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생계 공유하면 가족”…해외도 변화 겪는 ‘가족관’

입력 2024.06.12 (16:27) 수정 2024.06.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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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KBS는 지난해 아이를 낳아 '모모 가정'을 이룬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존 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꾸리는 인구가 110만 명에 이르는 시대, "사랑하면 가족"이라는 이들의 말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화책 <우리 가족 만나볼래?> 율리아 귈름 저동화책 <우리 가족 만나볼래?> 율리아 귈름 저


■ 비친족가구원 110만 명…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한국은 더이상 전통적인 '혼인 관계'에 묶이지 않는 가족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됐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비친족가구 수는 51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비친족가구는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과 함께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의미하는데, 여기에 속하는 가구원 수는 110만 명에 이릅니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결혼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의 의미가 새로운 결합 형태를 통해 변화 하고 있는 겁니다.

■ 새로운 단위 '생활공동체'…'법적 울타리' 필요

최근 판례를 통해서도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뒤 김 씨는 소 씨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려 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사실혼 부부에게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소 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소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동성 커플은 성별을 제외하면 사실혼 관계의 이성 커플과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생활공동체'의 개념을 ①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에 대한 상호 의사의 합치 ②밀접한 정서적·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실체로 정의했습니다.


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서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법' 입니다.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는 동반자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정의한 이 법안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사회보험·공공부조·출산휴가·주거복지 등 현행법상 가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도록 규정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발의됐던 법안은 내내 계류됐다가 22대 국회가 시작되며 결국 폐기 절차를 밟았습니다.

지난해 6월 법안을 검토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생활동반자에 대해 혼인 가족과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는데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이후 법안 심사는 물론이고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회의 실질적 노력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법사위는 "생활동반자 관계에서 출생하는 자녀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양육 환경 마련을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시민연대계약'·'생활동반자'…해외에서도 변화 중인 가족관


실제로 많은 나라가 생활동반자와 비슷한 개념의 시민 결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팍스(PACS)'라고도 불리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1999년 만들어진 이 제도는 프랑스 민법에 '성별에 관계없이 2명의 성인이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체결하는 계약'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팍스 당사자들은 혼인한 부부와 동일한 사회보장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실업수당 등의 혜택과 상대의 사망·출산으로 인한 휴가, 상속권과 공동양육권 등이 해당됩니다.

팍스의 2022년 프랑스 내 등록 건수는 20만 건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2001년 '등록된 생활동반자관계법'을 입법해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동반자 간의 부양권·자녀와의 관계·상속과 유족 연금 등을 혼인 관계에 준해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안적 가족 제도들이 비혼 동거가족에 대한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점은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성소수자 기획① 엄마 둘에 딸 하나, “우린 이미 서로에게 ‘가족’인데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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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생계 공유하면 가족”…해외도 변화 겪는 ‘가족관’
    • 입력 2024-06-12 16:27:51
    • 수정2024-06-12 18: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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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KBS는 지난해 아이를 낳아 '모모 가정'을 이룬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br />기존 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꾸리는 인구가 110만 명에 이르는 시대, "사랑하면 가족"이라는 이들의 말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br />
동화책 <우리 가족 만나볼래?> 율리아 귈름 저

■ 비친족가구원 110만 명…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한국은 더이상 전통적인 '혼인 관계'에 묶이지 않는 가족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됐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비친족가구 수는 51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비친족가구는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과 함께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의미하는데, 여기에 속하는 가구원 수는 110만 명에 이릅니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결혼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의 의미가 새로운 결합 형태를 통해 변화 하고 있는 겁니다.

■ 새로운 단위 '생활공동체'…'법적 울타리' 필요

최근 판례를 통해서도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뒤 김 씨는 소 씨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려 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사실혼 부부에게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소 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소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동성 커플은 성별을 제외하면 사실혼 관계의 이성 커플과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생활공동체'의 개념을 ①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에 대한 상호 의사의 합치 ②밀접한 정서적·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실체로 정의했습니다.


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서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법' 입니다.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는 동반자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정의한 이 법안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사회보험·공공부조·출산휴가·주거복지 등 현행법상 가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도록 규정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발의됐던 법안은 내내 계류됐다가 22대 국회가 시작되며 결국 폐기 절차를 밟았습니다.

지난해 6월 법안을 검토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생활동반자에 대해 혼인 가족과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는데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이후 법안 심사는 물론이고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회의 실질적 노력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법사위는 "생활동반자 관계에서 출생하는 자녀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양육 환경 마련을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시민연대계약'·'생활동반자'…해외에서도 변화 중인 가족관


실제로 많은 나라가 생활동반자와 비슷한 개념의 시민 결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팍스(PACS)'라고도 불리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1999년 만들어진 이 제도는 프랑스 민법에 '성별에 관계없이 2명의 성인이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체결하는 계약'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팍스 당사자들은 혼인한 부부와 동일한 사회보장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실업수당 등의 혜택과 상대의 사망·출산으로 인한 휴가, 상속권과 공동양육권 등이 해당됩니다.

팍스의 2022년 프랑스 내 등록 건수는 20만 건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2001년 '등록된 생활동반자관계법'을 입법해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동반자 간의 부양권·자녀와의 관계·상속과 유족 연금 등을 혼인 관계에 준해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안적 가족 제도들이 비혼 동거가족에 대한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점은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성소수자 기획① 엄마 둘에 딸 하나, “우린 이미 서로에게 ‘가족’인데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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