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주차관리직은 창피한 직업 아니냐”…직업에 귀천 없다? 말로만!

입력 2024.03.20 (19:50) 수정 2024.03.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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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당신에게 주차관리직은 자식에게 부끄러운 직업입니까?'

대전관광공사 고위 간부가 지난해 1월, 공무직 주차관리원과의 면담 중에 "주차관리직은 자식에게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전관광공사에는 현수막까지 내걸렸습니다.

대전관광공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해당 간부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자, 현수막을 걸게 된 건데요,

대전관광공사 노조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물어봤습니다.

[이상철/대전관광공사 노조위원장 : "'아이가 학교에 가면 아빠 직업 뭐라고 할래'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이 친구는 '공무직 직원이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그러면 안 되지, 거짓말하는 거지, 공무직이 아니라 주차관리요원이라고 해야지'하면서…. '주차관리요원은 나중에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할 정도의 창피한 직업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해요."]

논란이 커지자 공사 측은 주차 관련 업무의 자동화 필요성을 설명하던 중에 나왔던 표현이라며, 오히려 근무 환경을 개선해주려다 오해가 생겨 직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노조 측은 논란이 된 간부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해당 직원을 불러 녹음기를 켜더니, 미리 준비한 문장을 일방적으로 읽은 거짓 사과라며, 해당 직원을 향한 2차 가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상철/대전관광공사 노조위원장 : "찾아가서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어요. 이분도 다급하셨는지 해당 직원을 부릅니다. 자기 집무실에. 본인이 작성한 A4용지 있지 않습니까. 그걸 줄줄줄 사과문이라고 읽어 내려갑니다. 사과를 받아주든 말든 행위는 했다라는 거죠. 사고방식 자체가 직원을 대하는 시각이나 이런 게 굉장히 옛날식 사고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사회 인식은 다른 걸까요.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독일 5개국 각 1,500명을 대상으로 물었는데요,

한국과 중국, 일본은 '국회의원'을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회의원, 약사, 인공지능전문가 순이었고, 건설 일용 근로자, 음식점 종업원, 공장 근로자는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소방관도 11위에 머물렀습니다.

또 직업에 지위가 있다, 즉 귀하고 천함이 있다, 이렇게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별하고 평가하는 인식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졌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서 남들한테 무시 안 당하는 직업을 가져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강한 그러한 성향이 있고요. 남을 의식하는 성향 때문에 유독 SNS가 발달하게 되고 타인 의식 정도가 더 강하게 작용을 하게 됨으로 인해서 직업에도 여전히 귀천이 있고 또 상하가 있다라는 수직적인 사고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만 있을 뿐,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매겨지지 않고, 특정 직업을 과하게 높이 평가하면서 반대로 특정 직업군을 존중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한데요.

진짜 자식에게 부끄러운 건 어떠한 직업이 아니라 그 직업을 대하는 왜곡되고 미성숙한 인식과 태도 아닐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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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19:50:23
    • 수정2024-03-20 20:15:25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당신에게 주차관리직은 자식에게 부끄러운 직업입니까?'

대전관광공사 고위 간부가 지난해 1월, 공무직 주차관리원과의 면담 중에 "주차관리직은 자식에게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전관광공사에는 현수막까지 내걸렸습니다.

대전관광공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해당 간부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자, 현수막을 걸게 된 건데요,

대전관광공사 노조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물어봤습니다.

[이상철/대전관광공사 노조위원장 : "'아이가 학교에 가면 아빠 직업 뭐라고 할래'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이 친구는 '공무직 직원이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그러면 안 되지, 거짓말하는 거지, 공무직이 아니라 주차관리요원이라고 해야지'하면서…. '주차관리요원은 나중에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할 정도의 창피한 직업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해요."]

논란이 커지자 공사 측은 주차 관련 업무의 자동화 필요성을 설명하던 중에 나왔던 표현이라며, 오히려 근무 환경을 개선해주려다 오해가 생겨 직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노조 측은 논란이 된 간부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해당 직원을 불러 녹음기를 켜더니, 미리 준비한 문장을 일방적으로 읽은 거짓 사과라며, 해당 직원을 향한 2차 가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상철/대전관광공사 노조위원장 : "찾아가서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어요. 이분도 다급하셨는지 해당 직원을 부릅니다. 자기 집무실에. 본인이 작성한 A4용지 있지 않습니까. 그걸 줄줄줄 사과문이라고 읽어 내려갑니다. 사과를 받아주든 말든 행위는 했다라는 거죠. 사고방식 자체가 직원을 대하는 시각이나 이런 게 굉장히 옛날식 사고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사회 인식은 다른 걸까요.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독일 5개국 각 1,500명을 대상으로 물었는데요,

한국과 중국, 일본은 '국회의원'을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회의원, 약사, 인공지능전문가 순이었고, 건설 일용 근로자, 음식점 종업원, 공장 근로자는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소방관도 11위에 머물렀습니다.

또 직업에 지위가 있다, 즉 귀하고 천함이 있다, 이렇게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별하고 평가하는 인식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졌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서 남들한테 무시 안 당하는 직업을 가져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강한 그러한 성향이 있고요. 남을 의식하는 성향 때문에 유독 SNS가 발달하게 되고 타인 의식 정도가 더 강하게 작용을 하게 됨으로 인해서 직업에도 여전히 귀천이 있고 또 상하가 있다라는 수직적인 사고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만 있을 뿐,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매겨지지 않고, 특정 직업을 과하게 높이 평가하면서 반대로 특정 직업군을 존중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한데요.

진짜 자식에게 부끄러운 건 어떠한 직업이 아니라 그 직업을 대하는 왜곡되고 미성숙한 인식과 태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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