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2살 손녀 감금하고 할머니는 2박 3일 놀이공원에…

입력 2024.02.21 (20:48) 수정 2024.02.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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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서 2살 난 손녀를 집에 혼자 두고 2박 3일 동안 놀이공원에 다녀온 할머니가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손녀는 끝내 숨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손자, 손녀를 대신 돌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은데 양육 스트레스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할머니가 여행을 떠나면서 2살 손녀를 감금해, 일본 열도가 경악했던 사건이 있었죠.

최근 판결이 났다면서요?

[기자]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가 손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47살 오노 아유미에 대해 징역 9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오노는 2살 된 손녀 유하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밝혔었는데요.

[NHK 뉴스 : "오사카 돈다바야시시에서 오노 유하(당시 2살) 양이 판자로 둘러싸인 울타리에 방치돼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에 일어났습니다.

오노는 당시 2살이었던 손녀를 집에 감금한 채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뒤 자신의 남자친구, 또, 그 남자친구 사이에 낳은 어린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2박 3일간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그동안 손녀는 물과 식사 없이 홀로 방치됐고, 더위에 노출돼 결국,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판결문에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일상적 학대가 있었고 몸에 압박 자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난 1년 반 동안 이 사건으로 일본 전체가 떠들썩했습니다.

일상적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면, 사건 발생 이전에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단 얘기 아닐까요.

[기자]

일본 현지 언론도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오노는 처음부터 손녀를 돌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양육을 거절했지만 이혼한 아들이 자신의 딸을 오노에게 맡긴 건데요.

2020년 6월에는 손녀가 욕실에서 익사할 뻔한 응급상황이 있어서 아동상담사가 집까지 방문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합니다.

양육에 한계를 느낀 오노는 지방자치단체에 도움도 청했습니다.

시설에 맡길 수 있는지 물어본 겁니다.

그런데 당시 담당자가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해 하는 수 없이 손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아동학대 정황도 있었고 본인도 도움을 호소했던 건데, 좀 더 살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후 점점 손녀를 방치하게 됐고, 사건 한 달 전부터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주 놀러 가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사망 아동의 아버지는 육아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일본에서 조부모의 손주 양육, 이른바 황혼 육아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면서요?

[기자]

일본에서 양육하고 있던 손주를 조부모가 학대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는 예순여섯의 할머니가 4살 손자를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손자를 차에 태워 도로에 있는 표지판을 들이받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지바현에서는 이혼한 50대 아들이 70대 어머니에게 자폐 스펙트럼인 아들을 맡겼는데, 이 할머니가 손자를 살해하려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육아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고, 아들은 근무시간이 불규칙해서 아이를 돌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 후쿠이현에서는 손녀와 단둘이 지내던 80대 할아버지가 고등학생 손녀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고 있던 손녀를 할아버지가 살해한 사건으로 당시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줬는데요.

특히 이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어서 치매 증상의 경중에도 관심이 쏟아졌는데, 결국 4년 6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같은 사건 대부분은 조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어쩔 수 없이 양육을 떠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대로 키워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10대 손주가 살해하는 경우도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손주 피로'라는 단어까지 나왔다고 하죠.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초고령 사회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자식들을 다 키운 뒤에도 손주까지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평생에 걸쳐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리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손주 피로'라는 단어가 나오기까지 한 이유인데요.

일본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에 조부모까지 포함 시키고, 출근할 때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손주와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만 몰려 있는 육아의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도 장려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이 65세 이상인 건데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내년에 20%를 차지할 전망이고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의 '손주 피로'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우리도 참고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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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20:48:39
    • 수정2024-02-21 20: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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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살 난 손녀를 집에 혼자 두고 2박 3일 동안 놀이공원에 다녀온 할머니가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손녀는 끝내 숨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손자, 손녀를 대신 돌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은데 양육 스트레스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할머니가 여행을 떠나면서 2살 손녀를 감금해, 일본 열도가 경악했던 사건이 있었죠.

최근 판결이 났다면서요?

[기자]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가 손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47살 오노 아유미에 대해 징역 9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오노는 2살 된 손녀 유하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밝혔었는데요.

[NHK 뉴스 : "오사카 돈다바야시시에서 오노 유하(당시 2살) 양이 판자로 둘러싸인 울타리에 방치돼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에 일어났습니다.

오노는 당시 2살이었던 손녀를 집에 감금한 채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뒤 자신의 남자친구, 또, 그 남자친구 사이에 낳은 어린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2박 3일간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그동안 손녀는 물과 식사 없이 홀로 방치됐고, 더위에 노출돼 결국,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판결문에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일상적 학대가 있었고 몸에 압박 자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난 1년 반 동안 이 사건으로 일본 전체가 떠들썩했습니다.

일상적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면, 사건 발생 이전에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단 얘기 아닐까요.

[기자]

일본 현지 언론도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오노는 처음부터 손녀를 돌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양육을 거절했지만 이혼한 아들이 자신의 딸을 오노에게 맡긴 건데요.

2020년 6월에는 손녀가 욕실에서 익사할 뻔한 응급상황이 있어서 아동상담사가 집까지 방문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합니다.

양육에 한계를 느낀 오노는 지방자치단체에 도움도 청했습니다.

시설에 맡길 수 있는지 물어본 겁니다.

그런데 당시 담당자가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해 하는 수 없이 손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아동학대 정황도 있었고 본인도 도움을 호소했던 건데, 좀 더 살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후 점점 손녀를 방치하게 됐고, 사건 한 달 전부터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주 놀러 가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사망 아동의 아버지는 육아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일본에서 조부모의 손주 양육, 이른바 황혼 육아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면서요?

[기자]

일본에서 양육하고 있던 손주를 조부모가 학대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는 예순여섯의 할머니가 4살 손자를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손자를 차에 태워 도로에 있는 표지판을 들이받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지바현에서는 이혼한 50대 아들이 70대 어머니에게 자폐 스펙트럼인 아들을 맡겼는데, 이 할머니가 손자를 살해하려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육아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고, 아들은 근무시간이 불규칙해서 아이를 돌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 후쿠이현에서는 손녀와 단둘이 지내던 80대 할아버지가 고등학생 손녀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고 있던 손녀를 할아버지가 살해한 사건으로 당시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줬는데요.

특히 이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어서 치매 증상의 경중에도 관심이 쏟아졌는데, 결국 4년 6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같은 사건 대부분은 조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어쩔 수 없이 양육을 떠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대로 키워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10대 손주가 살해하는 경우도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손주 피로'라는 단어까지 나왔다고 하죠.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초고령 사회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자식들을 다 키운 뒤에도 손주까지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평생에 걸쳐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리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손주 피로'라는 단어가 나오기까지 한 이유인데요.

일본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에 조부모까지 포함 시키고, 출근할 때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손주와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만 몰려 있는 육아의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도 장려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이 65세 이상인 건데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내년에 20%를 차지할 전망이고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의 '손주 피로'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우리도 참고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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