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줄고 부담금 폐지…출판·문화계 반발, 왜?

입력 2024.04.04 (19:50) 수정 2024.04.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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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산 삭감에 부담금 폐지까지 덮친 출판·문화계 얘기,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최지영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먼저 올해 줄어든 출판계 예산 얘기부터 해보죠.

지역 서점 문화 활동 지원 사업 등이 폐지되거나 삭감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해 60억 원이 지원된 '국민독서문화증진' 사업과 6억 5천만 원이 지원된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이 폐지됐습니다.

대신 정부는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12억 5천만 원과 '지역서점 상생협력 프로그램 2억 원 등을 신규 사업으로 조성했고, 일부 예산은 '지역문화사회 기반 책읽기 수요 창출' 10억 원 등으로 예산 내역을 옮겼습니다.

독서, 서점 관련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건데요,

특히 동네책방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예산이 거의 사라진 셈입니다.

[앵커]

정부는 도서정가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 동네책방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도서정가제는 간행물 정가의 최대 15%까지만 할인해 판매하는 제도입니다.

대형 인터넷 서점과의 할인 경쟁으로부터 동네책방을 지키기 위한 한계선 같은 건데요,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에선 오히려 책값을 올려 책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빼고, 동네책방에만 1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요.

오히려 여력이 없는 동네책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이후 동네책방들이 여럿, 문을 닫았고 이윤이 적어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곳들이 많은데, 할인 경쟁에까지 내몰리면 동네책방은 설 자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앵커]

영화제 쪽도 살펴볼까요?

예산이 깎여 힘든 상황이라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예산이 급감하자, 처음으로 체육 기금 등에서 예산을 끌어왔는데요.

영화관 관객 수가 줄어 이미 재원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기존에 쓰던 예산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 여파로 독립예술영화와 영화제 지원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독립예술영화 지원작 수는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9편 안팎인데요,

이마저도 지원자가 자기부담금 10%를 편성해야 하고, 장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부문을 지원하려면 개인이 아닌 제작사가 해야 합니다.

영화제도 걱정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 영화제와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을 통합했습니다.

또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 영화제도 기존 40여 개에서 10개로 줄였는데요,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도 이미 지난해 예산이 109억 원으로, 10%가량 줄었습니다.

여기다 2018년부터 이어진 지역 영화 지원사업은 전액 삭감돼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앵커]

여기다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 부담금을 내년부터 폐지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입장권 가격의 3%를 떼는데요,

이 부담금이 영화발전기금으로 쌓여 영화계에서 '연구개발' 자금처럼 쓰입니다.

지역 영화 기획과 제작, 개봉을 지원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지원사업과 영화제 지원사업 등 예산 상당수도 여기서 나옵니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가 관객 부담을 줄여 영화산업을 더 빨리 회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는데, 영화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으로 우리 영화산업은 위기 상황인데요.

실제 2019년 극장관람객 수는 2억 2천6백만 명이 넘었지만 지난해 1억 2천6백만 명 수준으로 절반에 그쳤습니다.

스크린에 걸 작품들도 대거 OTT로 몰려 영화관은 상영작마저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적자 탓에 클라이밍이나 농구장 등의 공간으로 개조까지 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 경쟁력은 사실상 다양성에서 나오는데요,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여 꾸준히 개발, 육성 역할을 하는 내부 구조를 망가뜨리면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유럽에선 출판문화예술계 지원책을 늘리는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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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 줄고 부담금 폐지…출판·문화계 반발, 왜?
    • 입력 2024-04-04 19:50:52
    • 수정2024-04-04 19:56:39
    뉴스7(부산)
[앵커]

예산 삭감에 부담금 폐지까지 덮친 출판·문화계 얘기,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최지영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먼저 올해 줄어든 출판계 예산 얘기부터 해보죠.

지역 서점 문화 활동 지원 사업 등이 폐지되거나 삭감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해 60억 원이 지원된 '국민독서문화증진' 사업과 6억 5천만 원이 지원된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이 폐지됐습니다.

대신 정부는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12억 5천만 원과 '지역서점 상생협력 프로그램 2억 원 등을 신규 사업으로 조성했고, 일부 예산은 '지역문화사회 기반 책읽기 수요 창출' 10억 원 등으로 예산 내역을 옮겼습니다.

독서, 서점 관련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건데요,

특히 동네책방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예산이 거의 사라진 셈입니다.

[앵커]

정부는 도서정가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 동네책방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도서정가제는 간행물 정가의 최대 15%까지만 할인해 판매하는 제도입니다.

대형 인터넷 서점과의 할인 경쟁으로부터 동네책방을 지키기 위한 한계선 같은 건데요,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에선 오히려 책값을 올려 책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빼고, 동네책방에만 1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요.

오히려 여력이 없는 동네책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이후 동네책방들이 여럿, 문을 닫았고 이윤이 적어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곳들이 많은데, 할인 경쟁에까지 내몰리면 동네책방은 설 자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앵커]

영화제 쪽도 살펴볼까요?

예산이 깎여 힘든 상황이라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예산이 급감하자, 처음으로 체육 기금 등에서 예산을 끌어왔는데요.

영화관 관객 수가 줄어 이미 재원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기존에 쓰던 예산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 여파로 독립예술영화와 영화제 지원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독립예술영화 지원작 수는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9편 안팎인데요,

이마저도 지원자가 자기부담금 10%를 편성해야 하고, 장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부문을 지원하려면 개인이 아닌 제작사가 해야 합니다.

영화제도 걱정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 영화제와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을 통합했습니다.

또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 영화제도 기존 40여 개에서 10개로 줄였는데요,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도 이미 지난해 예산이 109억 원으로, 10%가량 줄었습니다.

여기다 2018년부터 이어진 지역 영화 지원사업은 전액 삭감돼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앵커]

여기다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 부담금을 내년부터 폐지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입장권 가격의 3%를 떼는데요,

이 부담금이 영화발전기금으로 쌓여 영화계에서 '연구개발' 자금처럼 쓰입니다.

지역 영화 기획과 제작, 개봉을 지원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지원사업과 영화제 지원사업 등 예산 상당수도 여기서 나옵니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가 관객 부담을 줄여 영화산업을 더 빨리 회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는데, 영화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으로 우리 영화산업은 위기 상황인데요.

실제 2019년 극장관람객 수는 2억 2천6백만 명이 넘었지만 지난해 1억 2천6백만 명 수준으로 절반에 그쳤습니다.

스크린에 걸 작품들도 대거 OTT로 몰려 영화관은 상영작마저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적자 탓에 클라이밍이나 농구장 등의 공간으로 개조까지 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 경쟁력은 사실상 다양성에서 나오는데요,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여 꾸준히 개발, 육성 역할을 하는 내부 구조를 망가뜨리면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유럽에선 출판문화예술계 지원책을 늘리는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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