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가마우지'라는 이름, 이젠 익숙하실 겁니다. 한반도에 와서 추위를 나고 가던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데 점점 많은 수의 가마우지들이 겨울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고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습니다. 텃새화 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나무가 말라 죽고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어민들이 피해를 보자 환경부는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지난달부터 포획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에선 총기를 이용한 포획에 나섰습니다.
한강 최북단, 강원도 양구 파로호에선 10년 전만 해도 가마우지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한두 마리씩 나타나더니 이젠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파로호에 도착했을 때도 수면 위로 머리를 내놓고 유영하다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면서 먹이를 찾는 가마우지 몇 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양구군 유해조수구제단 엽사 두 명과 모터보트에 올라탔습니다. 시동을 걸자 주변에 있던 가마우지들은 전부 달아나 버렸습니다. 보트를 타고 파로호를 돌다 보니, 가마우지만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몸 전체를 물 위로 띄우고 유영하는 오리와 다르게 가마우지는 잠수하지 않고 물 위에 떠 있을 때도 머리만 내놓고 몸은 물속에 잠긴 모습입니다. 깃털에 기름 성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잘 뜨지 않고 깃털이 쉽게 젖지만 잠수하면서 물고기를 잡기에는 유리한 셈입니다.
엽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던 엽사들은 가마우지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조준을 한 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포획이 쉽지 않았습니다.
50미터까지는 접근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겁니다. 가마우지가 유달리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총알을 네댓 번 쏘고서 가마우지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첫 두 발 정도에 잡지 못하면, 가마우지들은 바로 몸을 피하면서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엽사 심창식 씨는 "가마우지가 워낙 덩치가 큰 데다 힘이 좋다"면서 "한 명이 하루에 몇 마리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가마우지들은 어종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웁니다. 많게는 하루에 7킬로그램까지 물고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내수면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데다 천적도 없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어망을 찢거나 어망 안에 든 물고기들을 쪼아 죽이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환경부는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지난달부터는 포획이 허용됐습니다. 그리고 양구와 평창 등 강원도 일부 시군에서 총기 포획에 나섰습니다.
정영희 양구군 생태자원팀장은 "민물 가마우지가 양구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어망에 있는 고기들이 전부 빠져나가는 피해가 접수돼 일찌감치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양구에선 가마우지가 어느 지점에 집단으로 서식하는지 알 수 없어서 먹이활동을 하러 나오는 파로호 중심으로 포획하고 있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총기 포획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마우지 개체 수가 많고 피해가 커도 포획을 못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가마우지가 서식하고 있는 춘천 의암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재진은 의암호 가마우지 서식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나무마다 서너 개, 혹은 네댓 개씩 가마우지 둥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새끼들이 둥지를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산성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나무와 풀들은 허옇게 말라 죽었고, 서식지 근처의 옛 교량 기둥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희뿌옇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서식지 주변에서 자원봉사하는 이원도 씨는 "나무가 죽어가는 게 가장 큰 피해고, 여름 같은 경우에는 가마우지 배설물이 호수 위에 덮이면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말했습니다.
가마우지로 인해 환경과 사람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지만, 춘천에서 총기 포획은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인접해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민가와 서식지 사이 거리가 최소 300미터는 돼야 총기 포획 허가를 내줍니다.
우수정 춘천시 환경정책팀장은 "가마우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는 총포 사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도심지 같은 경우에서는 총포 사용 허가가 안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관광지도 상황은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갑자기 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영월도 서식지 인근에 세계문화유산인 장릉과 공원, 음식점이 몰려 있어 총기 포획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마우지 피해는 이제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전국의 가마우지 둥지는 5,800여 개였습니다. 강원도 춘천을 포함해 서울과 경기 수원, 대구 등 총기 포획이 불가능한 지역의 둥지는 1,700여 개로 전체의 30%입니다.
이런 지역에선 대안으로 둥지 제거나 포획 틀 도입을 시도 중입니다. 물론 총기 포획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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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물 가마우지’ 첫 총기 포획 시작…도심·관광지는 대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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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4-02 14:52:29
한강 최북단, 강원도 양구 파로호에선 10년 전만 해도 가마우지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한두 마리씩 나타나더니 이젠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파로호에 도착했을 때도 수면 위로 머리를 내놓고 유영하다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면서 먹이를 찾는 가마우지 몇 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양구군 유해조수구제단 엽사 두 명과 모터보트에 올라탔습니다. 시동을 걸자 주변에 있던 가마우지들은 전부 달아나 버렸습니다. 보트를 타고 파로호를 돌다 보니, 가마우지만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몸 전체를 물 위로 띄우고 유영하는 오리와 다르게 가마우지는 잠수하지 않고 물 위에 떠 있을 때도 머리만 내놓고 몸은 물속에 잠긴 모습입니다. 깃털에 기름 성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잘 뜨지 않고 깃털이 쉽게 젖지만 잠수하면서 물고기를 잡기에는 유리한 셈입니다.
엽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던 엽사들은 가마우지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조준을 한 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포획이 쉽지 않았습니다.
50미터까지는 접근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겁니다. 가마우지가 유달리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총알을 네댓 번 쏘고서 가마우지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첫 두 발 정도에 잡지 못하면, 가마우지들은 바로 몸을 피하면서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엽사 심창식 씨는 "가마우지가 워낙 덩치가 큰 데다 힘이 좋다"면서 "한 명이 하루에 몇 마리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가마우지들은 어종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웁니다. 많게는 하루에 7킬로그램까지 물고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내수면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데다 천적도 없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어망을 찢거나 어망 안에 든 물고기들을 쪼아 죽이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환경부는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지난달부터는 포획이 허용됐습니다. 그리고 양구와 평창 등 강원도 일부 시군에서 총기 포획에 나섰습니다.
정영희 양구군 생태자원팀장은 "민물 가마우지가 양구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어망에 있는 고기들이 전부 빠져나가는 피해가 접수돼 일찌감치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양구에선 가마우지가 어느 지점에 집단으로 서식하는지 알 수 없어서 먹이활동을 하러 나오는 파로호 중심으로 포획하고 있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총기 포획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마우지 개체 수가 많고 피해가 커도 포획을 못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가마우지가 서식하고 있는 춘천 의암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재진은 의암호 가마우지 서식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나무마다 서너 개, 혹은 네댓 개씩 가마우지 둥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새끼들이 둥지를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산성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나무와 풀들은 허옇게 말라 죽었고, 서식지 근처의 옛 교량 기둥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희뿌옇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서식지 주변에서 자원봉사하는 이원도 씨는 "나무가 죽어가는 게 가장 큰 피해고, 여름 같은 경우에는 가마우지 배설물이 호수 위에 덮이면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말했습니다.
가마우지로 인해 환경과 사람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지만, 춘천에서 총기 포획은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인접해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민가와 서식지 사이 거리가 최소 300미터는 돼야 총기 포획 허가를 내줍니다.
우수정 춘천시 환경정책팀장은 "가마우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는 총포 사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도심지 같은 경우에서는 총포 사용 허가가 안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관광지도 상황은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갑자기 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영월도 서식지 인근에 세계문화유산인 장릉과 공원, 음식점이 몰려 있어 총기 포획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마우지 피해는 이제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전국의 가마우지 둥지는 5,800여 개였습니다. 강원도 춘천을 포함해 서울과 경기 수원, 대구 등 총기 포획이 불가능한 지역의 둥지는 1,700여 개로 전체의 30%입니다.
이런 지역에선 대안으로 둥지 제거나 포획 틀 도입을 시도 중입니다. 물론 총기 포획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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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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