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겨울’…역대급으로 눈비 잦고 따뜻했다
입력 2024.03.07 (12:08)
수정 2024.03.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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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지난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은 유난히 따뜻하고 눈비가 잦았습니다.
기상청 분석 결과, 지난겨울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6.7mm로 평년 수준을 2.7배나 웃돌았습니다. 1973년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요. 강수일수도 31.1일로 가장 많았습니다. 겨울철 석 달 가운데 3분의 1은 눈비가 내렸다는 뜻입니다.
지난겨울 전국 평균 강수량과 평년비. 자료 : 기상청
기온 역시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두 차례 기온이 크게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전국 평균 기온은 2.4℃로 평년보다 1.9℃ 높았고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습니다.
■ 겨울 초반은 '엘니뇨' 입김
지난해 12월이 따뜻하고 비가 잦았던 원인. 자료 : 기상청
지난겨울이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강수가 잦았던 이유는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며 남풍이 자주 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12월에는 포근하고 습기를 많이 머금은 남풍이 기온을 끌어올리고, 눈 대신 비를 몰고 왔습니다. 특히, 12월 10~15일에는 강릉 91.2mm 등 전국 30개 지점에서 12월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겨울에는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서풍이 불어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지난겨울에는 적도 태평양에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해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엘니뇨 시기에 우리나라는 남풍이 불어오며 초겨울이 따뜻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겨울 막바지에는 '인도양' 효과 더해져
겨울 막바지에는 엘니뇨의 영향이 약해지는 대신 인도양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남동쪽에 발달한 강한 고기압. 자료 : 기상청
지난겨울 서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 정도 높았습니다. 그 결과 평소보다 대류 활동이 활발해졌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파동 형태의 흐름을 따라 우리나라 남동쪽에는 따뜻한 고기압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고기압의 시계방향 순환을 따라 남풍이 자주 유입돼 기온을 끌어올렸는데요. 남동쪽 고기압과 우리나라 사이로 저기압도 자주 통과하며 눈과 비가 이어졌습니다.
2월 들어서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에서 주기적으로 수증기가 밀려오며 북쪽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은 동풍이 밀려오는 지형효과가 더해져 이틀간 50cm 이상의 많은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엘니뇨 겨울…전 세계 이상기후로 '휘청'
우리나라보다 엘니뇨의 영향을 뚜렷하게 받는 미국도 지난겨울 이상기후에 시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캘리포니아주에는 한 달 평균 강수량에 해당하는 65㎜의 비가 1시간 만에 내렸습니다. 올 1월 들어 샌디에이고에는 하루 69㎜의 폭우가 쏟아져 1월 일 최다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또 로스앤젤레스(L.A.)에는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폭우가 사흘간 쏟아져 383건의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상고온도 잇따랐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선 2월 26일 최고기온이 21.6℃까지 올라가 2월 기온으로는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2월 19일 홋카이도 몬베쓰의 최고기온이 17.1℃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연관 기사] 적도 바다 뜨겁게 달궜던 ‘엘니뇨’ 물러간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5796
지구촌 곳곳에 이상기후를 불러온 엘니뇨는 지난겨울을 최고조로 올봄 물러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뿐만 아니라 인도양이나 북극, 유라시아 대륙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이상기후가 찾아올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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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니뇨 겨울’…역대급으로 눈비 잦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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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3-07 12:08:41
- 수정2024-03-08 11:34:25
지난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은 유난히 따뜻하고 눈비가 잦았습니다.
기상청 분석 결과, 지난겨울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6.7mm로 평년 수준을 2.7배나 웃돌았습니다. 1973년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요. 강수일수도 31.1일로 가장 많았습니다. 겨울철 석 달 가운데 3분의 1은 눈비가 내렸다는 뜻입니다.
기온 역시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두 차례 기온이 크게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전국 평균 기온은 2.4℃로 평년보다 1.9℃ 높았고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습니다.
■ 겨울 초반은 '엘니뇨' 입김
지난겨울이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강수가 잦았던 이유는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며 남풍이 자주 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12월에는 포근하고 습기를 많이 머금은 남풍이 기온을 끌어올리고, 눈 대신 비를 몰고 왔습니다. 특히, 12월 10~15일에는 강릉 91.2mm 등 전국 30개 지점에서 12월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겨울에는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서풍이 불어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지난겨울에는 적도 태평양에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해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엘니뇨 시기에 우리나라는 남풍이 불어오며 초겨울이 따뜻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겨울 막바지에는 '인도양' 효과 더해져
겨울 막바지에는 엘니뇨의 영향이 약해지는 대신 인도양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지난겨울 서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 정도 높았습니다. 그 결과 평소보다 대류 활동이 활발해졌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파동 형태의 흐름을 따라 우리나라 남동쪽에는 따뜻한 고기압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고기압의 시계방향 순환을 따라 남풍이 자주 유입돼 기온을 끌어올렸는데요. 남동쪽 고기압과 우리나라 사이로 저기압도 자주 통과하며 눈과 비가 이어졌습니다.
2월 들어서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에서 주기적으로 수증기가 밀려오며 북쪽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은 동풍이 밀려오는 지형효과가 더해져 이틀간 50cm 이상의 많은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엘니뇨 겨울…전 세계 이상기후로 '휘청'
우리나라보다 엘니뇨의 영향을 뚜렷하게 받는 미국도 지난겨울 이상기후에 시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캘리포니아주에는 한 달 평균 강수량에 해당하는 65㎜의 비가 1시간 만에 내렸습니다. 올 1월 들어 샌디에이고에는 하루 69㎜의 폭우가 쏟아져 1월 일 최다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또 로스앤젤레스(L.A.)에는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폭우가 사흘간 쏟아져 383건의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상고온도 잇따랐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선 2월 26일 최고기온이 21.6℃까지 올라가 2월 기온으로는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2월 19일 홋카이도 몬베쓰의 최고기온이 17.1℃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연관 기사] 적도 바다 뜨겁게 달궜던 ‘엘니뇨’ 물러간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5796
지구촌 곳곳에 이상기후를 불러온 엘니뇨는 지난겨울을 최고조로 올봄 물러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뿐만 아니라 인도양이나 북극, 유라시아 대륙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이상기후가 찾아올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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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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