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 비리 사건 첫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현직 경찰관 4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습니다. 두 명은 '수의'라고 불리는 죄수복까지 입었습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1년 승진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찰 인사 비리' 사건 당사자들입니다.
■돈 주고 승진 청탁…고개 숙인 경찰관들
"사건번호 2024고단XXX. 제3 자 뇌물교부 사건 재판 시작합니다."
오늘(7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 102호 법정. 피고인들과 변호인 등 10여 명이 법정을 메웠습니다. 피고인은 목포경찰서 소속 양모(55·구속) 경정과 강모(55·구속) 경감, 진도경찰서 이모(53) 경감과 전남경찰청 임모(50) 경감 등 현직 경찰관 4명과 이른바 사건·인사 브로커로 불리는 성 모(60) 씨, 경감으로 퇴직한 전직 경찰관 이 모(65) 씨까지 모두 6명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1월, 경찰 윗선에 전달해 달라면서 돈을 건네고 승진을 청탁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첫 재판에 출석한 현직 경찰관들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재판장 물음에 모두 "그렇습니다"고 답했습니다.
전남경찰청 외경
■경정은 3천만 원, 경감은 2천만 원…만연한 '매관매직'
'경찰 인사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경찰관들은 이들 말고도 또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사이 추가 기소된 해남경찰서 임모(55) 경정, 광주경찰청 소속 박모(55) 경감, 그리고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광주경찰청장 출신 현직 김모(58) 치안감입니다. 치안감은 경찰 조직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계급입니다.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밝힌 경찰 승진청탁 대가는 얼마일까요?
경정은 1인당 3,000만 원. 경감은 1,000만 원에서 최고 2,000만 원입니다. 법정에 나온 현직 경찰관들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현직 경찰관들이 돈을 마련해 브로커 성 씨나 퇴직 경찰관 이 씨, 또 다른 전직 경찰관 등을 통해 경찰 윗선에 승진청탁을 하고 돈을 건넸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던 전직 전남경찰청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목숨을 끊었습니다.
■구속 수사 막아주고 정보 유출 의혹까지
브로커 성 씨가 낀 경찰 범죄는 단순히 승진 청탁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전·현직 경찰관들이 성 씨의 부탁을 받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의자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하거나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정급이 '구속 수사를 막고 수사 상황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브로커 성 씨로부터 64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가 대표적입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편의와 정보 제공 부탁을 받고 성 씨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무관도 있습니다.
검찰 수사관들도 연루돼 수사 정보 유출과 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브로커가 낀 수사 무마나 경찰 인사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검·경 관계자는 현직 9명을 포함해 경찰 관계자 13명, 검찰 수사관 2명 등 모두 15명에 달합니다.
■총경·치안감도 브로커를 "형님"이라 불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성 씨는 평소 수십 명의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거나 향응을 제공하고, '용돈'을 주며 관리해왔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입니다.
경찰서장급인 총경들이나 시·도경찰청장급인 치안감도 성 씨를 '형님'으로 불렀다고 했습니다.
성 씨는 이를 이용해 경찰 인사와 수사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피해는 다른 경찰관들과 사기 사건 피해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뇌물을 건넨 일부 경찰관은 실제로 승진 순위가 뒤바뀌어 승진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또 사기 사건 피의자에 대한 수사 정보가 전·현직 경찰관 또는 검찰 수사관을 통해 브로커 성 씨에게 흘러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입니다.
관련 재판은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승진 청탁과 수사 무마 사건의 구체적 내막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검·경이 어떻게 해명하고, 무슨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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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정 3천, 경감은 2천”…실체 드러난 경찰 ‘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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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3-07 15:15:26
현직 경찰관 4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습니다. 두 명은 '수의'라고 불리는 죄수복까지 입었습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1년 승진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찰 인사 비리' 사건 당사자들입니다.
■돈 주고 승진 청탁…고개 숙인 경찰관들
"사건번호 2024고단XXX. 제3 자 뇌물교부 사건 재판 시작합니다."
오늘(7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 102호 법정. 피고인들과 변호인 등 10여 명이 법정을 메웠습니다. 피고인은 목포경찰서 소속 양모(55·구속) 경정과 강모(55·구속) 경감, 진도경찰서 이모(53) 경감과 전남경찰청 임모(50) 경감 등 현직 경찰관 4명과 이른바 사건·인사 브로커로 불리는 성 모(60) 씨, 경감으로 퇴직한 전직 경찰관 이 모(65) 씨까지 모두 6명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1월, 경찰 윗선에 전달해 달라면서 돈을 건네고 승진을 청탁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첫 재판에 출석한 현직 경찰관들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재판장 물음에 모두 "그렇습니다"고 답했습니다.
■경정은 3천만 원, 경감은 2천만 원…만연한 '매관매직'
'경찰 인사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경찰관들은 이들 말고도 또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사이 추가 기소된 해남경찰서 임모(55) 경정, 광주경찰청 소속 박모(55) 경감, 그리고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광주경찰청장 출신 현직 김모(58) 치안감입니다. 치안감은 경찰 조직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계급입니다.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밝힌 경찰 승진청탁 대가는 얼마일까요?
경정은 1인당 3,000만 원. 경감은 1,000만 원에서 최고 2,000만 원입니다. 법정에 나온 현직 경찰관들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현직 경찰관들이 돈을 마련해 브로커 성 씨나 퇴직 경찰관 이 씨, 또 다른 전직 경찰관 등을 통해 경찰 윗선에 승진청탁을 하고 돈을 건넸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던 전직 전남경찰청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목숨을 끊었습니다.
■구속 수사 막아주고 정보 유출 의혹까지
브로커 성 씨가 낀 경찰 범죄는 단순히 승진 청탁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전·현직 경찰관들이 성 씨의 부탁을 받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의자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하거나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정급이 '구속 수사를 막고 수사 상황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브로커 성 씨로부터 64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가 대표적입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편의와 정보 제공 부탁을 받고 성 씨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무관도 있습니다.
검찰 수사관들도 연루돼 수사 정보 유출과 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브로커가 낀 수사 무마나 경찰 인사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검·경 관계자는 현직 9명을 포함해 경찰 관계자 13명, 검찰 수사관 2명 등 모두 15명에 달합니다.
■총경·치안감도 브로커를 "형님"이라 불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성 씨는 평소 수십 명의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거나 향응을 제공하고, '용돈'을 주며 관리해왔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입니다.
경찰서장급인 총경들이나 시·도경찰청장급인 치안감도 성 씨를 '형님'으로 불렀다고 했습니다.
성 씨는 이를 이용해 경찰 인사와 수사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피해는 다른 경찰관들과 사기 사건 피해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뇌물을 건넨 일부 경찰관은 실제로 승진 순위가 뒤바뀌어 승진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또 사기 사건 피의자에 대한 수사 정보가 전·현직 경찰관 또는 검찰 수사관을 통해 브로커 성 씨에게 흘러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입니다.
관련 재판은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승진 청탁과 수사 무마 사건의 구체적 내막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검·경이 어떻게 해명하고, 무슨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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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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