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과적 단속 시스템…국토부 “즉각 전수조사”

입력 2024.03.08 (23:25) 수정 2024.03.0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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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이틀 연속 유명무실한 국토부의 과적 단속 시스템에 대해 고발했는데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집중 취재한 김청윤 기자 만나보겠습니다.

무슨 문제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시청자 여러분도 차량 운행을 하면서 가끔씩 과적 검문소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40톤이 넘는 과적 화물차를 단속하기 위해 설치한 건데요.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먼저, 1차 구간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과적이 의심되면 단속요원이 검문소로 유도해 2차 적으로 무게를 재측정합니다.

그런데 이 1차 구간에 쓰이는 고속축중기라는 기계가 문제였습니다.

고속축중기는 주행 중인 화물차의 무게를 재는 장치인데, 영상 10도 기준으로 오차율이 58%를 넘는 겁니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오차는 10%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죠.

이런 고속축중기가 2002년부터 도입돼 총 16개 검문소에 설치돼 있습니다.

[앵커]

과속 검문처럼 정확한 게 아니었던 거군요?

그럼 왜 이렇게 오차가 많이 나는 겁니까?

[기자]

문제는 국토부가 쓰는 고속축중기에 내장된 세라믹 센서에 있었습니다.

이 세라믹 센서가 온도에 매우 취약한 거죠.

아까 영상 10도 기준에 오차율이 58%라고 말씀드렸는데, 기온이 떨어질수록 오차율은 더 벌어집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사실상 측정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해외에서는 온도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쿼츠 센서를 쓰고 있고, 한국도로공사에서도 쿼츠 센서 고속축중기를 도입해 쓰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왜 국토부는 정확도가 낮은 세라믹 센서를 쓴 거죠?

[기자]

가격 때문입니다.

세라믹 센서는 쿼츠 센서에 비해 약 10배 저렴합니다.

실제 국토부도 가격 차이 때문에 세라믹 센서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에 쓸 수도 없는 장비를 싸다고 설치해놓은 그야말로 전시행정인 거죠.

그런데 국토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무려 22년째 방치했습니다.

도입 무렵부터 실효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고, 각종 연구에서 밝혀졌듯 세라믹 센서 오차율이 심각하다는 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압전 (센서) 소자의 재료 특성 때문에 세라믹 센서는 온도의 영향을 좀 많이 받습니다. 영상 10도 정도에서는 (오차가) 한 -58% 정도…."]

[앵커]

그럼 이런 오차율 현장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습니까?

[기자]

저희가 사례 취재를 해보니까, 터무니없는 측정 오류 사례 최소 3,500건을 확인했습니다.

40톤짜리 화물차를 29톤으로 측정하는 식입니다.

반대로 적정량을 실은 화물차는 과적으로 판정하는 사례는 흔했습니다.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15톤짜리를 45톤으로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속축중기에서 선별된 과적 혐의 차량이 실제 과적 차량으로 판정되는 적중률은 현저히 낮았습니다.

저희가 지난 5년간 단속 현황을 입수했는데요.

지난해 최종 과적으로 확인된 경우, 4.2%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에는 1.2%를 기록했습니다.

암행 단속이라고 해서 육안으로 의심 차량을 선별하고 최종 과적 차량으로 판별하는 비율도 10%가 넘습니다.

그야말로 눈대중보다 못한 수준이죠.

[앵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니 단속 현장은 아수라장이겠습니다.

[기자]

고속축중기가 주행 중인 상태에서 무게를 재다 보니까 과적을 안 한 화물차 기사들은 그냥 검문소를 지나치기 일쑵니다.

그러면 '도주차량'으로 분류되는데요.

최대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검문소에 강하게 항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한 기사들의 목소리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용래/화물차 운전기사 : "저울의 무게에 따라서 고발이 된다, 고발 대상이다, 뭐 변론해봤자 저희는 안 먹혀 주죠. 근데 저희가 굉장히 억울하죠."]

[조병철/화물차 운전기사 : "그래서 이거 과적이 아니다, 고속도로 두 번이나 통과했고 과적이 아니라고 얘기를 했지만 결론은 자기네는 과적 벨이 울렸기 때문에 컴퓨터상 과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벌금을 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앵커]

많이 억울하시겠네요.

[기자]

네, 반대 입장인 검문소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민원이 거듭되고 있지만 법상 고발해야 하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이런 실랑이 때문에 고속축중기를 꺼놓은 검문소도 많습니다.

[앵커]

그럼 수십 년째 단속 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 건데, 고속축중기가 도입된 게 22년 전이죠?

[기자]

영상을 하나 먼저 보고 가시겠습니다.

제가 직접 지난 1월 충남의 한 과적검문소를 다녀왔는데요.

보이시는 게 고속축중기의 제어 기계입니다.

기둥이 부러져 녹이 슬었고, 본체는 땅에 박혀 있습니다.

전선도 이리저리 드러나서 작동하는지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지보수 예산은 지난해에만 17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최근 5년간 쓴 혈세는 100억 원에 가깝습니다.

장비 자체도 부실한데, 관리도 부실하고 혈세는 줄줄 세고 있었습니다.

[앵커]

오늘 국토부 입장이 나왔는데요?

[기자]

네, 국토부는 어제 저희 보도 이후 전국 검문소를 즉각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차가 큰 세라믹 센서 대신 정확한 쿼츠 센서로의 교체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단은 빠르게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 작업에 착수한 건데, 얼마나 잘 고쳐지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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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8 23:25:24
    • 수정2024-03-08 23: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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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이틀 연속 유명무실한 국토부의 과적 단속 시스템에 대해 고발했는데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집중 취재한 김청윤 기자 만나보겠습니다.

무슨 문제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시청자 여러분도 차량 운행을 하면서 가끔씩 과적 검문소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40톤이 넘는 과적 화물차를 단속하기 위해 설치한 건데요.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먼저, 1차 구간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과적이 의심되면 단속요원이 검문소로 유도해 2차 적으로 무게를 재측정합니다.

그런데 이 1차 구간에 쓰이는 고속축중기라는 기계가 문제였습니다.

고속축중기는 주행 중인 화물차의 무게를 재는 장치인데, 영상 10도 기준으로 오차율이 58%를 넘는 겁니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오차는 10%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죠.

이런 고속축중기가 2002년부터 도입돼 총 16개 검문소에 설치돼 있습니다.

[앵커]

과속 검문처럼 정확한 게 아니었던 거군요?

그럼 왜 이렇게 오차가 많이 나는 겁니까?

[기자]

문제는 국토부가 쓰는 고속축중기에 내장된 세라믹 센서에 있었습니다.

이 세라믹 센서가 온도에 매우 취약한 거죠.

아까 영상 10도 기준에 오차율이 58%라고 말씀드렸는데, 기온이 떨어질수록 오차율은 더 벌어집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사실상 측정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해외에서는 온도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쿼츠 센서를 쓰고 있고, 한국도로공사에서도 쿼츠 센서 고속축중기를 도입해 쓰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왜 국토부는 정확도가 낮은 세라믹 센서를 쓴 거죠?

[기자]

가격 때문입니다.

세라믹 센서는 쿼츠 센서에 비해 약 10배 저렴합니다.

실제 국토부도 가격 차이 때문에 세라믹 센서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에 쓸 수도 없는 장비를 싸다고 설치해놓은 그야말로 전시행정인 거죠.

그런데 국토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무려 22년째 방치했습니다.

도입 무렵부터 실효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고, 각종 연구에서 밝혀졌듯 세라믹 센서 오차율이 심각하다는 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압전 (센서) 소자의 재료 특성 때문에 세라믹 센서는 온도의 영향을 좀 많이 받습니다. 영상 10도 정도에서는 (오차가) 한 -58% 정도…."]

[앵커]

그럼 이런 오차율 현장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습니까?

[기자]

저희가 사례 취재를 해보니까, 터무니없는 측정 오류 사례 최소 3,500건을 확인했습니다.

40톤짜리 화물차를 29톤으로 측정하는 식입니다.

반대로 적정량을 실은 화물차는 과적으로 판정하는 사례는 흔했습니다.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15톤짜리를 45톤으로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속축중기에서 선별된 과적 혐의 차량이 실제 과적 차량으로 판정되는 적중률은 현저히 낮았습니다.

저희가 지난 5년간 단속 현황을 입수했는데요.

지난해 최종 과적으로 확인된 경우, 4.2%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에는 1.2%를 기록했습니다.

암행 단속이라고 해서 육안으로 의심 차량을 선별하고 최종 과적 차량으로 판별하는 비율도 10%가 넘습니다.

그야말로 눈대중보다 못한 수준이죠.

[앵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니 단속 현장은 아수라장이겠습니다.

[기자]

고속축중기가 주행 중인 상태에서 무게를 재다 보니까 과적을 안 한 화물차 기사들은 그냥 검문소를 지나치기 일쑵니다.

그러면 '도주차량'으로 분류되는데요.

최대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검문소에 강하게 항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한 기사들의 목소리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용래/화물차 운전기사 : "저울의 무게에 따라서 고발이 된다, 고발 대상이다, 뭐 변론해봤자 저희는 안 먹혀 주죠. 근데 저희가 굉장히 억울하죠."]

[조병철/화물차 운전기사 : "그래서 이거 과적이 아니다, 고속도로 두 번이나 통과했고 과적이 아니라고 얘기를 했지만 결론은 자기네는 과적 벨이 울렸기 때문에 컴퓨터상 과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벌금을 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앵커]

많이 억울하시겠네요.

[기자]

네, 반대 입장인 검문소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민원이 거듭되고 있지만 법상 고발해야 하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이런 실랑이 때문에 고속축중기를 꺼놓은 검문소도 많습니다.

[앵커]

그럼 수십 년째 단속 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 건데, 고속축중기가 도입된 게 22년 전이죠?

[기자]

영상을 하나 먼저 보고 가시겠습니다.

제가 직접 지난 1월 충남의 한 과적검문소를 다녀왔는데요.

보이시는 게 고속축중기의 제어 기계입니다.

기둥이 부러져 녹이 슬었고, 본체는 땅에 박혀 있습니다.

전선도 이리저리 드러나서 작동하는지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지보수 예산은 지난해에만 17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최근 5년간 쓴 혈세는 100억 원에 가깝습니다.

장비 자체도 부실한데, 관리도 부실하고 혈세는 줄줄 세고 있었습니다.

[앵커]

오늘 국토부 입장이 나왔는데요?

[기자]

네, 국토부는 어제 저희 보도 이후 전국 검문소를 즉각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차가 큰 세라믹 센서 대신 정확한 쿼츠 센서로의 교체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단은 빠르게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 작업에 착수한 건데, 얼마나 잘 고쳐지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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