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둘에 딸 하나, “우린 이미 서로에게 ‘가족’인데도…”

입력 2024.06.12 (12:08) 수정 2024.06.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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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KBS는 지난해 아이를 낳아 '모모 가정'을 이룬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존 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꾸리는 인구가 110만 명에 이르는 시대, "사랑하면 가족"이라는 이들의 말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엄마 둘에 딸 하나인 '우리 가족' 만나볼래?

"모든 가족은 다 달라. 하지만 같은 게 하나 있지. 너희 가족은 어때? 우리 가족 한 번 만나볼래?"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 씨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 속 문장입니다.

2019년 미국에서 정식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벨기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라니'를 낳았습니다.

두 달 뒤면 첫 돌을 맞는 라니의 태명은 두 사람의 친구가 대신 꿔준 '난초' 태몽에서 따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 잘 마친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가 애틋한 '가족'입니다.

두 사람은 라니가 이 관계를 '서로를 사랑하는, 그러므로 서로를 가족이라 여기는 가족'으로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연 씨는 라니의 '법적' 엄마가 되진 못합니다. 출생신고서에는 반드시 '여성'인 엄마와 '남성'인 아빠의 이름이 적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세연 씨는 규진 씨가 조리원에 들어가는 날 동행하기 위해 직장에 낸 배우자 출산 휴가를 반려 당했습니다. 세연 씨는 라니의 '아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라니와 단둘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보호자로 등록되지 않은 탓에 의심을 받아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규진 씨는 법을 대신해 '가능하면 아내가 라니의 법적 엄마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유언장에 미리 적어두었습니다.

세연 씨는 "법적 가족이 힘을 발할 때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거나, 아픈, 삶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라고 말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 가족이 되고자, 이들 부부가 가장 원하는 건 모국에서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받는 일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렇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족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할 시점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동거 가구 등 결혼하지 않고도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이들을 보호하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갑니다.

(촬영기자: 서원철/영상편집: 유승은)

[연관 기사] 성소수자 기획② “주거·생계 공유하면 가족”…해외도 변화 겪는 ‘가족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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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둘에 딸 하나, “우린 이미 서로에게 ‘가족’인데도…”
    • 입력 2024-06-12 12:08:12
    • 수정2024-06-12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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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KBS는 지난해 아이를 낳아 '모모 가정'을 이룬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br />기존 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꾸리는 인구가 110만 명에 이르는 시대, "사랑하면 가족"이라는 이들의 말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엄마 둘에 딸 하나인 '우리 가족' 만나볼래?

"모든 가족은 다 달라. 하지만 같은 게 하나 있지. 너희 가족은 어때? 우리 가족 한 번 만나볼래?"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 씨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 속 문장입니다.

2019년 미국에서 정식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벨기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라니'를 낳았습니다.

두 달 뒤면 첫 돌을 맞는 라니의 태명은 두 사람의 친구가 대신 꿔준 '난초' 태몽에서 따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 잘 마친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가 애틋한 '가족'입니다.

두 사람은 라니가 이 관계를 '서로를 사랑하는, 그러므로 서로를 가족이라 여기는 가족'으로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연 씨는 라니의 '법적' 엄마가 되진 못합니다. 출생신고서에는 반드시 '여성'인 엄마와 '남성'인 아빠의 이름이 적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세연 씨는 규진 씨가 조리원에 들어가는 날 동행하기 위해 직장에 낸 배우자 출산 휴가를 반려 당했습니다. 세연 씨는 라니의 '아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라니와 단둘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보호자로 등록되지 않은 탓에 의심을 받아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규진 씨는 법을 대신해 '가능하면 아내가 라니의 법적 엄마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유언장에 미리 적어두었습니다.

세연 씨는 "법적 가족이 힘을 발할 때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거나, 아픈, 삶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라고 말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 가족이 되고자, 이들 부부가 가장 원하는 건 모국에서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받는 일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렇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족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할 시점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동거 가구 등 결혼하지 않고도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이들을 보호하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갑니다.

(촬영기자: 서원철/영상편집: 유승은)

[연관 기사] 성소수자 기획② “주거·생계 공유하면 가족”…해외도 변화 겪는 ‘가족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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