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아낌없는 기부…‘나눔 영웅’ 6.25 참전용사

입력 2024.06.01 (08:58) 수정 2024.06.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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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억하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의 첫날입니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용사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들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겠죠.

오늘 <통일로 미래로> 코너에서는 나눔이란 가치를 가슴에 품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한 참전용사를 김옥영 리포터가 만났다고 합니다.

아흔의 나이에도 기부와 후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손이선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금 만나 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사무소,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지역 소식이 궁금해 방문했다는 할아버지.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아이 낳는 사람이 있으면 축하금 줘요, 내가. 그래서 그런 사람 혹시 있나 하고는 와봤죠."]

아흔 살, 손이선 할아버지는 귀래면의 저출산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주익환/원주시 귀래면장 : "특히 시골 지역이다 보니까 인구가 감소돼서 출산 장려 때문에 많이 걱정을 하세요. 그래서 항상 관심 갖고 계시고…"]

올해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20만 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출생 소식을 전한 직원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도 남아있습니다.

[박지은/귀래면 주민자치센터 주무관 :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근처에 계시다고 그래서 바로 일자리에서 돈 들어왔다고 하면서 20만 원을 들고 오신 거예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치열한 청춘을 보낸 참전용사입니다.

지금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곳 원주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마음은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요.

귀래면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손이선 할아버지의 집입니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면사무소요. 노인 일자리 일하러 갑니다. (어떤 일 하세요?) 거리 청소합니다."]

문밖을 나서, 집게와 봉투까지 준비해 일터로 향합니다.

["이런 것도 찍어야지. (그게 뭐예요?) 이거 좋은 거잖아요.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

손이선 할아버지의 유쾌한 출근길이 시작됐습니다.

["갑니다."]

청소 장소에 도착하자 동료들이 화기애애하게 맞아줍니다.

["안녕하세요. (젊은 오빠, 오시느라 고생했어.) 네, 감사합니다."]

일행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함께 어울리며 베푸는 마음은 웬만한 청춘 못지않다는데요.

[김부열/강원도 원주시 : "없는 사람들한테 봉사하고 돈도 다 주고 우리에게도 항상 이렇게 먹을 거 사다가 주시고 그래서 젊은 오빠라고 해요."]

지난 10년 동안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손이선 할아버지.

거리의 쓰레기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며 깨끗이 청소합니다.

["((청소) 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시는 거예요?) 즐겁게 삽시다 그래요. 건강합시다 하고."]

이렇게 하루에 세 시간, 한 달에 열흘을 일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얼마 정도 버세요?) 한 달에 29만 원 줘요."]

거리 청소를 통해 번 돈은 대부분 기부금으로 쓰입니다.

퇴근 후 돌아온 집에는 나눔의 시간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데요.

국가유공자증서와 나란히 걸린 표창장.

["내 자랑. 도지사한테 받은 표창장. 국가발전에 공훈이 컸다 그런 얘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틈틈이 후원한 내역들도 눈에 띕니다.

마침, 오랜 시간 후원한 단체에서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습니다.

감사장 전달을 위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오기쁨/초록우산강원지역본부 : "감사장.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올곧게 자라나도록 후원하고 있기에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원자님."]

이 단체에만 지난 7년간, 매달 6만 원을 기부해 왔다고 합니다.

[오기쁨/초록우산강원지역본부 : "KBS 해외 동행 특집을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고 하셨는데요. 후원금은 강원도 내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 아동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용되고 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는 1952년 학도병으로 1년 2개월간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런데 군적이 없었던 까닭에 1954년 입영통지서를 받고 다시 한번 군에 입대하게 됐다고 합니다.

4년간 복무한 뒤에는 회사원과 사업가로 치열하게 생업을 이어갔다고 하는데요.

60대 은퇴 이후엔 봉사와 기부의 삶을 살았습니다.

2년 전에는 나눔의 경험을 모아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는데요.

[손이선 : "유수 세월 60년. 허무 인생 60세. 허무하게 살았고 60년을, 이제 귀래에 와서 살면서 좋은 일 하고 살겠다…."]

기부는 2017년, 순직 소방관을 돕기 위한 단체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처음에는 '소방관 모닥불회'라고 그랬어요. 강릉 소방관 둘이 순직했어요, 불 끄다가. 그래서 거기 50만 원 (기부) 했지. 김제 소방관 하나가 순직했고 제주도 소방관이 순직했고 그랬어요. 다 후원회에서 부의금 보냈어요."]

손이선 할아버지는 이웃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모닥불이 되고 싶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요.

이 희망의 바람이 동료 참전용사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가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금 어디 가고 계세요?) 신림면 6.25참전 유공자한테."]

손 할아버지는 '사랑의 모닥불회'를 통해 참전용사 후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후원해주신 분 만나러 가는데 어떠세요?) 마음이 새롭죠."]

첫 만남이지만 오랜 벗처럼, 두 참전용사가 마주합니다.

김명순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 침투 요원으로 활약했다고 하는데요.

[김명순/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적지에 들어가서 주요 시설 파괴, 기타 등등 그런 임무를 맡은 부대였어요."]

전쟁터에서 청춘을 보낸 두 참전용사에게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김명순/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우리 대한민국이 이만큼 경제가 발전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손 할아버지는 참전용사의 노고와 헌신이 후대에 값진 유산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손 할아버지가 20년 전 집 주변에서 발견한 사격호입니다.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이게 사격호. 적군들이 전쟁하면 문막 쪽에서 이쪽으로 오거든요. 이리 내려오면 여기서 사격을 하는 거야."]

사격호에선 전투를 벌인 병사들을 추모하고 한 편에선 200주의 무궁화를 심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라의 혜택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손이선 할아버지.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모든 걸 도움을 받고 살았잖아요. 나라에서 받고 다 도움을 받고 살았지. 그러니까 나도 갚아야 한다 그 말이지."]

이웃과 나라를 향한 그의 진심이 오늘도 따스한 모닥불처럼 주위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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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아낌없는 기부…‘나눔 영웅’ 6.25 참전용사
    • 입력 2024-06-01 08:58:03
    • 수정2024-06-01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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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억하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의 첫날입니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용사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들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겠죠.

오늘 <통일로 미래로> 코너에서는 나눔이란 가치를 가슴에 품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한 참전용사를 김옥영 리포터가 만났다고 합니다.

아흔의 나이에도 기부와 후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손이선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금 만나 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사무소,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지역 소식이 궁금해 방문했다는 할아버지.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아이 낳는 사람이 있으면 축하금 줘요, 내가. 그래서 그런 사람 혹시 있나 하고는 와봤죠."]

아흔 살, 손이선 할아버지는 귀래면의 저출산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주익환/원주시 귀래면장 : "특히 시골 지역이다 보니까 인구가 감소돼서 출산 장려 때문에 많이 걱정을 하세요. 그래서 항상 관심 갖고 계시고…"]

올해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20만 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출생 소식을 전한 직원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도 남아있습니다.

[박지은/귀래면 주민자치센터 주무관 :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근처에 계시다고 그래서 바로 일자리에서 돈 들어왔다고 하면서 20만 원을 들고 오신 거예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치열한 청춘을 보낸 참전용사입니다.

지금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곳 원주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마음은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요.

귀래면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손이선 할아버지의 집입니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면사무소요. 노인 일자리 일하러 갑니다. (어떤 일 하세요?) 거리 청소합니다."]

문밖을 나서, 집게와 봉투까지 준비해 일터로 향합니다.

["이런 것도 찍어야지. (그게 뭐예요?) 이거 좋은 거잖아요.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

손이선 할아버지의 유쾌한 출근길이 시작됐습니다.

["갑니다."]

청소 장소에 도착하자 동료들이 화기애애하게 맞아줍니다.

["안녕하세요. (젊은 오빠, 오시느라 고생했어.) 네, 감사합니다."]

일행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함께 어울리며 베푸는 마음은 웬만한 청춘 못지않다는데요.

[김부열/강원도 원주시 : "없는 사람들한테 봉사하고 돈도 다 주고 우리에게도 항상 이렇게 먹을 거 사다가 주시고 그래서 젊은 오빠라고 해요."]

지난 10년 동안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손이선 할아버지.

거리의 쓰레기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며 깨끗이 청소합니다.

["((청소) 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시는 거예요?) 즐겁게 삽시다 그래요. 건강합시다 하고."]

이렇게 하루에 세 시간, 한 달에 열흘을 일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얼마 정도 버세요?) 한 달에 29만 원 줘요."]

거리 청소를 통해 번 돈은 대부분 기부금으로 쓰입니다.

퇴근 후 돌아온 집에는 나눔의 시간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데요.

국가유공자증서와 나란히 걸린 표창장.

["내 자랑. 도지사한테 받은 표창장. 국가발전에 공훈이 컸다 그런 얘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틈틈이 후원한 내역들도 눈에 띕니다.

마침, 오랜 시간 후원한 단체에서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습니다.

감사장 전달을 위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오기쁨/초록우산강원지역본부 : "감사장.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올곧게 자라나도록 후원하고 있기에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원자님."]

이 단체에만 지난 7년간, 매달 6만 원을 기부해 왔다고 합니다.

[오기쁨/초록우산강원지역본부 : "KBS 해외 동행 특집을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고 하셨는데요. 후원금은 강원도 내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 아동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용되고 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는 1952년 학도병으로 1년 2개월간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런데 군적이 없었던 까닭에 1954년 입영통지서를 받고 다시 한번 군에 입대하게 됐다고 합니다.

4년간 복무한 뒤에는 회사원과 사업가로 치열하게 생업을 이어갔다고 하는데요.

60대 은퇴 이후엔 봉사와 기부의 삶을 살았습니다.

2년 전에는 나눔의 경험을 모아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는데요.

[손이선 : "유수 세월 60년. 허무 인생 60세. 허무하게 살았고 60년을, 이제 귀래에 와서 살면서 좋은 일 하고 살겠다…."]

기부는 2017년, 순직 소방관을 돕기 위한 단체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처음에는 '소방관 모닥불회'라고 그랬어요. 강릉 소방관 둘이 순직했어요, 불 끄다가. 그래서 거기 50만 원 (기부) 했지. 김제 소방관 하나가 순직했고 제주도 소방관이 순직했고 그랬어요. 다 후원회에서 부의금 보냈어요."]

손이선 할아버지는 이웃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모닥불이 되고 싶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요.

이 희망의 바람이 동료 참전용사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손이선 할아버지가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금 어디 가고 계세요?) 신림면 6.25참전 유공자한테."]

손 할아버지는 '사랑의 모닥불회'를 통해 참전용사 후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후원해주신 분 만나러 가는데 어떠세요?) 마음이 새롭죠."]

첫 만남이지만 오랜 벗처럼, 두 참전용사가 마주합니다.

김명순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 침투 요원으로 활약했다고 하는데요.

[김명순/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적지에 들어가서 주요 시설 파괴, 기타 등등 그런 임무를 맡은 부대였어요."]

전쟁터에서 청춘을 보낸 두 참전용사에게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김명순/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우리 대한민국이 이만큼 경제가 발전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손 할아버지는 참전용사의 노고와 헌신이 후대에 값진 유산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손 할아버지가 20년 전 집 주변에서 발견한 사격호입니다.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이게 사격호. 적군들이 전쟁하면 문막 쪽에서 이쪽으로 오거든요. 이리 내려오면 여기서 사격을 하는 거야."]

사격호에선 전투를 벌인 병사들을 추모하고 한 편에선 200주의 무궁화를 심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라의 혜택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손이선 할아버지.

[손이선/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 "모든 걸 도움을 받고 살았잖아요. 나라에서 받고 다 도움을 받고 살았지. 그러니까 나도 갚아야 한다 그 말이지."]

이웃과 나라를 향한 그의 진심이 오늘도 따스한 모닥불처럼 주위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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