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 테러에 초밥 모욕까지…부산 평화의 소녀상 ‘수난’

입력 2024.05.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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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 장관 공동 기자회견 중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검은 봉지' 테러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명확히 따지지 않았고,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후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수요집회를 시작했고, 그 횟수가 어느덧 100회를 넘겼습니다. 8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당시 자발적인 시민 모금을 통해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움직임도 일었습니다. 이때 부산에 세워진 소녀상은 매일 일본영사관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6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에 검은 봉지가 씌워졌습니다. '철거'라는 붉은 글자가 선명하게 적힌 봉지였습니다. 한 30대 남성이 검은 봉지로 테러를 벌인 것입니다.

30대 남성이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씌운 검은 봉지30대 남성이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씌운 검은 봉지

소녀상 수난에 고발전까지…경찰들도 고발당해

경찰이 봉지를 씌운 남성을 제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나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 남성이 이번에는 소녀상 앞에서 일본 맥주와 초밥을 먹으며 찍은 인증샷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잇따라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가 계속되자, 담당 자치단체인 부산 동구청은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결국, 경찰은 방호벽을 세우고 경력을 늘려 소녀상 보호에 나섰습니다.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 부산겨레하나는 해당 남성을 재물손괴와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도 재물손괴 혐의와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남성을 고발해, 경찰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소녀상 앞 집회를 막았다면서, 부산 동부경찰서장 등 경찰 8명을 집회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방호벽을 설치하고 소녀상 보호에 나선 경찰방호벽을 설치하고 소녀상 보호에 나선 경찰

계속되는 소녀상의 수난…"법적 처벌 어려워"

소녀상 수난은 전국적으로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위안부상 철거 마스크 씌우기 챌린지'가 서울과 경기 김포 등에서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해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처벌이 어렵다는 게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들과 사법기관의 고민입니다.

사람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보니 재물손괴나 모욕죄 적용이 어려운 탓입니다.

시민단체와 부산시, 부산 동구, 경찰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부산시와 부산 동구는 "첫 회의인만큼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않았다"며 "소녀상 보호 대책을 위해 기관별 대응 방법을 실무적으로 의논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부산시가 조례를 통해 소녀상 관리를 하는 만큼 부산시가 나서서 경력 배치를 확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 때문에 세워졌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요구해 온 합당한 사과나 법적 책임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지금 겪는 수난도 결국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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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9 15: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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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 장관 공동 기자회견 중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검은 봉지' 테러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명확히 따지지 않았고,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후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수요집회를 시작했고, 그 횟수가 어느덧 100회를 넘겼습니다. 8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당시 자발적인 시민 모금을 통해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움직임도 일었습니다. 이때 부산에 세워진 소녀상은 매일 일본영사관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6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에 검은 봉지가 씌워졌습니다. '철거'라는 붉은 글자가 선명하게 적힌 봉지였습니다. 한 30대 남성이 검은 봉지로 테러를 벌인 것입니다.

30대 남성이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씌운 검은 봉지
소녀상 수난에 고발전까지…경찰들도 고발당해

경찰이 봉지를 씌운 남성을 제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나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 남성이 이번에는 소녀상 앞에서 일본 맥주와 초밥을 먹으며 찍은 인증샷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잇따라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가 계속되자, 담당 자치단체인 부산 동구청은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결국, 경찰은 방호벽을 세우고 경력을 늘려 소녀상 보호에 나섰습니다.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 부산겨레하나는 해당 남성을 재물손괴와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도 재물손괴 혐의와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남성을 고발해, 경찰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소녀상 앞 집회를 막았다면서, 부산 동부경찰서장 등 경찰 8명을 집회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방호벽을 설치하고 소녀상 보호에 나선 경찰
계속되는 소녀상의 수난…"법적 처벌 어려워"

소녀상 수난은 전국적으로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위안부상 철거 마스크 씌우기 챌린지'가 서울과 경기 김포 등에서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해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처벌이 어렵다는 게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들과 사법기관의 고민입니다.

사람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보니 재물손괴나 모욕죄 적용이 어려운 탓입니다.

시민단체와 부산시, 부산 동구, 경찰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부산시와 부산 동구는 "첫 회의인만큼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않았다"며 "소녀상 보호 대책을 위해 기관별 대응 방법을 실무적으로 의논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부산시가 조례를 통해 소녀상 관리를 하는 만큼 부산시가 나서서 경력 배치를 확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 때문에 세워졌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요구해 온 합당한 사과나 법적 책임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지금 겪는 수난도 결국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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