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이 56.4 킬로그램이었는데요. 또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도 8 킬로그램 줄어든 양입니다. 이에 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다양한 쌀 감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에 이어, 강원도 최대 쌀 생산지인 철원에선 올해 처음으로 '부분 휴경제'까지 도입했습니다.
![철원에선 올해부터 쌀 감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부분휴경제’를 실시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262525.jpg)
강원도 최대 쌀 생산지인 철원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모내기가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철원평야를 찾았을 때는 줄 맞춰 벼가 빼곡히 심겨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빽빽이 모내기가 된 논 사이에 모양이 다른 논이 눈에 띄었습니다. 벼 사이를 폭 30센티미터 정도 되게 떨어뜨려 두고, 논 안쪽 가장자리는 1 미터가 좀 안 되게 비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치 이가 빠진 듯 열 줄 건너 한 줄씩 모 줄이 빠져 있고, 디귿자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빈 논도 있습니다.
![부분 휴경을 신청한 농민의 논. 중간중간 모를 내지 않고 비워둔 부분이 눈에 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285715.jpg)
논 전체를 비우는 전통적인 방식의 '휴경'이 아니라 일정 구역만 비워놓는 '부분 휴경'을 한 겁니다. 철원군이 올해 처음 도입한 쌀 감산정책입니다. 이희종 철원군 농업기술과장은 "원천적으로 보면 쌀의 수량, 재배면적을 줄여야지 쌀값 안정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해 부분 휴경제를 실시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엔 쌀 감산을 위해 논 전체 휴경을 해 보기도 했지만, 논이 잡초로 뒤덮이면서 지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또, 휴경의 대가로 정부의 직불금을 받으려면 논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벼를 그대로 심겠다는 농민이 더 많았습니다. 쌀 농민 주남수 씨는 "쌀 소비는 덜 되고, 나오는 양은 많고 그래서 농사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은 쌀 감산 정책에 일조하려고 부분 휴경을 신청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신청 농가는 150여 곳, 면적 33만 제곱미터입니다. 철원 전체 쌀 농가의 4%가 참여한건데, 부분 휴경을 통해 쌀 237 톤이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경지 1 제곱미터당 750원씩 보상금을 줍니다. 부분휴경제에 참여한 농민 김원석 씨는 "마른 논에 볍씨를 뿌려서 벼를 키우는 '건답직파' 농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법을 쓰면 물을 들이고 빼는 배수로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만든 배수로를 휴경하는 부분으로 지정하니 나름대로 소득이 있는 거라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를 심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실시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300110.jpg)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 같은 밭 작물을 심도록 장려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철원평야의 논 중간중간에 밭 작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축산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는 농민 구윤정 씨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청해 논에 옥수수를 기르고 있습니다. 구 씨는 "사룟값이 많이 올라 있는 상태고 건초값도 지금 많이 상승해, 내가 옥수수를 재배해서 조사료를 아끼고자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민들은 “부분휴경제나 전략작물직불제두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면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339966.jpg)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감축 목표를 1,270 제곱킬로미터로 세웠습니다. 실제 신청 면적은 1,250 제곱킬로미터로, 목표치를 거의 다 채웠습니다. 올해는 감축 목표 면적을 1,500제곱킬로미터 넘게 잡았습니다. 유형종 강원도 식량산업팀장은 "잡곡 사업과 연계해서 올해 3억 4,000만 원 정도의 사업비를 투자해 지급 중이고, 내년에는 지원 금액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략작물직불제나 부분휴경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농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농민 유재우 씨는 "전략작물에 대한 농법 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 농가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도 있고, 판로 개척이 안 된 상태에서는 현재 그나마 벼농사가 그보다는 좀 소득이 나은 부분이 있어서 쌀 감산 정책에 동참하는 걸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분 휴경이나 전략작물직불제 모두 정부 지원금이 더 늘어난다면 여기에 동참하는 농민들이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쌀밥 외면 시대, 쌀 감산 ‘안간힘’…‘부분 휴경’까지 도입
-
- 입력 2024-05-25 07:00:10
![철원에선 올해부터 쌀 감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부분휴경제’를 실시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262525.jpg)
강원도 최대 쌀 생산지인 철원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모내기가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철원평야를 찾았을 때는 줄 맞춰 벼가 빼곡히 심겨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빽빽이 모내기가 된 논 사이에 모양이 다른 논이 눈에 띄었습니다. 벼 사이를 폭 30센티미터 정도 되게 떨어뜨려 두고, 논 안쪽 가장자리는 1 미터가 좀 안 되게 비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치 이가 빠진 듯 열 줄 건너 한 줄씩 모 줄이 빠져 있고, 디귿자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빈 논도 있습니다.
![부분 휴경을 신청한 농민의 논. 중간중간 모를 내지 않고 비워둔 부분이 눈에 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285715.jpg)
논 전체를 비우는 전통적인 방식의 '휴경'이 아니라 일정 구역만 비워놓는 '부분 휴경'을 한 겁니다. 철원군이 올해 처음 도입한 쌀 감산정책입니다. 이희종 철원군 농업기술과장은 "원천적으로 보면 쌀의 수량, 재배면적을 줄여야지 쌀값 안정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해 부분 휴경제를 실시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엔 쌀 감산을 위해 논 전체 휴경을 해 보기도 했지만, 논이 잡초로 뒤덮이면서 지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또, 휴경의 대가로 정부의 직불금을 받으려면 논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벼를 그대로 심겠다는 농민이 더 많았습니다. 쌀 농민 주남수 씨는 "쌀 소비는 덜 되고, 나오는 양은 많고 그래서 농사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은 쌀 감산 정책에 일조하려고 부분 휴경을 신청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신청 농가는 150여 곳, 면적 33만 제곱미터입니다. 철원 전체 쌀 농가의 4%가 참여한건데, 부분 휴경을 통해 쌀 237 톤이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경지 1 제곱미터당 750원씩 보상금을 줍니다. 부분휴경제에 참여한 농민 김원석 씨는 "마른 논에 볍씨를 뿌려서 벼를 키우는 '건답직파' 농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법을 쓰면 물을 들이고 빼는 배수로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만든 배수로를 휴경하는 부분으로 지정하니 나름대로 소득이 있는 거라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를 심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실시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300110.jpg)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 같은 밭 작물을 심도록 장려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철원평야의 논 중간중간에 밭 작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축산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는 농민 구윤정 씨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청해 논에 옥수수를 기르고 있습니다. 구 씨는 "사룟값이 많이 올라 있는 상태고 건초값도 지금 많이 상승해, 내가 옥수수를 재배해서 조사료를 아끼고자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민들은 “부분휴경제나 전략작물직불제두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면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4/05/24/320171716517339966.jpg)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감축 목표를 1,270 제곱킬로미터로 세웠습니다. 실제 신청 면적은 1,250 제곱킬로미터로, 목표치를 거의 다 채웠습니다. 올해는 감축 목표 면적을 1,500제곱킬로미터 넘게 잡았습니다. 유형종 강원도 식량산업팀장은 "잡곡 사업과 연계해서 올해 3억 4,000만 원 정도의 사업비를 투자해 지급 중이고, 내년에는 지원 금액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략작물직불제나 부분휴경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농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농민 유재우 씨는 "전략작물에 대한 농법 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 농가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도 있고, 판로 개척이 안 된 상태에서는 현재 그나마 벼농사가 그보다는 좀 소득이 나은 부분이 있어서 쌀 감산 정책에 동참하는 걸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분 휴경이나 전략작물직불제 모두 정부 지원금이 더 늘어난다면 여기에 동참하는 농민들이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조휴연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