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이렇게 만들어졌다…영화 ‘파묘’ 파헤치기

입력 2024.03.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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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지난 24일 누적 관객 수 천만 명을 넘겼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의 탄생입니다.

배우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주연의 영화 '파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이 한 부잣집의 의뢰로 오래된 묘를 파헤치면서 겪게 되는 오컬트(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영화입니다.

■ 오컬트 최초 '천만 기록'…"모두 배우들의 공"

영화 '파묘'는 악령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 영화입니다. 오컬트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천만 영화에는 괴물(2006), 도둑들(2012), 명량(2014), 베테랑(2016), 극한직업(2019), 서울의 봄(2023) 등 SF, 액션, 드라마 장르 영화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장재현 감독과 천만 돌파를 앞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장 감독은 '천만 돌파를 앞둔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벅찬 사랑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인생에 이런 날이 몇 번 오겠냐'라고 말해 이제는 하루하루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며, '천만 영화'의 공은 '배우들'이라고 했습니다.

"우선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배우들에게 있는 거 같아요. 배우들이 각자의 매력도 있지만, 궁합이 되게 잘 맞았던 것 같고, 관객들이 배우들을 너무 사랑스럽게 봐주시지 않았나….

소재와 캐릭터, 배우들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들이 잘 합쳐져 궁합이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묘벤저스'라고 이야기들 하시더라고요."
-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 "파묘, 어린 시절의 기억"…2년여의 사전 조사

이번 영화는 '파묘' 행위 이후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걸까요?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나게 된 건, 되게 어릴 적 시골에 살던 때 마을 뒷산에 있는 아주 오래된 산소가 있었어요.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그 산소를 이장하는 날이었는데, 무속인들이 와서 굿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한 삽 한 삽 묘를 파 가는 과정을 어렸을 때 지켜보던 때가 있었어요.

흙을 깊게 파고 땅으로 들어갈 때 묘한, 뭔가 이상하게 과거로 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었고, 깊은 땅 속에서 아주 오래된 작은 나무 관, 되게 유독 작았던 거 같아요. 그 관을 꺼낼 때 그 풍경이 너무 잊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장 감독은 어릴 적 경험을 기억하며 '언제 한 번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화를 위해, 그는 풍수지리가, 장의사, 무속인들과 2년여를 함께 보냈습니다.

"처음에 만난 분은 장의사였어요. 장의사 3명 정도를 만나서 조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풍수지리가를 몇 명 만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원래 알고 있던 무속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 영화에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분들과 2년여를 같이 보내면서 이야기도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고…."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2년여의 긴 사전 취재, 장 감독의 만남과 경험들은 캐릭터의 의상과 장면 하나하나에 그대로 녹여냈습니다.

배우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 화림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굿을 할 때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 말 그대로 '힙한 무당'입니다. 이 또한 장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무속인들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 의외로 젊고 외향적이고, 굳이 말하자면 스타일리시한 무속인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이 제일 현실적이거든요.

실제 젊은 무속인들은 되게 편한 신발을 신고 (굿을) 하더라고요. 어떤 브랜드인지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푹신푹신한 공기가 들어 있는 그런 신발도 많이 신고 일하고…. 일하기 전에는 슬리퍼 신고 다니다가 그렇게 갈아신고 일을 하더라고요."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 오컬트 아닌 히어로물?…"개운하게 해주고 싶었다"

송경원 영화평론가(씨네21편집장)는 영화 '파묘'를 두고 "복합 장르에 가까운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컬트 장르의 특징은 미스터리처럼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인데, 파묘는 그와 다르게 무언가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뜻에서입니다.

송 평론가는 "특히 결말에서 무언가를 결국 해결해내며 '히어로물' 같은 느낌을 준다"고도 분석하며 "이런 점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감독은 이런 걸 의도했던 걸까요?

"소재 자체가 뭔가 깊숙한 곳을 파서 들어가서 뭔가를 꺼내서 없애는 이야기니까 이 영화는 좀 개운한 그런 느낌을 관객들이 받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캐릭터들에게 페이소스(연민)를 느끼면서 뭉클함까지 가져가는 그런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장 감독은 오컬트라는 한 우물을 파왔습니다. 그가 만든, 신부들의 퇴마 의식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신흥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 사바하(2019)도 모두 오컬트 장르였습니다.

장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성격이 밝은 편이라 어두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거 같다"며 "종교적인 것이나 신비주의 이런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항상 가지고 몰두하다 보니 어떤 소재를 만났을 때 그렇게 풀리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영화지만, 또 새로운 걸 시도할 듯하다"며 "파묘와 비슷한, 그런 그로테스크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일 거 같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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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6 0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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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지난 24일 누적 관객 수 천만 명을 넘겼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의 탄생입니다.

배우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주연의 영화 '파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이 한 부잣집의 의뢰로 오래된 묘를 파헤치면서 겪게 되는 오컬트(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영화입니다.

■ 오컬트 최초 '천만 기록'…"모두 배우들의 공"

영화 '파묘'는 악령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 영화입니다. 오컬트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천만 영화에는 괴물(2006), 도둑들(2012), 명량(2014), 베테랑(2016), 극한직업(2019), 서울의 봄(2023) 등 SF, 액션, 드라마 장르 영화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장재현 감독과 천만 돌파를 앞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장 감독은 '천만 돌파를 앞둔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벅찬 사랑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인생에 이런 날이 몇 번 오겠냐'라고 말해 이제는 하루하루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며, '천만 영화'의 공은 '배우들'이라고 했습니다.

"우선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배우들에게 있는 거 같아요. 배우들이 각자의 매력도 있지만, 궁합이 되게 잘 맞았던 것 같고, 관객들이 배우들을 너무 사랑스럽게 봐주시지 않았나….

소재와 캐릭터, 배우들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들이 잘 합쳐져 궁합이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묘벤저스'라고 이야기들 하시더라고요."
-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 "파묘, 어린 시절의 기억"…2년여의 사전 조사

이번 영화는 '파묘' 행위 이후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걸까요?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나게 된 건, 되게 어릴 적 시골에 살던 때 마을 뒷산에 있는 아주 오래된 산소가 있었어요.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그 산소를 이장하는 날이었는데, 무속인들이 와서 굿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한 삽 한 삽 묘를 파 가는 과정을 어렸을 때 지켜보던 때가 있었어요.

흙을 깊게 파고 땅으로 들어갈 때 묘한, 뭔가 이상하게 과거로 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었고, 깊은 땅 속에서 아주 오래된 작은 나무 관, 되게 유독 작았던 거 같아요. 그 관을 꺼낼 때 그 풍경이 너무 잊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장 감독은 어릴 적 경험을 기억하며 '언제 한 번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화를 위해, 그는 풍수지리가, 장의사, 무속인들과 2년여를 함께 보냈습니다.

"처음에 만난 분은 장의사였어요. 장의사 3명 정도를 만나서 조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풍수지리가를 몇 명 만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원래 알고 있던 무속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 영화에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분들과 2년여를 같이 보내면서 이야기도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고…."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2년여의 긴 사전 취재, 장 감독의 만남과 경험들은 캐릭터의 의상과 장면 하나하나에 그대로 녹여냈습니다.

배우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 화림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굿을 할 때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 말 그대로 '힙한 무당'입니다. 이 또한 장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무속인들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 의외로 젊고 외향적이고, 굳이 말하자면 스타일리시한 무속인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이 제일 현실적이거든요.

실제 젊은 무속인들은 되게 편한 신발을 신고 (굿을) 하더라고요. 어떤 브랜드인지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푹신푹신한 공기가 들어 있는 그런 신발도 많이 신고 일하고…. 일하기 전에는 슬리퍼 신고 다니다가 그렇게 갈아신고 일을 하더라고요."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 오컬트 아닌 히어로물?…"개운하게 해주고 싶었다"

송경원 영화평론가(씨네21편집장)는 영화 '파묘'를 두고 "복합 장르에 가까운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컬트 장르의 특징은 미스터리처럼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인데, 파묘는 그와 다르게 무언가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뜻에서입니다.

송 평론가는 "특히 결말에서 무언가를 결국 해결해내며 '히어로물' 같은 느낌을 준다"고도 분석하며 "이런 점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감독은 이런 걸 의도했던 걸까요?

"소재 자체가 뭔가 깊숙한 곳을 파서 들어가서 뭔가를 꺼내서 없애는 이야기니까 이 영화는 좀 개운한 그런 느낌을 관객들이 받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캐릭터들에게 페이소스(연민)를 느끼면서 뭉클함까지 가져가는 그런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장재현 감독 인터뷰 中

장 감독은 오컬트라는 한 우물을 파왔습니다. 그가 만든, 신부들의 퇴마 의식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신흥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 사바하(2019)도 모두 오컬트 장르였습니다.

장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성격이 밝은 편이라 어두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거 같다"며 "종교적인 것이나 신비주의 이런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항상 가지고 몰두하다 보니 어떤 소재를 만났을 때 그렇게 풀리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영화지만, 또 새로운 걸 시도할 듯하다"며 "파묘와 비슷한, 그런 그로테스크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일 거 같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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