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1억 원 인출’ 농협 직원 수사…“피해자는 청각 장애인”

입력 2024.04.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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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서 20대 직원이 예금 무단 인출…"피해 고객은 80대 청각 장애인"

피땀 흘려 오랫동안 모은 재산이거나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금융기관에 한푼 두푼 저축한 돈이 순식간에 계좌에서 사라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보안 체계와 내부 통제가 엄격하다는 금융 기관에서, 그것도 충북의 한 지역 안에서 단위 농협과 NH농협은행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달 초, 면 소재지에 있는 한 지역 농협의 20대 직원이 고객 계좌에서 예금을 몰래 빼 쓴 혐의로 적발됐다가 업무가 배제돼 현재 내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 규모는 1억 원가량입니다. 이 피해 고객은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80대로 확인됐는데요.

최근 농협의 한 간부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금융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예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 "넉 달 동안 현금 인출기로 돈 빼내"…경찰, 직원 횡령 혐의 수사

KBS가 이 고객의 예금 거래 내역서를 확인해 봤더니, 무단 인출 수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농협 측이 내역서에 표시해준 무단 인출 기간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지난 2월 25일까지로 넉 달이 조금 넘는데요.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첫날에만 6백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천8백만 원의 예금이 인출됐습니다.

이후 거의 매달 많게는 6백만 원씩, 적게는 30만 원 씩 예금이 꼬박꼬박 빠져나갔습니다.

빠져나간 경로를 보니 주로 다른 지역 농협의 현금 인출기였습니다.

이 인출기를 통해 현금을 빼거나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하기도 했는데요.

모두 고객의 비밀 번호를 알아야 가능한 범죄였습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감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당시 고령의 피해자가 예금 가입 과정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직원에게 말해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건과 별개로 이 직원의 근무 기간 전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 시켜 추가 무단 인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농협의 고발에 따라 이 20대 직원을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무단 인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농삿일하며 모은 돈을 거리낌 없이 빼간 것이 너무 황당하다" 는 피해 고객의 가족도 농협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별도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 잊을만하면 터지는 금융 사고…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횡령액 594억"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처 도심에 있는 다른 NH농협은행 지점의 직원도 내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여신 업무를 담당하던 이 직원은 지난달 경찰에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게 된 건데요.

최근 4년여 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 평가액을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109억 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은 "농협 측에 감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농협의 자체 조사나 농협은행의 자체 감사로 밝혀졌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농협의 금융 사고는 잊을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홍문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264건으로, 피해 규모는 594억 원에 달했습니다.

매번 금융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강조한 내부 통제 강화가 공염불이 아닌지, 돈을 맡긴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연관 기사] 농협서 잇단 금융 사고…경찰 “강제 수사 검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5610&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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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돈 1억 원 인출’ 농협 직원 수사…“피해자는 청각 장애인”
    • 입력 2024-04-15 1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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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서 20대 직원이 예금 무단 인출…"피해 고객은 80대 청각 장애인"

피땀 흘려 오랫동안 모은 재산이거나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금융기관에 한푼 두푼 저축한 돈이 순식간에 계좌에서 사라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보안 체계와 내부 통제가 엄격하다는 금융 기관에서, 그것도 충북의 한 지역 안에서 단위 농협과 NH농협은행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달 초, 면 소재지에 있는 한 지역 농협의 20대 직원이 고객 계좌에서 예금을 몰래 빼 쓴 혐의로 적발됐다가 업무가 배제돼 현재 내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 규모는 1억 원가량입니다. 이 피해 고객은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80대로 확인됐는데요.

최근 농협의 한 간부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금융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예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 "넉 달 동안 현금 인출기로 돈 빼내"…경찰, 직원 횡령 혐의 수사

KBS가 이 고객의 예금 거래 내역서를 확인해 봤더니, 무단 인출 수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농협 측이 내역서에 표시해준 무단 인출 기간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지난 2월 25일까지로 넉 달이 조금 넘는데요.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첫날에만 6백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천8백만 원의 예금이 인출됐습니다.

이후 거의 매달 많게는 6백만 원씩, 적게는 30만 원 씩 예금이 꼬박꼬박 빠져나갔습니다.

빠져나간 경로를 보니 주로 다른 지역 농협의 현금 인출기였습니다.

이 인출기를 통해 현금을 빼거나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하기도 했는데요.

모두 고객의 비밀 번호를 알아야 가능한 범죄였습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감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당시 고령의 피해자가 예금 가입 과정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직원에게 말해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건과 별개로 이 직원의 근무 기간 전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 시켜 추가 무단 인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농협의 고발에 따라 이 20대 직원을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무단 인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농삿일하며 모은 돈을 거리낌 없이 빼간 것이 너무 황당하다" 는 피해 고객의 가족도 농협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별도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 잊을만하면 터지는 금융 사고…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횡령액 594억"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처 도심에 있는 다른 NH농협은행 지점의 직원도 내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여신 업무를 담당하던 이 직원은 지난달 경찰에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게 된 건데요.

최근 4년여 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 평가액을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109억 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은 "농협 측에 감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농협의 자체 조사나 농협은행의 자체 감사로 밝혀졌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농협의 금융 사고는 잊을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홍문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264건으로, 피해 규모는 594억 원에 달했습니다.

매번 금융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강조한 내부 통제 강화가 공염불이 아닌지, 돈을 맡긴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연관 기사] 농협서 잇단 금융 사고…경찰 “강제 수사 검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5610&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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