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가채무비율 왜곡…경제부총리가 두 자릿수 만들라 지시”

입력 2024.06.04 (14:00) 수정 2024.06.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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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기재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이 비율이 축소·왜곡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4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홍 전 장관은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발표 당시 기재부의 예상치가 모두 10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이를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 전 장관은 이를 위해 장기재정전망협의회에서 미리 정해둔 산출 방식을 바꾸도록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했고, 당시 재정기획심의관 등의 우려에도 정책 의지를 강조하며 재차 지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 전 장관이 청와대에 "5년 전에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번 전망에서) 100%를 넘는다고 할 경우 외부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고, 같은 날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청와대 측의 코멘트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홍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담당 국장은 실무자들의 수차례 반대에도 지시 이행을 위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결국 이 비율은 당초 추산했던 153%에서 81.1%로 축소돼 발표됐습니다.

감사원은 이같은 전망이 장기적으로 국방비, 공무원 인건비 등이 포함된 '재량지출'이 마이너스가 되게 하는 모순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며, 특정 의도에 맞는 국가채무비율 도출을 위한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홍 전 장관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축소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과 정부 신뢰를 훼손했고, 장기재정전망의 조기경보 기능을 무력화해 적절한 조치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기재부에 홍 전 장관의 비위 내용 등을 인사자료로 통보하고,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당시 담당 국장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다만 앞서 수사 요청했던 부동산 통계 조작 등과 달리 경제 전망치는 재량범위가 넓어 통계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수사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기재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제도 운용 과정에서 사업계획의 구체성 요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제공하지 않고 심의토록 하는 등 제도를 부실하게 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예타 면제가 급증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예타를 면제한 사업 수가 156건으로 예타를 실시한 사업 수 127건보다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이라는 이유로 예타가 면제된 사업이 많았는데,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면제의 필수 요건임에도 기재부는 사전용역조차 실시하지 않은 29개 면제 요청사업을 모두 사업의 구체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기재부에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의 구체성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고, 예타 면제 요건을 심의할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제공하는 등 운영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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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기재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이 비율이 축소·왜곡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4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홍 전 장관은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발표 당시 기재부의 예상치가 모두 10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이를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 전 장관은 이를 위해 장기재정전망협의회에서 미리 정해둔 산출 방식을 바꾸도록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했고, 당시 재정기획심의관 등의 우려에도 정책 의지를 강조하며 재차 지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 전 장관이 청와대에 "5년 전에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번 전망에서) 100%를 넘는다고 할 경우 외부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고, 같은 날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청와대 측의 코멘트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홍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담당 국장은 실무자들의 수차례 반대에도 지시 이행을 위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결국 이 비율은 당초 추산했던 153%에서 81.1%로 축소돼 발표됐습니다.

감사원은 이같은 전망이 장기적으로 국방비, 공무원 인건비 등이 포함된 '재량지출'이 마이너스가 되게 하는 모순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며, 특정 의도에 맞는 국가채무비율 도출을 위한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홍 전 장관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축소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과 정부 신뢰를 훼손했고, 장기재정전망의 조기경보 기능을 무력화해 적절한 조치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기재부에 홍 전 장관의 비위 내용 등을 인사자료로 통보하고,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당시 담당 국장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다만 앞서 수사 요청했던 부동산 통계 조작 등과 달리 경제 전망치는 재량범위가 넓어 통계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수사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기재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제도 운용 과정에서 사업계획의 구체성 요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제공하지 않고 심의토록 하는 등 제도를 부실하게 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예타 면제가 급증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예타를 면제한 사업 수가 156건으로 예타를 실시한 사업 수 127건보다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이라는 이유로 예타가 면제된 사업이 많았는데,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면제의 필수 요건임에도 기재부는 사전용역조차 실시하지 않은 29개 면제 요청사업을 모두 사업의 구체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기재부에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의 구체성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고, 예타 면제 요건을 심의할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제공하는 등 운영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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