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담]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에너지 정책은?

입력 2024.06.12 (20:07) 수정 2024.06.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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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양 송전탑 투쟁, 10여 년 전 동해안의 신고리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창녕의 변전소로 옮기기 위해 밀양에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려다 밀양 주민들과 오랜 시간 큰 갈등을 빚었었는데요.

2014년 유월, 결국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행정대집행을 한지 어제(11일)로 10년이 됐습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상임대표 모시고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당시 반대 투쟁에 나섰던 밀양 주민들의 안부부터 여쭤야겠습니다.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때 산에서 쇠사슬에 몸을 묶고 저항하던 어르신들이 생각납니다.

현재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답변]

평생 조용하게 농사만 짓던 할머니들이 송전탑 때문에 평소에 한 번도 안 해보던 데모도 해보고요.

산 중턱에서 움막을 치고 살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10년 전에 들었던 헬리콥터 소리, 군홧발 소리 이게 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밭에 가도 송전탑이 따라오고, 옆집에 가도 따라오고, 노인 회관을 가도 따라오고 그런다고 합니다.

이 송전탑 높이가 100m가 넘습니다.

그러니까 어딜 가도 보이는 거죠.

사실 아직 이분들은 보상금 합의도 지금 안 해줬고요.

보상금 합의를 안 해준 가구가 한 143가구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아직도 이 송전탑을 인정할 수 없고 또 한전이나 경찰의 과격한 행동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이 송전탑을 뽑을 날이 있을 거다.

이렇게 믿고 있고요.

지금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의연하게 살고 계십니다.

[앵커]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투쟁을 시작한 게 2005년부터였죠?

수많은 공권력이 투입됐고 결국, 강제 집행이 이뤄졌는데 당시 정부에 대응, 화나고, 아쉬운 점이 많으셨죠?

[답변]

그렇습니다.

이 움막에 들어가서 저항을 하고 있었는데, 몸을 쇠사슬로 묶었거든요.

그 묶은 할머니를 절단기로 자르고 또 웃옷을 막 벗은 할머니들을 남성 경찰들이 강제로 끌어내기도 하고 현장에 주민이 한 160명 정도 있었는데요.

그 당시 경찰이 무려 2,100명이 동원됐습니다.

용역폭력도 있었고 용역폭력을 또 경찰관들이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가 조사했고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청장의 사과를 권고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은 오히려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공권력을 자기는 썼다고 하지만 공권력이 아니라 국가폭력이었습니다.

[앵커]

지난 5월 31일 정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을 표했습니다.

송전탑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고요?

[답변]

그 밀양 송전탑 사건은 핵발전소 문제이거든요.

그런데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제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 송전탑을 세운 건데 이번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을 보면 대형 신규 원전 3기를 짓고요.

새로 그다음에 소형 원전 SMR이라고 그러죠.

소형 원전을 4기를 또 추가로 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제2의 제3의 밀양 사태가 또 날 거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희망 버스를 타고 세 차례나 밀양을 방문했던 분들이 1만 명이나 됩니다.

전국에서 근데 그분들이 이렇게 찾아온 것은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서 오신 분들이거든요.

근데 지금 수명 다하는 원전 10기를 또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로 7기를 더 짓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고요.

이건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전력 수급 대비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희생을 볼모로 하는 에너지정책은 안된단 입장이신데 그렇다면 앞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 정부가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답변]

지난 8일 전국에서 한 1,500명 정도가 또 희망 버스를 타고 와서 그 자리에서 외친 것이 송전탑도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이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말씀 들어보셨죠?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이 말은, 밀양 할머니나 원자력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그런 뜻입니다.

전기는 필요한 곳에서 만들어 써야 합니다.

화석연료나 핵발전소 전기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희생을 대가로 우리가 값싸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건 정의롭지 못한 거죠.

누구에게나 공평한 에너지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가는 방향에 맞춰서 우리 정부도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유럽보다 두 배로 많이 쓰는 이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고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답입니다.

[앵커]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갈등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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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대담]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에너지 정책은?
    • 입력 2024-06-12 20:07:34
    • 수정2024-06-12 20:16:23
    뉴스7(창원)
[앵커]

밀양 송전탑 투쟁, 10여 년 전 동해안의 신고리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창녕의 변전소로 옮기기 위해 밀양에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려다 밀양 주민들과 오랜 시간 큰 갈등을 빚었었는데요.

2014년 유월, 결국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행정대집행을 한지 어제(11일)로 10년이 됐습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상임대표 모시고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당시 반대 투쟁에 나섰던 밀양 주민들의 안부부터 여쭤야겠습니다.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때 산에서 쇠사슬에 몸을 묶고 저항하던 어르신들이 생각납니다.

현재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답변]

평생 조용하게 농사만 짓던 할머니들이 송전탑 때문에 평소에 한 번도 안 해보던 데모도 해보고요.

산 중턱에서 움막을 치고 살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10년 전에 들었던 헬리콥터 소리, 군홧발 소리 이게 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밭에 가도 송전탑이 따라오고, 옆집에 가도 따라오고, 노인 회관을 가도 따라오고 그런다고 합니다.

이 송전탑 높이가 100m가 넘습니다.

그러니까 어딜 가도 보이는 거죠.

사실 아직 이분들은 보상금 합의도 지금 안 해줬고요.

보상금 합의를 안 해준 가구가 한 143가구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아직도 이 송전탑을 인정할 수 없고 또 한전이나 경찰의 과격한 행동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이 송전탑을 뽑을 날이 있을 거다.

이렇게 믿고 있고요.

지금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의연하게 살고 계십니다.

[앵커]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투쟁을 시작한 게 2005년부터였죠?

수많은 공권력이 투입됐고 결국, 강제 집행이 이뤄졌는데 당시 정부에 대응, 화나고, 아쉬운 점이 많으셨죠?

[답변]

그렇습니다.

이 움막에 들어가서 저항을 하고 있었는데, 몸을 쇠사슬로 묶었거든요.

그 묶은 할머니를 절단기로 자르고 또 웃옷을 막 벗은 할머니들을 남성 경찰들이 강제로 끌어내기도 하고 현장에 주민이 한 160명 정도 있었는데요.

그 당시 경찰이 무려 2,100명이 동원됐습니다.

용역폭력도 있었고 용역폭력을 또 경찰관들이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가 조사했고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청장의 사과를 권고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은 오히려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공권력을 자기는 썼다고 하지만 공권력이 아니라 국가폭력이었습니다.

[앵커]

지난 5월 31일 정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을 표했습니다.

송전탑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고요?

[답변]

그 밀양 송전탑 사건은 핵발전소 문제이거든요.

그런데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제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 송전탑을 세운 건데 이번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을 보면 대형 신규 원전 3기를 짓고요.

새로 그다음에 소형 원전 SMR이라고 그러죠.

소형 원전을 4기를 또 추가로 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제2의 제3의 밀양 사태가 또 날 거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희망 버스를 타고 세 차례나 밀양을 방문했던 분들이 1만 명이나 됩니다.

전국에서 근데 그분들이 이렇게 찾아온 것은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서 오신 분들이거든요.

근데 지금 수명 다하는 원전 10기를 또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로 7기를 더 짓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고요.

이건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전력 수급 대비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희생을 볼모로 하는 에너지정책은 안된단 입장이신데 그렇다면 앞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 정부가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답변]

지난 8일 전국에서 한 1,500명 정도가 또 희망 버스를 타고 와서 그 자리에서 외친 것이 송전탑도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이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말씀 들어보셨죠?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이 말은, 밀양 할머니나 원자력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그런 뜻입니다.

전기는 필요한 곳에서 만들어 써야 합니다.

화석연료나 핵발전소 전기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희생을 대가로 우리가 값싸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건 정의롭지 못한 거죠.

누구에게나 공평한 에너지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가는 방향에 맞춰서 우리 정부도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유럽보다 두 배로 많이 쓰는 이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고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답입니다.

[앵커]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갈등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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