보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설경 시즌만 되면 마비되는 1100도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요.

매년 반복되는데, 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기자]

두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라는 점이죠.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았겠죠.

그렇지만 겨울이나 가을, 그 중에도 며칠 동안에만 나타나는 문제이다 보니, 그때만 요란하다가 금방 잊혀지는 겁니다.

둘째, 다양한 기관과 부서가 연관된 문제라는 점이죠.

한라산국립공원을 비롯해, 대중교통, 관광정책, 도로관리, 더 나아가 도시계획과 예산 부서, 여기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까지 연관돼 있죠.

모두의 문제이다 보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고 책임지는 부서는 없기에 해법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군요.

일시적 문제라면 그때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법합니다만?

[기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방치하기엔 우리 스스로 한라산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100도로 마비 사태를 계기로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고품질의 탐방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그럼 대안을 검토해보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도에서 내놓은 거의 유일한 대안은 설경버스 투입입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대안으로 대중교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짚어볼 수 있는데요.

첫째, 승용차를 제한하지 않은 채 버스를 추가로 투입 하다 보니 교통 흐름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한쪽 갓길에만 불법주차해도 버스가 마주칠 때는 물론, 승용차와도 교차 운행이 힘들어 집니다.

두 번째 한계는, 서비스 품질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설경버스라고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죠?

하지만 추가 투입되는 버스 역시 일반 노선 버스입니다.

한라산의 매력을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배차 간격마저 길다 보니,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나 다름 없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타는 경우도 많은데, 설경버스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돕니다.

[앵커]

얘기를 종합해보면 승용차 진입을 제한하고, 고품질의 대중교통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기자]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1100도로는 다른 도로와 달리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관광도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죠.

이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승용차 진입을 줄여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국도였던 1100도로는 특별자치도 이후 지방도로 바뀌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관리 권한이 국가에서 지방정부로 바뀌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한 도로 관리 정책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진입하는 승용차 숫자를 제한하거나, 내연기관 차량을 금지한다거나, 다양한 대안이 있을 텐데, 최종적으로는 친환경 대중교통만 다니는 도로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하려면 도로 입구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한라산 탐방을 해야 한다는 건데, 환승센터와 같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장기적 목표를 감안한다면 그렇습니다.

올해부터 10년간 적용하는 한라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이 조만간 수립되는데요.

이런 법정계획에 관련 내용을 담아 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100도로 입구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전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탐방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한라산의 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도로개발로 인해 어떨 때는 한라산이 동네 뒷산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1100도로 입구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이동하는 시점부터 한라산을 느끼며 탐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시급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런 시대에 제주를 생태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런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탄소 배출 없는 생태도로를 꼽을 수 있는데요.

내연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2층 전기버스나 온라인 전기차, 트램 등 대안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투입하는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탄소 제로 도로'를 1100도로에서 구현해보자는 겁니다.

제주에서는 지금 돌고래에게도 법인격을 주자는 생태법인 논의를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의식을 한라산에도 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겁니다.

[앵커]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 차곡차곡 시행한다면 그런 날이 더 일찍 올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친절한 k는 여기서 마무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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