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는 “합법화된 부패”…‘쩐의 전쟁’ 승자는?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입력 2024.03.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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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할 때마다 갑절…"돈에 매몰된 미국 민주주의"

"미국 민주주의가 돈에 매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뉴욕타임스의 분석 기사 제목입니다. 미국의 정치자금과 로비 비용 규모가 2000년 이후 갑절로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16년 연방선거 후보자들이 선거 비용으로 우리 돈 7조 원 가량을 썼고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쓴 돈은 31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에 달한다며, 미국의 선거제도는 이제 "합법화된 부패(legalized corruption)라고 불린다"고 자조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비용 상승은 다음 선거인 2020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4년 전보다 1.5배가 뛰었습니다. 올해도 선거가 있습니다. 다를까요? 지금까지의 추세로만 봐도 역시 4년 전의 갑절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미국의 선거가 '돈 선거', '쩐의 전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희대의 돈이 풀리고 있는 이번 선거에선 뭘 지켜봐야 할까요?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에게 자문을 얻어 알아봤습니다. 강 교수는 미국 선거 재정 분야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쩐의 전쟁'의 심화…선거 큰 손 '슈퍼팩' 등장은 불과 15년 전?

Q. 미국의 선거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요?

▲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선거 재정 전문가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 때문이죠. 두 번째로는 2010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선거운동 지출에 대한 제한이 제거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쪽이 더 많이 지출하면 다른 쪽도 그만큼 지출을 늘리기 위해 일종의 끊임 없는 지출 경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전 선거보다 덜 쓰는 선거가 있다면 그게 더 이례적이죠."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선거 재정 전문가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  (사진=KBS)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선거 재정 전문가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 (사진=KBS)

강 교수가 말한 2010년의 대법원 판결은 '시티즌스유나이티드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수 시민단체였던 '시티즌스유나이티드'가 케이블TV 업체와 120만 달러짜리 판권 계약을 맺고 2007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할 만한 기록물을 TV 광고를 통해 방영하려고 했습니다. 당시의 '선거자금 개혁법'은 영리 행위를 하는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 위반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시티즌스 유나이티드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립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독립적 정치 지출을 제한하는 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Q. 미국 선거 재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장 독특한 점은 수정헌법 1조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수정헌법 1조는 정부가 웬만하면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비슷한 법적 전통의 다른 영미권과도 차이가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선거운동 기간 같은 것들이 정해져 있죠? 미국에서는 선거 운동 기간이 제한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고, 다른 선진 민주국가와 비교하면 선거 자금에 대한 제약도 매우 적습니다."


2010년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티즌스유나이티드’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 (사진=CNN)2010년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티즌스유나이티드’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 (사진=CNN)

보통 '팩(PAC)'이라고 불려지는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하면 후보자의 선거 운동에 직접 기부할 수 있지만 한 후보자에게 연간 최대 5천 달러라는 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 바뀐 법으로 후보자 혹은 정당과 직접 협력하지만 않으면 무제한 비용을 들여 특정 후보를 홍보하거나 공격하는 광고를 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위원회가 생겨 '슈퍼팩(Super PAC)'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후보와의 직접 협력은 안 된다지만 물밑 비공식 협력까지 막을 길은 없습니다. 덕분에 거액 기부자가 대폭 늘었고 기부자의 신원을 숨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이 미국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늘린 법이라고도 주장합니다.

■ 쪼들리는 트럼프 vs 넉넉한 바이든…왜?

지난해까지만 해도 '팩'에서건 '슈퍼팩'에서건 줄곧 선두를 달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모금은 올해 들어 주춤합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위원회와 트럼프 측 PAC '세이브 아메리카'는 지난달 2천3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측은 5천3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손에 쥔 현금 규모도 트럼프 측은 4천190만 달러로 바이든 측 1억 5천5백만 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큰손 기부자와 소액 기부자 모두 트럼프 측에 돈을 쓰는데 머뭇거리는 겁니다. 바이든은 이를 두고 "빈털터리 트럼프(broke Don)"라고 조롱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금 부진엔 경선에는 크게 이겼지만, 이제부터 줄줄이 이어질 형사 재판 4건에 민사 재판까지 감당해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어도 구조적으로 현직 대통령보단 모금이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 열성 지지자 만큼이나 '안티'도 많은 개인적 특성도 문제로 꼽힙니다.

여기에 당선돼봐야 '재임이 불가능한 4년짜리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재선 핸디캡'도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주로 고액 기부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 2년 뒤 항상 중간선거(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치권 혼란이 가중되며 공화당이 중간 선거에서 패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취임 2년 만에 힘을 잃게 될 것"이란 관측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나온다는 게 정가 소식통들 얘깁니다.

마이클 강 교수는 트럼프 측이 2016년과 마찬가지로 소액 기부자들을 통한 모금을 강화하려 할 거라고 진단합니다. 소액 기부가 늘면 고액 기부에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거죠.

Q.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선거 모금에서 앞서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좋아해서라기보단 트럼프의 재선을 정말로 원하지 않아서가 큽니다. 바이든은 앞으로도 반트럼프 정서를 잘 활용할 거고, 모금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일 거예요. 하지만 트럼프 선거운동은 과거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SNS를 잘 활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편향성이 지적받을 정도였죠. 그래서 앞으로 민주당이 SNS를 과거보다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공화당이 계속 우위를 점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외국에서 이 과정에 개입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누적 기부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지른 반면, 지출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월등히 앞선다.바이든 대통령의 누적 기부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지른 반면, 지출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월등히 앞선다.

■ 개인 재판에 선거 자금을?…"불법인데 막을 방법은 딱히…"

트럼프의 곳간을 마르게 하는 건 단지 모금액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형사재판 4건에 민사재판까지, 규모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문학적 변호비가 드는데, 거둬들인 정치후원금을 개인 재판 비용에 쓰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는 2023년 3월 30일부터 2월 말까지 7,65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중 약 4,740만 달러를 법률 컨설팅과 변호사 급여, 법률 관련 서비스에 지출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의 민사 사기 재판과 성추행 명예훼손처럼 선거나 정치 활동과는 별 관계가 없는 변호비용도 1천만 달러가 넘게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가 되진 않는지 물었습니다.


Q.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후원금을 개인적 재판에 쓰던데, 미국에선 그게 가능한가요?

"후보자 출마와 관련된 소송이라면 선거 자금을 소송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재검표나 투표 관련 소송 같은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의 소송은 이것과는 다르고 명확히 합법적이 아니에요. 민사소송은 분명히 선거 운동과는 관련이 없고, 선거운동 이전의 활동이나 후보가 되기 전 활동도 관련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규칙을 밀어붙이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람들은 트럼프의 방식에 순응하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선 후보자들이 선거 자금 유용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는데, 미국에선 그렇지 않나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일종의 초기 집행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념적 갈등이 많아서 권한을 상실하고 있어요. 한 정치학자는 FEC를 '실패가 정해진 기관'이라고도 부른 적이 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측이 각각 3인으로 구성돼 있고, 집행은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합의가 거의 안 되고 있죠.

게다가 일반적으로는 벌금 납부 정도의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즉시 적발돼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보통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납부가 이뤄집니다. 1년이나 2년 뒤에 벌금을 내더라도 누가 신경쓰겠습니까. 그래서 FEC의 단속에는 한계가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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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선거는 “합법화된 부패”…‘쩐의 전쟁’ 승자는?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 입력 2024-03-26 0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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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할 때마다 갑절…"돈에 매몰된 미국 민주주의"

"미국 민주주의가 돈에 매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뉴욕타임스의 분석 기사 제목입니다. 미국의 정치자금과 로비 비용 규모가 2000년 이후 갑절로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16년 연방선거 후보자들이 선거 비용으로 우리 돈 7조 원 가량을 썼고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쓴 돈은 31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에 달한다며, 미국의 선거제도는 이제 "합법화된 부패(legalized corruption)라고 불린다"고 자조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비용 상승은 다음 선거인 2020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4년 전보다 1.5배가 뛰었습니다. 올해도 선거가 있습니다. 다를까요? 지금까지의 추세로만 봐도 역시 4년 전의 갑절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미국의 선거가 '돈 선거', '쩐의 전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희대의 돈이 풀리고 있는 이번 선거에선 뭘 지켜봐야 할까요?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에게 자문을 얻어 알아봤습니다. 강 교수는 미국 선거 재정 분야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쩐의 전쟁'의 심화…선거 큰 손 '슈퍼팩' 등장은 불과 15년 전?

Q. 미국의 선거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요?

▲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선거 재정 전문가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 때문이죠. 두 번째로는 2010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선거운동 지출에 대한 제한이 제거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쪽이 더 많이 지출하면 다른 쪽도 그만큼 지출을 늘리기 위해 일종의 끊임 없는 지출 경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전 선거보다 덜 쓰는 선거가 있다면 그게 더 이례적이죠."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선거 재정 전문가 마이클 강 노스웨스턴대 교수  (사진=KBS)
강 교수가 말한 2010년의 대법원 판결은 '시티즌스유나이티드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수 시민단체였던 '시티즌스유나이티드'가 케이블TV 업체와 120만 달러짜리 판권 계약을 맺고 2007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할 만한 기록물을 TV 광고를 통해 방영하려고 했습니다. 당시의 '선거자금 개혁법'은 영리 행위를 하는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 위반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시티즌스 유나이티드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립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독립적 정치 지출을 제한하는 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Q. 미국 선거 재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장 독특한 점은 수정헌법 1조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수정헌법 1조는 정부가 웬만하면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비슷한 법적 전통의 다른 영미권과도 차이가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선거운동 기간 같은 것들이 정해져 있죠? 미국에서는 선거 운동 기간이 제한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고, 다른 선진 민주국가와 비교하면 선거 자금에 대한 제약도 매우 적습니다."


2010년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티즌스유나이티드’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 (사진=CNN)
보통 '팩(PAC)'이라고 불려지는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하면 후보자의 선거 운동에 직접 기부할 수 있지만 한 후보자에게 연간 최대 5천 달러라는 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 바뀐 법으로 후보자 혹은 정당과 직접 협력하지만 않으면 무제한 비용을 들여 특정 후보를 홍보하거나 공격하는 광고를 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위원회가 생겨 '슈퍼팩(Super PAC)'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후보와의 직접 협력은 안 된다지만 물밑 비공식 협력까지 막을 길은 없습니다. 덕분에 거액 기부자가 대폭 늘었고 기부자의 신원을 숨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이 미국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늘린 법이라고도 주장합니다.

■ 쪼들리는 트럼프 vs 넉넉한 바이든…왜?

지난해까지만 해도 '팩'에서건 '슈퍼팩'에서건 줄곧 선두를 달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모금은 올해 들어 주춤합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위원회와 트럼프 측 PAC '세이브 아메리카'는 지난달 2천3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측은 5천3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손에 쥔 현금 규모도 트럼프 측은 4천190만 달러로 바이든 측 1억 5천5백만 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큰손 기부자와 소액 기부자 모두 트럼프 측에 돈을 쓰는데 머뭇거리는 겁니다. 바이든은 이를 두고 "빈털터리 트럼프(broke Don)"라고 조롱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금 부진엔 경선에는 크게 이겼지만, 이제부터 줄줄이 이어질 형사 재판 4건에 민사 재판까지 감당해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어도 구조적으로 현직 대통령보단 모금이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 열성 지지자 만큼이나 '안티'도 많은 개인적 특성도 문제로 꼽힙니다.

여기에 당선돼봐야 '재임이 불가능한 4년짜리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재선 핸디캡'도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주로 고액 기부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 2년 뒤 항상 중간선거(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치권 혼란이 가중되며 공화당이 중간 선거에서 패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취임 2년 만에 힘을 잃게 될 것"이란 관측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나온다는 게 정가 소식통들 얘깁니다.

마이클 강 교수는 트럼프 측이 2016년과 마찬가지로 소액 기부자들을 통한 모금을 강화하려 할 거라고 진단합니다. 소액 기부가 늘면 고액 기부에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거죠.

Q.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선거 모금에서 앞서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좋아해서라기보단 트럼프의 재선을 정말로 원하지 않아서가 큽니다. 바이든은 앞으로도 반트럼프 정서를 잘 활용할 거고, 모금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일 거예요. 하지만 트럼프 선거운동은 과거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SNS를 잘 활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편향성이 지적받을 정도였죠. 그래서 앞으로 민주당이 SNS를 과거보다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공화당이 계속 우위를 점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외국에서 이 과정에 개입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누적 기부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지른 반면, 지출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월등히 앞선다.
■ 개인 재판에 선거 자금을?…"불법인데 막을 방법은 딱히…"

트럼프의 곳간을 마르게 하는 건 단지 모금액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형사재판 4건에 민사재판까지, 규모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문학적 변호비가 드는데, 거둬들인 정치후원금을 개인 재판 비용에 쓰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는 2023년 3월 30일부터 2월 말까지 7,65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중 약 4,740만 달러를 법률 컨설팅과 변호사 급여, 법률 관련 서비스에 지출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의 민사 사기 재판과 성추행 명예훼손처럼 선거나 정치 활동과는 별 관계가 없는 변호비용도 1천만 달러가 넘게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가 되진 않는지 물었습니다.


Q.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후원금을 개인적 재판에 쓰던데, 미국에선 그게 가능한가요?

"후보자 출마와 관련된 소송이라면 선거 자금을 소송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재검표나 투표 관련 소송 같은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의 소송은 이것과는 다르고 명확히 합법적이 아니에요. 민사소송은 분명히 선거 운동과는 관련이 없고, 선거운동 이전의 활동이나 후보가 되기 전 활동도 관련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규칙을 밀어붙이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람들은 트럼프의 방식에 순응하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선 후보자들이 선거 자금 유용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는데, 미국에선 그렇지 않나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일종의 초기 집행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념적 갈등이 많아서 권한을 상실하고 있어요. 한 정치학자는 FEC를 '실패가 정해진 기관'이라고도 부른 적이 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측이 각각 3인으로 구성돼 있고, 집행은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합의가 거의 안 되고 있죠.

게다가 일반적으로는 벌금 납부 정도의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즉시 적발돼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보통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납부가 이뤄집니다. 1년이나 2년 뒤에 벌금을 내더라도 누가 신경쓰겠습니까. 그래서 FEC의 단속에는 한계가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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