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역대급 호황이라는데…근로자는 우울한 도시가 있다? [창+]

입력 2024.06.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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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울산 탈출-청년을 잃어버린 도시' 중에서]


자정을 넘은 시각, 야근을 마친 노동자들이 달려 나옵니다.

우산을 펼쳐들고 뛰어가는 사람들.

<녹취>
(기자:왜 이렇게 나오실 때 뛰어 나오시는 건가요?)
“집에 빨리 가려고요.”
(기자:안 뛰면 못 가나요?)
“늦어져서요.”
(기자: 차를 타고 가서요?)
“네, 차가 막혀서요.”

자정 넘은 시간에 차가 막히는 이유

(기자:이렇게 나오는 시간이 (하루에) 몇 번 있나요?)
“2번 정도요.”
(기자: 몇 시쯤인가요?)
“오후 3시 반하고 0시 10분하고, 이렇게 2번이요.”

현대차 생산공장이 새벽부터 자정까지 돌아가서, 울산이라서 그렇습니다.


울산의 출퇴근은 언제나 오토바이의 행렬입니다.

배와 자동차,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도시,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는 이 노동자의 숫자가 결정하기에 노동자의 행렬은 울산의 힘을 상징했습니다.

올해 36살 김현제 씨는 현대차 비정규 노조 지회장입니다.

현대차 일을 시작한 것은 17년 전.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2007년도면 저 스무 살 때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용직, 아르바이트, 청소, 경비 안 해본 게 없는 거 같아요.”

현대차 정규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울산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거든요. 아버지 회사 다니시는 것 보면서 나도 현대자동차에 들어가서 현대자동차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생각했어요).”

그러나 현제 씨의 신분은 비정규직,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울산이라는 도시가 그래요. 신분이 다 나누어져 있어요.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 협력사, 부품사 다 나누어져 있거든요.”

지난달에는 월급통장을 압류 당했습니다.
노조활동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아무래도 비정규직이다 보니까) 근무환경이라든지 노동 강도가 너무 힘들어요.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파업을 하게 되었고 현대자동차 원청사 생산라인을 48분 정도 세웠는데 그것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해서 1분에 백만 원씩 총 4,800만 원. (법원 판결에서) 과실 비율 50%로 제한하면서 2,400만 원 최종 대법 확정판결 받게 되면서...”

같은 직장 다른 신분인 아버지의 당부는 한결같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아버지께서는 노조 일을) 굳이 왜 하냐.
하더라도 나서지 마라.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식이 비정규직이고 하청이고 하면 속상하시죠.”

하지만 현제 씨는 오늘도 앞에 나섭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 상황 이런 것들을 조금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합니다. 그것이 현실이거든요.”

현대 중공업의 퇴근길,

오토바이 무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요. (그 뒤로) 오토바이를 세 번 정도 바꿨어요. 저거 새 거 사고 세 번 정도 바꿨습니다.”

중공업 하청 노동자인 최도섭 씨가 울산에 발을 디딘 건 20년도 더 전입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2001년인가 그럴 겁니다. 현대중공업에 온 해가. 원래 조선소 일이 그렇잖아요. 험하고 힘들고, 다 힘들어요. 다 힘든 상황에서 넘어서서 경력이 쌓이고 그때 되면 좀 수월해지죠.”

고되고 위험하지만 급여는 적습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2023년 12월. 300시간이 넘었는데 실제 임금이 2백 얼마 밖에 안돼요.”
“시급이 1만 2천 원이었는데 이번에 오른 게 400원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시급이) 1만 2천400원.”

2015년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깎였던 급여는 호황이 돌아왔다는데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조선소 주변 상권도 움츠려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순임 / 울산 전하시장 상인
“너무너무 없어. 전하시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 20년 전에는 완전 발을 못 딛게 잘 됐는데 지금은 완전 뒤바뀌었어. 여기 이런 빈집 많잖아. 다 비어 있잖아.”

<인터뷰> 김영진 / 울산 백양상회 작업복 사장
“우리 집 단골들도 옛날에 중공업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해고된 뒤에) 타 지방 가보니 일할 게 많은 거예요, 용접 기술만 있으면. 내가 위험한 데 가서 목숨 걸고 안 해도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니까 안 오잖아요. 그 사람들 다시 불러도 안 와요.
동구가 인구감소지역 2위잖아요, (부산) 영도 다음으로. 중공업에 젊은 사람이 없어요. 사람을 못 구한다 하고. 옛날에 정년퇴직하셨던 나이 드신 분들이 다시 중공업에 와서 일하고 있거든요. 중공업 안에 60대가 수두룩하다고 하더라고요.”


관련 방송: 2024년 5월 21일(화) KBS 1TV, 22:00 <시사기획 창> 울산탈출 – 청년을 잃어버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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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1 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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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울산 탈출-청년을 잃어버린 도시' 중에서]


자정을 넘은 시각, 야근을 마친 노동자들이 달려 나옵니다.

우산을 펼쳐들고 뛰어가는 사람들.

<녹취>
(기자:왜 이렇게 나오실 때 뛰어 나오시는 건가요?)
“집에 빨리 가려고요.”
(기자:안 뛰면 못 가나요?)
“늦어져서요.”
(기자: 차를 타고 가서요?)
“네, 차가 막혀서요.”

자정 넘은 시간에 차가 막히는 이유

(기자:이렇게 나오는 시간이 (하루에) 몇 번 있나요?)
“2번 정도요.”
(기자: 몇 시쯤인가요?)
“오후 3시 반하고 0시 10분하고, 이렇게 2번이요.”

현대차 생산공장이 새벽부터 자정까지 돌아가서, 울산이라서 그렇습니다.


울산의 출퇴근은 언제나 오토바이의 행렬입니다.

배와 자동차,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도시,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는 이 노동자의 숫자가 결정하기에 노동자의 행렬은 울산의 힘을 상징했습니다.

올해 36살 김현제 씨는 현대차 비정규 노조 지회장입니다.

현대차 일을 시작한 것은 17년 전.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2007년도면 저 스무 살 때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용직, 아르바이트, 청소, 경비 안 해본 게 없는 거 같아요.”

현대차 정규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울산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거든요. 아버지 회사 다니시는 것 보면서 나도 현대자동차에 들어가서 현대자동차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생각했어요).”

그러나 현제 씨의 신분은 비정규직,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울산이라는 도시가 그래요. 신분이 다 나누어져 있어요.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 협력사, 부품사 다 나누어져 있거든요.”

지난달에는 월급통장을 압류 당했습니다.
노조활동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아무래도 비정규직이다 보니까) 근무환경이라든지 노동 강도가 너무 힘들어요.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파업을 하게 되었고 현대자동차 원청사 생산라인을 48분 정도 세웠는데 그것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해서 1분에 백만 원씩 총 4,800만 원. (법원 판결에서) 과실 비율 50%로 제한하면서 2,400만 원 최종 대법 확정판결 받게 되면서...”

같은 직장 다른 신분인 아버지의 당부는 한결같습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아버지께서는 노조 일을) 굳이 왜 하냐.
하더라도 나서지 마라.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식이 비정규직이고 하청이고 하면 속상하시죠.”

하지만 현제 씨는 오늘도 앞에 나섭니다.

<인터뷰> 김현제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지회장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 상황 이런 것들을 조금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합니다. 그것이 현실이거든요.”

현대 중공업의 퇴근길,

오토바이 무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요. (그 뒤로) 오토바이를 세 번 정도 바꿨어요. 저거 새 거 사고 세 번 정도 바꿨습니다.”

중공업 하청 노동자인 최도섭 씨가 울산에 발을 디딘 건 20년도 더 전입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2001년인가 그럴 겁니다. 현대중공업에 온 해가. 원래 조선소 일이 그렇잖아요. 험하고 힘들고, 다 힘들어요. 다 힘든 상황에서 넘어서서 경력이 쌓이고 그때 되면 좀 수월해지죠.”

고되고 위험하지만 급여는 적습니다.

<인터뷰> 최도섭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조합원
“2023년 12월. 300시간이 넘었는데 실제 임금이 2백 얼마 밖에 안돼요.”
“시급이 1만 2천 원이었는데 이번에 오른 게 400원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시급이) 1만 2천400원.”

2015년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깎였던 급여는 호황이 돌아왔다는데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조선소 주변 상권도 움츠려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순임 / 울산 전하시장 상인
“너무너무 없어. 전하시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 20년 전에는 완전 발을 못 딛게 잘 됐는데 지금은 완전 뒤바뀌었어. 여기 이런 빈집 많잖아. 다 비어 있잖아.”

<인터뷰> 김영진 / 울산 백양상회 작업복 사장
“우리 집 단골들도 옛날에 중공업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해고된 뒤에) 타 지방 가보니 일할 게 많은 거예요, 용접 기술만 있으면. 내가 위험한 데 가서 목숨 걸고 안 해도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니까 안 오잖아요. 그 사람들 다시 불러도 안 와요.
동구가 인구감소지역 2위잖아요, (부산) 영도 다음으로. 중공업에 젊은 사람이 없어요. 사람을 못 구한다 하고. 옛날에 정년퇴직하셨던 나이 드신 분들이 다시 중공업에 와서 일하고 있거든요. 중공업 안에 60대가 수두룩하다고 하더라고요.”


관련 방송: 2024년 5월 21일(화) KBS 1TV, 22:00 <시사기획 창> 울산탈출 – 청년을 잃어버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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