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17회 Ⅰ] 금값된 김값
마트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김 상품들.
밥에 뿌려먹는 김 자반도 있고, 소풍 갈 때 필요한 김밥용 김도 있습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간장에 먹어도 되고 조미 김은 그냥 김밥 싸서 먹어도 되고 김밥도 꼭 김이 들어가야 되고 그래서 김은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잖아요.” |
그런데 최근 김 제품 가격이 올랐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조미김, 16개 들이 가격이 두달 전만해도 5,380원이었는데 30%나 올라 6,980원이 됐습니다.
이 재래김도 20봉 들이 기준 6,480원에서 1천 원 넘게 올라 7,490원이 됐고, 이 곱창김 가격도 12%나 올라 8,580원이 됐습니다.
예전엔 부담없이 카트에 넣었던 김. 하지만 이제는 망설이게 됩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반찬 없을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많이 올라서 두 개, 세 개 살 거를 하나 정도 그렇게 구입하는 정도밖에 안돼요” |
가장 흔한 조미김이나 파래를 섞어 독특한 풍미의 파래김, 가을에만 반짝 생산되는 곱창김까지 종류도 다양한 김들.
김값은 왜 금값이 된 걸까요?
전남 목포에 있는 국내 중견기업의 김 가공공장.
김에 구멍은 없는지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본 뒤 가공 기계에 올립니다.
레일을 따라 줄지어 초벌구이되는 김.
소금과 기름을 발라 다시 구우면 반짝반짝 윤기가 흐릅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마치 찍어내듯 용기에 담아내고, 포장까지 마치면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이 완성됩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이 제품은 올리브유 재래김으로, 베트남에 수출하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기자 “확실히 소금기가 적은 것 같고, 감칠맛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네, 현지인이 스낵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짜지 않고 기름 함량을 줄여서 간식으로 먹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 기업에서 김으로 올리는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1,100억 원. 최근 5년 동안 평균 30%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시아를 비롯해서 전세계 4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해조류가 건강 웰빙 스낵으로서 여러 가지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
한때 검은 종이로 불리며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김.
2010년만해도 60여 곳에 불과했던 김 수출국가는 지난해 두 배로 늘었습니 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K-컬쳐로 드라마나 문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먹는 과정이나 방법이나 익숙해지고 나니까 거부감이 없는 거죠.” |
김 최대 생산지인 전남 고흥.
어민들이 그물을 세척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김 양식을 했던 그물입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터진 거 꼬매가지고 정상적으로 만드는 거죠. 세척 후에 올 가을에 넣기 위해서 보망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이렇게 그물을 준비해놔야 가을부터 본격적인 김 양식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조개 껍데기에서 김 종자를 키우고, 가을이 되면 물레를 돌려 그물에 포자를 붙입니다.
겨울이되면 차가운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김을 키우고, 이듬해 봄까지 예닐곱번에 걸쳐 채취합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민들은 김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었습니다.
김 가격도 수십년 동안 정체상태였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빚을 내서 어구를 준비하고, 또 벌어서 그걸 갚고 항상 그렇게 된 세월이 많았죠. 그런 세월이었죠.” |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과잉생산되는 걸 어떻게든 팔아보자 해서 해외마켓 개척이 시작됐고요. 특히 김이 인기를 갖게 된 건 어느 정도 사람들은 스시바에 한 번쯤 가봤고, 그 블랙 페이퍼라고 부르던 것이 우리나라 조미김이라는 게 들어가면서 먹어보니까 이건 스낵으로 괜찮거든요. 그래서 시장이 확 폭발하기 시작하고” |
김은 조선시대 전남 광양에서 김여익 공이 최초로 양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이라는 이름도 김여익 공의 성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김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민들은 김이 제 이름을 찾아간다고 반기고 있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가 “김이 김 씨가 김을 해서 김 아닙니까? 그런데 쇠 금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제 김이 제 이름 찾아갔다 그런 농담을 하죠” |
일본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아리아케 해역.
이곳의 김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김 수확 기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해류 영향 때문에 북쪽에 양식장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본 김 생산량은 10년 만에 40%나 급감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수온이 올라감으로써 김의 수확 시즌이 짧아지고, 또 여름철에 수온이 올라가면 표층수의 영양염류가 다 소진이 돼버립니다. 황백화 현상 같은 걸 일으키게 되고, 그러니 성장이 안 되고” |
전남 완도에 있는 김 가공 공장.
김을 1차 가공해서 수출업체에 납품하는 공장입니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의 작황 부진으로 한국 김은 몸값이 더 높아졌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올해 같은 해가 처음이에요. 저희들이 찾아다니면서 조미 가공하시는 분들, 수출하시는 분들한테 내 것좀 사달라 그랬죠. 올해는 그게 역전이 돼가지고 조미가공 수출하는 사람들이 김 좀 달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김 값이 이렇게 된 거예요” |
하지만 김을 사야하는 입장에서는 금값이 된 김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골목상권에 있는 한 김밥집. 선반 위에 김을 차곡차곡 쌓아놓습니다.
올해 초만해도 80매 들이 한봉지 가격은 8,200원. 반년 만에 11,500원으로 40% 넘게 급등했습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공장에서 좀 더 김을 사두려고 해도 살 수가 없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다이렉트로 공장에서 주문을 하는데 공장에서도 아무래도 김 수출이 많다보니까 이렇게 많이씩 저희한테 주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주시는 만큼만 받아서 지금 쓰고 있어요.” |
김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김.
하지만 김값이 올랐다고 김밥 가격을 마냥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이것까지 너무 저희가 올려버리면 사드시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안 올리고 있거든요” |
지난해 김 수출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0여 년만에 7배나 성장한 겁니다.
국내 김 재고량도 평년보다 40% 넘게 줄었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세계적으로 수출하라는 나라는 늘고, 수출하라는 나라만 느는 게 아니라 먹는 인구 자체도 늘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김은 이 가격 이상으로 형성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잡은 한 공장.
지난해 들어선 세계 1위 김 가공업체 일본 코아사의 공장입니다.
일본의 김 생산량이 줄자 양질의 김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김 마켓이 뜨겁다는 건 아니까 좋은 퀄리티에 맛있는 김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요. 일본은 가라앉고 있고 중국은 퀄리티를 아직 낼 수가 없고. 코아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꽤 많이 우리나라를 노크하고 있습니다.” |
진출 배경을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중히 답변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김 산업을 하려면 김 생산이 원만히 이루어지는 원료가 많은 곳을 선택해야 하겠죠. 자금력이나 해외에 진출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충분히 돼 있는 업체니까” |
코아사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김 30%를 가공해 수출하는 세계 1위의 김 업체입니다.
코아사의 국내 진출에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적은 국내 김 수출업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우리 기업들이 여태까지 기반을 조성해놨던 태국이나 중국이나 러시아 쪽의 과자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김이 코아사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그런 입장에 와 있죠. 경쟁을 하게 된다라고 하면 물량 면에서, 그 다음에 자금력에서 뒤지는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큰 우려가 되고” |
세계 1위의 김 가공업체까지 한국에 진출하면서 김을 둘러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코아사가 물동량을 많이 늘린다고 하면 시장원리가 그렇잖아요. 많이 사는 사람이 가격을 쥐고 놀게 돼있거든요. 코아사가 지금 이 시점에 많은 양을 좀 사, 가격을 높여도 돼라고 하면 우리는 관망만 하다가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그런 게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
전남 해남에 위치한 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플라스크에 김 종자가 담겨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는 온난화에 대비해서 김 종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허진석/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지금 온도 조건은 5도에서 5도 간격으로 25도씨까지 5개 구간으로 둬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요” |
각기 다른 김 종자들이 어떤 온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찾기 위한 연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도.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김 양식 기간도 해를 거듭하며 짧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 김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진석/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장기적으로는 김 양식뿐만 아니라 해조류 양식 전반에 걸쳐서 생산성이 좀 안 좋아질 거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전남 진도의 김 종묘 생산업체 대표 이정근 씨.
아버지가 하던 김 종묘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한때 젊은이들이 떠나간 어촌 마을.
최근에는 이 씨처럼 젊은 나이에 김 산업에 몸을 담는 또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정근/김 종묘생산 업체 대표 “저희 마을 같은 경우는 제 또래는 8,90% 전부 진도로 내려와서 하고 있어요, 아버지와 같이. 워낙에 김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보니까.” |
생산량은 그대론데 수출 물량은 늘어난 김.
일본 업체의 진출이 국내 김 수출과 가격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김 양식면적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어떻게 하면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산량만 잘 맞추고 퀄리티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여는 건데.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거죠.” |
김밥용 김은 1년 전 100장에 5천 원대에서 지난 4월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제는 1만 1천 원에 육박하며 빠르게 오르고 있는 김 값.
김을 찾는 사람이 세계인으로 확대되면서 김의 몸값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조선기 강우용 임현식 조승연 김성현
영상편집: 김지영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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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금값된 김값
-
- 입력 2024-06-23 23:20:46
[더 보다 17회 Ⅰ] 금값된 김값
마트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김 상품들.
밥에 뿌려먹는 김 자반도 있고, 소풍 갈 때 필요한 김밥용 김도 있습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간장에 먹어도 되고 조미 김은 그냥 김밥 싸서 먹어도 되고 김밥도 꼭 김이 들어가야 되고 그래서 김은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잖아요.” |
그런데 최근 김 제품 가격이 올랐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조미김, 16개 들이 가격이 두달 전만해도 5,380원이었는데 30%나 올라 6,980원이 됐습니다.
이 재래김도 20봉 들이 기준 6,480원에서 1천 원 넘게 올라 7,490원이 됐고, 이 곱창김 가격도 12%나 올라 8,580원이 됐습니다.
예전엔 부담없이 카트에 넣었던 김. 하지만 이제는 망설이게 됩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반찬 없을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많이 올라서 두 개, 세 개 살 거를 하나 정도 그렇게 구입하는 정도밖에 안돼요” |
가장 흔한 조미김이나 파래를 섞어 독특한 풍미의 파래김, 가을에만 반짝 생산되는 곱창김까지 종류도 다양한 김들.
김값은 왜 금값이 된 걸까요?
전남 목포에 있는 국내 중견기업의 김 가공공장.
김에 구멍은 없는지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본 뒤 가공 기계에 올립니다.
레일을 따라 줄지어 초벌구이되는 김.
소금과 기름을 발라 다시 구우면 반짝반짝 윤기가 흐릅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마치 찍어내듯 용기에 담아내고, 포장까지 마치면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이 완성됩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이 제품은 올리브유 재래김으로, 베트남에 수출하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기자 “확실히 소금기가 적은 것 같고, 감칠맛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네, 현지인이 스낵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짜지 않고 기름 함량을 줄여서 간식으로 먹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 기업에서 김으로 올리는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1,100억 원. 최근 5년 동안 평균 30%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시아를 비롯해서 전세계 4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해조류가 건강 웰빙 스낵으로서 여러 가지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
한때 검은 종이로 불리며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김.
2010년만해도 60여 곳에 불과했던 김 수출국가는 지난해 두 배로 늘었습니 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K-컬쳐로 드라마나 문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먹는 과정이나 방법이나 익숙해지고 나니까 거부감이 없는 거죠.” |
김 최대 생산지인 전남 고흥.
어민들이 그물을 세척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김 양식을 했던 그물입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터진 거 꼬매가지고 정상적으로 만드는 거죠. 세척 후에 올 가을에 넣기 위해서 보망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이렇게 그물을 준비해놔야 가을부터 본격적인 김 양식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조개 껍데기에서 김 종자를 키우고, 가을이 되면 물레를 돌려 그물에 포자를 붙입니다.
겨울이되면 차가운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김을 키우고, 이듬해 봄까지 예닐곱번에 걸쳐 채취합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민들은 김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었습니다.
김 가격도 수십년 동안 정체상태였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빚을 내서 어구를 준비하고, 또 벌어서 그걸 갚고 항상 그렇게 된 세월이 많았죠. 그런 세월이었죠.” |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과잉생산되는 걸 어떻게든 팔아보자 해서 해외마켓 개척이 시작됐고요. 특히 김이 인기를 갖게 된 건 어느 정도 사람들은 스시바에 한 번쯤 가봤고, 그 블랙 페이퍼라고 부르던 것이 우리나라 조미김이라는 게 들어가면서 먹어보니까 이건 스낵으로 괜찮거든요. 그래서 시장이 확 폭발하기 시작하고” |
김은 조선시대 전남 광양에서 김여익 공이 최초로 양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이라는 이름도 김여익 공의 성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김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민들은 김이 제 이름을 찾아간다고 반기고 있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가 “김이 김 씨가 김을 해서 김 아닙니까? 그런데 쇠 금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제 김이 제 이름 찾아갔다 그런 농담을 하죠” |
일본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아리아케 해역.
이곳의 김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김 수확 기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해류 영향 때문에 북쪽에 양식장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본 김 생산량은 10년 만에 40%나 급감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수온이 올라감으로써 김의 수확 시즌이 짧아지고, 또 여름철에 수온이 올라가면 표층수의 영양염류가 다 소진이 돼버립니다. 황백화 현상 같은 걸 일으키게 되고, 그러니 성장이 안 되고” |
전남 완도에 있는 김 가공 공장.
김을 1차 가공해서 수출업체에 납품하는 공장입니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의 작황 부진으로 한국 김은 몸값이 더 높아졌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올해 같은 해가 처음이에요. 저희들이 찾아다니면서 조미 가공하시는 분들, 수출하시는 분들한테 내 것좀 사달라 그랬죠. 올해는 그게 역전이 돼가지고 조미가공 수출하는 사람들이 김 좀 달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김 값이 이렇게 된 거예요” |
하지만 김을 사야하는 입장에서는 금값이 된 김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골목상권에 있는 한 김밥집. 선반 위에 김을 차곡차곡 쌓아놓습니다.
올해 초만해도 80매 들이 한봉지 가격은 8,200원. 반년 만에 11,500원으로 40% 넘게 급등했습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공장에서 좀 더 김을 사두려고 해도 살 수가 없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다이렉트로 공장에서 주문을 하는데 공장에서도 아무래도 김 수출이 많다보니까 이렇게 많이씩 저희한테 주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주시는 만큼만 받아서 지금 쓰고 있어요.” |
김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김.
하지만 김값이 올랐다고 김밥 가격을 마냥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이것까지 너무 저희가 올려버리면 사드시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안 올리고 있거든요” |
지난해 김 수출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0여 년만에 7배나 성장한 겁니다.
국내 김 재고량도 평년보다 40% 넘게 줄었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세계적으로 수출하라는 나라는 늘고, 수출하라는 나라만 느는 게 아니라 먹는 인구 자체도 늘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김은 이 가격 이상으로 형성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잡은 한 공장.
지난해 들어선 세계 1위 김 가공업체 일본 코아사의 공장입니다.
일본의 김 생산량이 줄자 양질의 김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김 마켓이 뜨겁다는 건 아니까 좋은 퀄리티에 맛있는 김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요. 일본은 가라앉고 있고 중국은 퀄리티를 아직 낼 수가 없고. 코아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꽤 많이 우리나라를 노크하고 있습니다.” |
진출 배경을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중히 답변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김 산업을 하려면 김 생산이 원만히 이루어지는 원료가 많은 곳을 선택해야 하겠죠. 자금력이나 해외에 진출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충분히 돼 있는 업체니까” |
코아사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김 30%를 가공해 수출하는 세계 1위의 김 업체입니다.
코아사의 국내 진출에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적은 국내 김 수출업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우리 기업들이 여태까지 기반을 조성해놨던 태국이나 중국이나 러시아 쪽의 과자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김이 코아사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그런 입장에 와 있죠. 경쟁을 하게 된다라고 하면 물량 면에서, 그 다음에 자금력에서 뒤지는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큰 우려가 되고” |
세계 1위의 김 가공업체까지 한국에 진출하면서 김을 둘러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코아사가 물동량을 많이 늘린다고 하면 시장원리가 그렇잖아요. 많이 사는 사람이 가격을 쥐고 놀게 돼있거든요. 코아사가 지금 이 시점에 많은 양을 좀 사, 가격을 높여도 돼라고 하면 우리는 관망만 하다가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그런 게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
전남 해남에 위치한 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플라스크에 김 종자가 담겨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는 온난화에 대비해서 김 종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허진석/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지금 온도 조건은 5도에서 5도 간격으로 25도씨까지 5개 구간으로 둬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요” |
각기 다른 김 종자들이 어떤 온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찾기 위한 연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도.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김 양식 기간도 해를 거듭하며 짧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 김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진석/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장기적으로는 김 양식뿐만 아니라 해조류 양식 전반에 걸쳐서 생산성이 좀 안 좋아질 거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전남 진도의 김 종묘 생산업체 대표 이정근 씨.
아버지가 하던 김 종묘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한때 젊은이들이 떠나간 어촌 마을.
최근에는 이 씨처럼 젊은 나이에 김 산업에 몸을 담는 또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정근/김 종묘생산 업체 대표 “저희 마을 같은 경우는 제 또래는 8,90% 전부 진도로 내려와서 하고 있어요, 아버지와 같이. 워낙에 김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보니까.” |
생산량은 그대론데 수출 물량은 늘어난 김.
일본 업체의 진출이 국내 김 수출과 가격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김 양식면적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어떻게 하면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산량만 잘 맞추고 퀄리티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여는 건데.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거죠.” |
김밥용 김은 1년 전 100장에 5천 원대에서 지난 4월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제는 1만 1천 원에 육박하며 빠르게 오르고 있는 김 값.
김을 찾는 사람이 세계인으로 확대되면서 김의 몸값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조선기 강우용 임현식 조승연 김성현
영상편집: 김지영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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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김가람 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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