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기준 11일 발표…‘불완전판매’ 반복도 막을까

입력 2024.03.08 (23:17) 수정 2024.03.08 (23: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홍콩 ELS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잃고 속이 타들어 가는 가입자라면 오는 11일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판매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매사와 가입자 중 누가, 얼마나 책임을 질지 배상 기준을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ELS 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지, 고령인지,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에 따라 은행 배상률이 0~100%까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태를 풀기 위해 배상부터 정리하겠다는 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과 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입니다.

KBS가 만난 현직 은행원은 이런 상품을 어떻게 팔았는지 털어놨습니다.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행 창구에서 왜 다른 상품보다 유독 ELS 판매에 집중했을까.

상품 판매 업무를 15년 넘게 한 은행원은 다른 투자 상품보다 팔기 쉬운 특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손님들이 그냥 원금 손실이 완전히 될 것 같다 (생각하고) 입금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게 딱 보이는데 이제 ELS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은 안 보이거든요. 계속 월 이자가 나오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잘 못 느끼시는 거예요."]

원금 손실 위험을 알리긴 하지만, 그 위험을 가리는 작업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100% 원금 손실 난다 그렇게 하면은 하는 사람 없거든요. 원금 비보장이지만 99.9% 다 받아간다."]

은행에서 교육받을 때는 상품 구조나 위험성보다 잘 파는 방법을 주로 배웠는데, 잘 통하는 문구도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오피스텔 하나 구입 했다고 생각하고 월 이자로 생활하시라고 그런 멘트도 알려주시고."]

ELS 가입자가 KBS에 제보한 판매 당시 녹취를 들어보면, 이 은행원의 말과 들어맞습니다.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지 내 돈이에요. 30%도 마이너스 될 수 있어서. (ELS는) 언제 손실이냐, 반토막 나고도 전쟁 나갈 것처럼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상품을 팔수록 고과를 잘 받는 성과지표가 이런 영업 행태의 직접적 이유지만, 더 크게 보면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있는 은행의 취약한 수익구조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은행 수익 94%가 이자 이익에 치중됐고, 비이자 이익도 수수료 수익에 쏠려있어, 예대마진이 낮아지면 판매 수수료에 매달리게 됩니다.

'홍콩 ELS' 같은 논란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은행이 상품을 팔 때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과 손익을 같이하는 자산관리방식으로 바꾸고, 판매 창구와 직원을 더 전문화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촬영기자:노동수/영상편집:정광진/그래픽:고석훈 최창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홍콩 ELS’ 배상 기준 11일 발표…‘불완전판매’ 반복도 막을까
    • 입력 2024-03-08 23:17:28
    • 수정2024-03-08 23:41:35
    뉴스라인 W
[앵커]

홍콩 ELS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잃고 속이 타들어 가는 가입자라면 오는 11일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판매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매사와 가입자 중 누가, 얼마나 책임을 질지 배상 기준을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ELS 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지, 고령인지,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에 따라 은행 배상률이 0~100%까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태를 풀기 위해 배상부터 정리하겠다는 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과 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입니다.

KBS가 만난 현직 은행원은 이런 상품을 어떻게 팔았는지 털어놨습니다.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행 창구에서 왜 다른 상품보다 유독 ELS 판매에 집중했을까.

상품 판매 업무를 15년 넘게 한 은행원은 다른 투자 상품보다 팔기 쉬운 특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손님들이 그냥 원금 손실이 완전히 될 것 같다 (생각하고) 입금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게 딱 보이는데 이제 ELS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은 안 보이거든요. 계속 월 이자가 나오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잘 못 느끼시는 거예요."]

원금 손실 위험을 알리긴 하지만, 그 위험을 가리는 작업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100% 원금 손실 난다 그렇게 하면은 하는 사람 없거든요. 원금 비보장이지만 99.9% 다 받아간다."]

은행에서 교육받을 때는 상품 구조나 위험성보다 잘 파는 방법을 주로 배웠는데, 잘 통하는 문구도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오피스텔 하나 구입 했다고 생각하고 월 이자로 생활하시라고 그런 멘트도 알려주시고."]

ELS 가입자가 KBS에 제보한 판매 당시 녹취를 들어보면, 이 은행원의 말과 들어맞습니다.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지 내 돈이에요. 30%도 마이너스 될 수 있어서. (ELS는) 언제 손실이냐, 반토막 나고도 전쟁 나갈 것처럼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상품을 팔수록 고과를 잘 받는 성과지표가 이런 영업 행태의 직접적 이유지만, 더 크게 보면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있는 은행의 취약한 수익구조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은행 수익 94%가 이자 이익에 치중됐고, 비이자 이익도 수수료 수익에 쏠려있어, 예대마진이 낮아지면 판매 수수료에 매달리게 됩니다.

'홍콩 ELS' 같은 논란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은행이 상품을 팔 때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과 손익을 같이하는 자산관리방식으로 바꾸고, 판매 창구와 직원을 더 전문화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촬영기자:노동수/영상편집:정광진/그래픽:고석훈 최창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