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창바이산’으로…중국, 동북공정 속도내나?

입력 2024.03.30 (22:26) 수정 2024.03.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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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두산이 중국명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에 등재됐습니다.

이를 두고 백두산 이란 이름이 사라지고, 나아가선 중국 동북공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요.

관련해 베이징 연결해 알아봅니다.

김효신 특파원!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백두산 명칭이 사라지는 건가요?

[기자]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창바이산'명칭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구글 영문 검색을 해보면 창바이산은 116만 개, 백두산은 25만 개 정도 나옵니다.

그만큼 이미 창바이산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등재로 공식 명칭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중국은 백두산을 '중화의 성스러운 산, 창바이산'으로 부르며 연구를 지원해 왔습니다.

이번 지정으로 '백두산의 중국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중국 내 우리 중국 동포들이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옌지 등에선 동포학교도 문을 닫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에는 우리 수능과 같은 대입시험 '가오카오'가 있습니다.

중국 동포들은 이 시험에서 한국어로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요.

내년부터는 중국어로만 시험을 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부터 연변조선족자치주 학교에서는 한국어 대신 중국어로 대부분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젊은 중국 동포들 가운데는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동북의 인구 56만 소도시 옌지입니다.

조선족자치주 수도로 불릴만큼 중국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적했던 이곳이 최근 중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한국에 가지 않고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며 한 유명인이 SNS에 체험기를 올린 뒤 젊은 층이 몰리기 시작한 겁니다.

[팡치 키키/중국 왕훙 : "조선족 옷을 입고, 하루 동안 조선족 아가씨가 되보세요."]

평일 낮인데도, 관광객들이 저마다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 촬영에 바쁩니다.

[룽야오/관광객 : "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그야말로 중국 속의 한국이라고 할 만한데요.

지난해에만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찾은 관광객이 2,500만 명을 넘어서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SNS 명소로, '한국 벽'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연변대 앞 상가를 찾았습니다.

한국어 간판이 즐비해서, 사진 촬영 명소로 이름난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어 위주 간판으로 점차 교체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조선어문조례'를 개정하며 시작된 변홥니다.

한국어 중심의 표기가 중국어 중심으로 바뀌었고, 기준에 따라 간판을 교체하도록 했습니다.

[중국동포/음성변조 : "간판도 예전에는 한국어, 조선말 먼저 있고 이랬는데 요즘에는 중국말 먼저고 한국말 있는..."]

이런 변화는 학교에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 어린이들이 다니는 소학교입니다.

체조를 하고 있는데, 구호가 모두 중국어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중국 당국은 한국어 수업을 없애고 거의 모든 과목을 중국어로만 수업하게 했습니다.

[중국동포 학부모/음성변조 : "조선족 학교마저도 선생님들이 다 아예 조선어문 없애고 중국어로만 강의하고 모든 소통도 다 중국어로만 하니까..."]

중국동포 숫자 자체도 꾸준히 줄면서, 많은 동포 학교들은 문을 닫거나 중국 학교와 통합되고 있습니다.

[전 중국 동북지역 교사/음성변조 : "(연변에) 과거에는 이제 뭐 30여 개 이렇게 (조선족) 학교가 있었고 그 다음에 학생 수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다 이제 많이 사라졌고 이제 다 통합되고."]

한글을 접하기 어려운 중국동포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는 이제 외국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어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인 어린이도 의사소통이 원활친 않습니다.

[한국어 대회 수상자/음성변조 : "(왜 한글을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조선족이에요. 한국어를 좋아해요."]

중국동포들은 이런 문제를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깁니다.

한 학부모는 심리적 압박을 토로하며 인터뷰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어를 점점 줄여가는 민감한 시점이어서... 저나 지인들이 불편해질 수 있어서 도움을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중국은 헌법으로 소수민족의 고유 언어, 문자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애국주의교육법'을 내세우며 통합을 가속화하는 분위깁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2022년 :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굳건히 다지는 것을 주된 노선으로 해서, 당의 민족사업을 강화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중국동포들, 한-중간 가교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옛 이야기.

지금은 존폐의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조선족 학부모2/음성변조 : "후세대들이 이제 이러다 보면 점점 언어를 잃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이제 좀 아쉽고 많이 마음이 아픈 거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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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이 ‘창바이산’으로…중국, 동북공정 속도내나?
    • 입력 2024-03-30 22:26:00
    • 수정2024-03-30 22: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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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두산이 중국명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에 등재됐습니다.

이를 두고 백두산 이란 이름이 사라지고, 나아가선 중국 동북공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요.

관련해 베이징 연결해 알아봅니다.

김효신 특파원!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백두산 명칭이 사라지는 건가요?

[기자]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창바이산'명칭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구글 영문 검색을 해보면 창바이산은 116만 개, 백두산은 25만 개 정도 나옵니다.

그만큼 이미 창바이산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등재로 공식 명칭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중국은 백두산을 '중화의 성스러운 산, 창바이산'으로 부르며 연구를 지원해 왔습니다.

이번 지정으로 '백두산의 중국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중국 내 우리 중국 동포들이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옌지 등에선 동포학교도 문을 닫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에는 우리 수능과 같은 대입시험 '가오카오'가 있습니다.

중국 동포들은 이 시험에서 한국어로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요.

내년부터는 중국어로만 시험을 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부터 연변조선족자치주 학교에서는 한국어 대신 중국어로 대부분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젊은 중국 동포들 가운데는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동북의 인구 56만 소도시 옌지입니다.

조선족자치주 수도로 불릴만큼 중국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적했던 이곳이 최근 중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한국에 가지 않고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며 한 유명인이 SNS에 체험기를 올린 뒤 젊은 층이 몰리기 시작한 겁니다.

[팡치 키키/중국 왕훙 : "조선족 옷을 입고, 하루 동안 조선족 아가씨가 되보세요."]

평일 낮인데도, 관광객들이 저마다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 촬영에 바쁩니다.

[룽야오/관광객 : "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그야말로 중국 속의 한국이라고 할 만한데요.

지난해에만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찾은 관광객이 2,500만 명을 넘어서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SNS 명소로, '한국 벽'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연변대 앞 상가를 찾았습니다.

한국어 간판이 즐비해서, 사진 촬영 명소로 이름난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어 위주 간판으로 점차 교체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조선어문조례'를 개정하며 시작된 변홥니다.

한국어 중심의 표기가 중국어 중심으로 바뀌었고, 기준에 따라 간판을 교체하도록 했습니다.

[중국동포/음성변조 : "간판도 예전에는 한국어, 조선말 먼저 있고 이랬는데 요즘에는 중국말 먼저고 한국말 있는..."]

이런 변화는 학교에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 어린이들이 다니는 소학교입니다.

체조를 하고 있는데, 구호가 모두 중국어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중국 당국은 한국어 수업을 없애고 거의 모든 과목을 중국어로만 수업하게 했습니다.

[중국동포 학부모/음성변조 : "조선족 학교마저도 선생님들이 다 아예 조선어문 없애고 중국어로만 강의하고 모든 소통도 다 중국어로만 하니까..."]

중국동포 숫자 자체도 꾸준히 줄면서, 많은 동포 학교들은 문을 닫거나 중국 학교와 통합되고 있습니다.

[전 중국 동북지역 교사/음성변조 : "(연변에) 과거에는 이제 뭐 30여 개 이렇게 (조선족) 학교가 있었고 그 다음에 학생 수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다 이제 많이 사라졌고 이제 다 통합되고."]

한글을 접하기 어려운 중국동포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는 이제 외국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어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인 어린이도 의사소통이 원활친 않습니다.

[한국어 대회 수상자/음성변조 : "(왜 한글을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조선족이에요. 한국어를 좋아해요."]

중국동포들은 이런 문제를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깁니다.

한 학부모는 심리적 압박을 토로하며 인터뷰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어를 점점 줄여가는 민감한 시점이어서... 저나 지인들이 불편해질 수 있어서 도움을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중국은 헌법으로 소수민족의 고유 언어, 문자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애국주의교육법'을 내세우며 통합을 가속화하는 분위깁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2022년 :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굳건히 다지는 것을 주된 노선으로 해서, 당의 민족사업을 강화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중국동포들, 한-중간 가교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옛 이야기.

지금은 존폐의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조선족 학부모2/음성변조 : "후세대들이 이제 이러다 보면 점점 언어를 잃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이제 좀 아쉽고 많이 마음이 아픈 거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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