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석학들, R&D 예산 삭감 우려…“무슨 실험부터 중단할지 걱정”

입력 2024.04.18 (21: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한국인 첫 영국왕립학회 회원인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 등 석학들이 이공계 인재 유입을 위해 연구 몰입에 필요한 안정적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 단장은 자신의 연구실을 비롯한 여러 연구실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삭감이 정부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려 이공계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TF는 이공계 기피 현상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이공계 학생과 대학원생, 교수 이야기를 듣고 TF 위원과 현장 참석자들이 대학 연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회의에서 김 단장은 “한편에서 불편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올해 연구비가 깎였는데 연구원을 내보내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인턴 지원자들이 많은데 기회를 주고 싶지만, 올해는 거절해야겠다, 10월 재료비가 다 떨어지는데 무슨 실험부터 중단해야 하나가 머릿속에 있다”며 “저만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 연구책임자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예측 가능성, 신뢰를 흔들리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직업 선택에 있어 안정성은 누가 뭐래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직업 선택과정에서 다들 불안을 겪는 만큼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방향은 예측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쉬워서 과학계에 (이런 문제가) 길게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단장은 “연구책임자들이 올해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이 복구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 시스템과 신뢰 손상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에서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 교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발견해 그 발견을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많아져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주변에서 흥미를 떨어트리는 외부적 압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안정적 시스템이 구축돼 자연스러운 연구 동기를 스스로에게서 잘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산 신청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최 원장은 “국가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지원하지만, 고등과학원은 대부분 엉뚱하고 쓸모없는, 호기심을 갖고 하는 주제를 연구하는데 그런 주제는 여기 들어갈 수 없다”며 “길게 봤을때 그런 연구가 정말 쓸모 있는 연구가 된다는 점을 잘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TF 팀장인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오늘 건의된 사항은 TF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에 포함하겠다”며 “청년이 과학기술인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도 참여해 학생들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 수석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약 1시간 참석 후 자리를 떴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공계 석학들, R&D 예산 삭감 우려…“무슨 실험부터 중단할지 걱정”
    • 입력 2024-04-18 21:06:45
    IT·과학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한국인 첫 영국왕립학회 회원인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 등 석학들이 이공계 인재 유입을 위해 연구 몰입에 필요한 안정적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 단장은 자신의 연구실을 비롯한 여러 연구실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삭감이 정부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려 이공계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TF는 이공계 기피 현상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이공계 학생과 대학원생, 교수 이야기를 듣고 TF 위원과 현장 참석자들이 대학 연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회의에서 김 단장은 “한편에서 불편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올해 연구비가 깎였는데 연구원을 내보내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인턴 지원자들이 많은데 기회를 주고 싶지만, 올해는 거절해야겠다, 10월 재료비가 다 떨어지는데 무슨 실험부터 중단해야 하나가 머릿속에 있다”며 “저만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 연구책임자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예측 가능성, 신뢰를 흔들리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직업 선택에 있어 안정성은 누가 뭐래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직업 선택과정에서 다들 불안을 겪는 만큼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방향은 예측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쉬워서 과학계에 (이런 문제가) 길게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단장은 “연구책임자들이 올해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이 복구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 시스템과 신뢰 손상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에서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 교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발견해 그 발견을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많아져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주변에서 흥미를 떨어트리는 외부적 압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안정적 시스템이 구축돼 자연스러운 연구 동기를 스스로에게서 잘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산 신청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최 원장은 “국가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지원하지만, 고등과학원은 대부분 엉뚱하고 쓸모없는, 호기심을 갖고 하는 주제를 연구하는데 그런 주제는 여기 들어갈 수 없다”며 “길게 봤을때 그런 연구가 정말 쓸모 있는 연구가 된다는 점을 잘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TF 팀장인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오늘 건의된 사항은 TF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에 포함하겠다”며 “청년이 과학기술인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도 참여해 학생들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 수석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약 1시간 참석 후 자리를 떴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