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0코스가 한때 문 닫았던 이유는?…개발과 공존의 딜레마 [창+]

입력 2024.02.26 (07:00) 수정 2024.02.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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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느림의 가치, 올레' 중에서]

올레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0%를 넘어설 정도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분명 득이었지만 모순적이게도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 곳곳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눈이 맑아지는 초록 들판이었는데 몇 년 사이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투명한 바다가 보이는 풍광은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여기도 마찬 가지네요.

경치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 펜션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옆에, 또 그 옆에도...건물은 계속 늘어납니다.

<인터뷰>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일부는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눈에 안 띄던 마을이 눈에 띄다 보니까 그런 쪽에 자본을 가진 사람들, 또 뭔가 개발 의욕을 가진 분들이 달라붙어서 리조트도 짓고 뭐도 짓고 하면서, 몇몇 마을이 처음에 올레길이 개장했을 때의 그 느낌, 오롯하고 다정하고 자그마하고 정말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었던, 그 느낌이 사라져버린 마을들이 몇 군데 있어요.

나무가 자랄수록 가지가 많아지듯, 올레길도 무럭무럭 자라나며 사람들의 관심과 욕심도 늘어난 거죠..

때로, 자제할수록 그 가치가 지켜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올레길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건 제주, 그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락겸/2023 제주올레걷기축제 참가자
되게 작은 길들, 동네 길들을 지나가면서 제주의 관광지가 아닌 '속살'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되게 좋고요. 꽃도 감자꽃도 피어 있고 다양한, 메밀꽃도 피어있더라고요. 그런 꽃들도 보고 돌담과 어울리는 풍경도 보니까 정말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인터뷰> 줄리앙 지르보 / 프랑스 파리 거주
전 서울에 안 가요. 제주에 옵니다. 모두가 여행, 여행, 여행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많은 관광객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곳이 있다고 생각해요. 도 관광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평화로운 장소로 유지돼야 해요. 갑자기 (개발 등이) 이뤄지면 안 돼요.

제주올레 가운데 인기가 많았던 10코스는 훼손이 심해서, 한동안 휴식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난개발의 흔적이 예전 사진에 남았습니다.

산방산 기슭을 내려오면 지그재그로 사륜오토바이 체험장이 들어서 해안가 언덕에 생체기가 났습니다.

결국, 10코스에 있던 올레길 표식을 몽땅 떼어내고, 1년간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인터뷰> 안은주 / (사)제주올레
저희가 중산간 오름 군락을 보여주고 싶어서 1-2 코스를 설계했다가 루트를 개발했다가 이사회에서 그거를 취소했어요. 이유는 뭐냐 하면 그때 한참 제주도에 개발 광풍이 불 때여서 올레길 주변에 땅값들이 엄청 올라가면서, 또 막 개발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이 개발 광풍을 중산간까지 끌고 가면 제주도 다 망가진다.

제주올레엔 땅 주인이 따로 있는 사유지가 많습니다.

소유주의 마음에 따라 언제 길이 닫히고 열릴지 모릅니다.

사유지가 포함된 코스는 종종 경로가 변경된 경우도 적지 않았죠.

<인터뷰> 안은주 (사)제주올레
저희가 땅을 사서 길을 낸 것이 아니라 사유지가 전체 길이의 30% 정도 되는데, 통과권만 얻고 다니는 건데, 사유지 주인들이 ‘이제 내 땅으로 더는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저희가 길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 땅에 다른 건축행위나 이런 것들이 벌어지면 저희가 또 길을 바꿔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소유주를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대가 없이 길을 내어줬는데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밭에서 애써 기른 농산물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아예 “탐방객들이 마을을 지나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올레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만을 위한 올레가 아닙니다. 마을 자체가 그 올레길을 제공하는, 올레가 사유지가 많고 마을 길들이 많아요.
여행자가 행복해지려면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야 해요. 그리고 자연이 행복해야 해요. 마을이 사멸되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오히려 올레꾼들이 역할을 해주고. 그러니까 서로 오는 사람도 거기 지역민들도 거기 자연도 3자가 다 행복한, 그게 저는 올레라고 봐요.


#제주도 #제주올레 #올레길 #규슈올레 #미야기올레
#도보여행 #걷기여행길 #트레일 #올레축제 #지역경제
#관광산업 #산티아고순례길 #시사기획창 #KBS시사


취재·연출: 민소영
촬영: 강재윤 고성호 고아람 한창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정성연
작가: 임난영

관련방송일시: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밤 10시 KBS 1TV / 유튜브YouTube KBS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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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07:00:07
    • 수정2024-02-26 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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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0%를 넘어설 정도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분명 득이었지만 모순적이게도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 곳곳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눈이 맑아지는 초록 들판이었는데 몇 년 사이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투명한 바다가 보이는 풍광은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여기도 마찬 가지네요.

경치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 펜션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옆에, 또 그 옆에도...건물은 계속 늘어납니다.

<인터뷰>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일부는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눈에 안 띄던 마을이 눈에 띄다 보니까 그런 쪽에 자본을 가진 사람들, 또 뭔가 개발 의욕을 가진 분들이 달라붙어서 리조트도 짓고 뭐도 짓고 하면서, 몇몇 마을이 처음에 올레길이 개장했을 때의 그 느낌, 오롯하고 다정하고 자그마하고 정말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었던, 그 느낌이 사라져버린 마을들이 몇 군데 있어요.

나무가 자랄수록 가지가 많아지듯, 올레길도 무럭무럭 자라나며 사람들의 관심과 욕심도 늘어난 거죠..

때로, 자제할수록 그 가치가 지켜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올레길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건 제주, 그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락겸/2023 제주올레걷기축제 참가자
되게 작은 길들, 동네 길들을 지나가면서 제주의 관광지가 아닌 '속살'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되게 좋고요. 꽃도 감자꽃도 피어 있고 다양한, 메밀꽃도 피어있더라고요. 그런 꽃들도 보고 돌담과 어울리는 풍경도 보니까 정말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인터뷰> 줄리앙 지르보 / 프랑스 파리 거주
전 서울에 안 가요. 제주에 옵니다. 모두가 여행, 여행, 여행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많은 관광객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곳이 있다고 생각해요. 도 관광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평화로운 장소로 유지돼야 해요. 갑자기 (개발 등이) 이뤄지면 안 돼요.

제주올레 가운데 인기가 많았던 10코스는 훼손이 심해서, 한동안 휴식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난개발의 흔적이 예전 사진에 남았습니다.

산방산 기슭을 내려오면 지그재그로 사륜오토바이 체험장이 들어서 해안가 언덕에 생체기가 났습니다.

결국, 10코스에 있던 올레길 표식을 몽땅 떼어내고, 1년간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인터뷰> 안은주 / (사)제주올레
저희가 중산간 오름 군락을 보여주고 싶어서 1-2 코스를 설계했다가 루트를 개발했다가 이사회에서 그거를 취소했어요. 이유는 뭐냐 하면 그때 한참 제주도에 개발 광풍이 불 때여서 올레길 주변에 땅값들이 엄청 올라가면서, 또 막 개발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이 개발 광풍을 중산간까지 끌고 가면 제주도 다 망가진다.

제주올레엔 땅 주인이 따로 있는 사유지가 많습니다.

소유주의 마음에 따라 언제 길이 닫히고 열릴지 모릅니다.

사유지가 포함된 코스는 종종 경로가 변경된 경우도 적지 않았죠.

<인터뷰> 안은주 (사)제주올레
저희가 땅을 사서 길을 낸 것이 아니라 사유지가 전체 길이의 30% 정도 되는데, 통과권만 얻고 다니는 건데, 사유지 주인들이 ‘이제 내 땅으로 더는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저희가 길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 땅에 다른 건축행위나 이런 것들이 벌어지면 저희가 또 길을 바꿔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소유주를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대가 없이 길을 내어줬는데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밭에서 애써 기른 농산물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아예 “탐방객들이 마을을 지나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올레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만을 위한 올레가 아닙니다. 마을 자체가 그 올레길을 제공하는, 올레가 사유지가 많고 마을 길들이 많아요.
여행자가 행복해지려면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야 해요. 그리고 자연이 행복해야 해요. 마을이 사멸되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오히려 올레꾼들이 역할을 해주고. 그러니까 서로 오는 사람도 거기 지역민들도 거기 자연도 3자가 다 행복한, 그게 저는 올레라고 봐요.


#제주도 #제주올레 #올레길 #규슈올레 #미야기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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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연출: 민소영
촬영: 강재윤 고성호 고아람 한창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정성연
작가: 임난영

관련방송일시: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밤 10시 KBS 1TV / 유튜브YouTube KBS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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