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 “RE100에는 원전 없어”…전력계획 반발

입력 2024.06.03 (15:09) 수정 2024.06.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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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기후·환경단체들의 광화문 공동 기자회견오늘(3일) 기후·환경단체들의 광화문 공동 기자회견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대한 기후·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오늘(3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기로 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재수립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의 중장기(15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수립하는 계획으로, 어느 정도의 전력 수요가 발생하며,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에너지 마스터 플랜'입니다.

지난달 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 브리핑지난달 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 브리핑

■"태양광·풍력 발전량 늘어나" vs "여전히 재생에너지 꼴찌"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였던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 65.8GW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72GW로 총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이 2030년 72GW까지 늘어난다면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겁니다.

반면, 기후·환경단체들은 11차 계획에서 제시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이행한다 해도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국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이행보고서 (통계청)한국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이행보고서 (통계청)

비영리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기존의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2030년 최소 110GW에서 최대 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목표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밝혔습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도 COP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국가가 2030년까지 필요 전력량 중 최소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온실가스 누적배출 책임 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빛원전한빛원전

■ '무탄소 연합'이 'RE100' 대체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쟁점은 원전 확대입니다.

정부는 2038년까지 원전의 발전 비중을 35.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11차 계획에서 밝혔습니다. 원전 확대의 이유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내세웠습니다. 원전을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발전'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하지만, 원전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 기조가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발전량에 다소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간헐성 전원입니다. 반면, 원전은 일정 발전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경직성 전원이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합친 총 발전량이 당초 목표를 넘어서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간헐성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줄이는 쪽으로 귀결될 거란 설명입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은 기술적 속성이 다르다"면서 "전력망을 운영할 때 두 기술적 속성이 충돌하기 때문에 함께 전력망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표준으로 자리잡은 RE100(재생에너지 100%)에 원전이 빠져있는 점도 지적합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CF100(무탄소 에너지 공급 100%-원전 포함)이 이미 국제 규범화된 된 RE100을 대체할 수 없다"면서 "여러 국제 비영리 단체들이 주도한 RE100과 달리 한국 정부 혼자 나서는 CF100은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LNG 발전소LNG 발전소

■LNG 의존 여전..불안한 에너지 안보

11차 전력기본계획 실무안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10차 계획보다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LNG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그 결과 10차 계획에서 2036년 기준 9.3%였던 LNG 발전 비중은 11차 계획에서 2038년 기준 11.1%까지 증가했습니다.

화석연료인 LNG는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적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LNG 발전 증가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더 높인 무책임한 계획으로, 정부의 탄소 중립 의지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가 수소를 함께 태우는 혼소 발전을 내세우며 조건부 LNG 발전소 건설을 제시했지만, 결국 발전 사업자에게 LNG 발전 설비를 늘리는 명분을 준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차 계획 실무안을 바탕으로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국회 보고,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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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기후·환경단체들의 광화문 공동 기자회견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대한 기후·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오늘(3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기로 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재수립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의 중장기(15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수립하는 계획으로, 어느 정도의 전력 수요가 발생하며,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에너지 마스터 플랜'입니다.

지난달 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 브리핑
■"태양광·풍력 발전량 늘어나" vs "여전히 재생에너지 꼴찌"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였던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 65.8GW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72GW로 총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이 2030년 72GW까지 늘어난다면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겁니다.

반면, 기후·환경단체들은 11차 계획에서 제시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이행한다 해도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국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이행보고서 (통계청)
비영리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기존의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2030년 최소 110GW에서 최대 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목표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밝혔습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도 COP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국가가 2030년까지 필요 전력량 중 최소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온실가스 누적배출 책임 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빛원전
■ '무탄소 연합'이 'RE100' 대체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쟁점은 원전 확대입니다.

정부는 2038년까지 원전의 발전 비중을 35.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11차 계획에서 밝혔습니다. 원전 확대의 이유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내세웠습니다. 원전을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발전'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하지만, 원전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 기조가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발전량에 다소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간헐성 전원입니다. 반면, 원전은 일정 발전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경직성 전원이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합친 총 발전량이 당초 목표를 넘어서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간헐성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줄이는 쪽으로 귀결될 거란 설명입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은 기술적 속성이 다르다"면서 "전력망을 운영할 때 두 기술적 속성이 충돌하기 때문에 함께 전력망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표준으로 자리잡은 RE100(재생에너지 100%)에 원전이 빠져있는 점도 지적합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CF100(무탄소 에너지 공급 100%-원전 포함)이 이미 국제 규범화된 된 RE100을 대체할 수 없다"면서 "여러 국제 비영리 단체들이 주도한 RE100과 달리 한국 정부 혼자 나서는 CF100은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LNG 발전소
■LNG 의존 여전..불안한 에너지 안보

11차 전력기본계획 실무안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10차 계획보다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LNG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그 결과 10차 계획에서 2036년 기준 9.3%였던 LNG 발전 비중은 11차 계획에서 2038년 기준 11.1%까지 증가했습니다.

화석연료인 LNG는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적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LNG 발전 증가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더 높인 무책임한 계획으로, 정부의 탄소 중립 의지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가 수소를 함께 태우는 혼소 발전을 내세우며 조건부 LNG 발전소 건설을 제시했지만, 결국 발전 사업자에게 LNG 발전 설비를 늘리는 명분을 준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차 계획 실무안을 바탕으로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국회 보고,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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