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올해도 법정 기한 넘겨…‘업종별 구분’ 이견에 표결 못 해

입력 2024.06.27 (08:00) 수정 2024.06.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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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늘(27일)을 넘기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경영계 측이 주장해 온 '업종별 구분적용(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정회를 거듭하다 오후 10시 15분을 넘겨 끝났지만, 위원회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전원회의에서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계 측이 오늘 표결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원회 관계자는 "노사가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 경영계 "최저임금 수용성 저하…음식점·택시·편의점 구분 필요"

오늘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단기간에 급격하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율 인상으로 인해 우리 최저임금은 2023년 중위임금의 65.8%로 적정수준의 상한이라는 중위임금의 60%를 이미 넘어섰다"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숙박음식업 87.8%, 보건사회복지업 77.7%, 도소매업 69.6%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위원은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가진 OECD 30개국 중 20개국은 업종·연령·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고 있다"며 "스위스는 농업 및 화훼업 같은 업종은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게 정하고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는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의 주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온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차별이라든가 낙인효과라는 비현실적이고 이념적 차원이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 노동계가 '낙인 효과에 따른 구인난'을 우려하는 데 대해 "다수 소기업 소상공인에겐 구인난보단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폐업이 훨씬 더 큰 걱정거리"라고 반박했습니다.

구분적용 업종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에 대해선 "왜 그것을 취약 사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며 "정부가 EITC(근로장려세제)라든지 사회복지 정책을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용자위원 측은 오늘 회의에서 '음식점업'(한식, 외국식, 기타 간이),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에 대한 구분적용을 요구했다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전했습니다.

■ 노동계 "차등적용 논의는 법 취지 위배…저임금 노동자 생계안정 중요"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지 않겠다, 어떤 노동자들은 생활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정하겠다고 모여앉은 우리가 차등적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현재 최저임금 노동자가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받는 실수령액이 월 185만 원인데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된 작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월 실태 생계비는 246만 원"이라며 "우리가 하는 논의와 결정으로 수백만 명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과 일상이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적용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차별적용 시행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차별의 사회로 진입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이자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법이 정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심의를 할 임무와 책임이 있다"며 "부디 오늘부로 최저임금 본래 목적과 무관한 업종별 차별적용 주장은 멈추고 저임금 노동자 생계안정을 위한 심의가 진행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위원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드러났듯,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저분위를 중심으로 소비지출이 감소하고, 생계비 부담이 높아지는 시점"이라며 "이제 앞을 내다보며 이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최저임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습니다.

■ '임금 수준' 논의 못 한 채 법정 시한 넘겨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의 순서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과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위원회는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늘까지 아직 구체적인 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뒤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건 9차례에 불과한 가운데, 올해도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된 겁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 주에도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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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7 08:00:23
    • 수정2024-06-27 22: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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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늘(27일)을 넘기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경영계 측이 주장해 온 '업종별 구분적용(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정회를 거듭하다 오후 10시 15분을 넘겨 끝났지만, 위원회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전원회의에서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계 측이 오늘 표결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원회 관계자는 "노사가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 경영계 "최저임금 수용성 저하…음식점·택시·편의점 구분 필요"

오늘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단기간에 급격하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율 인상으로 인해 우리 최저임금은 2023년 중위임금의 65.8%로 적정수준의 상한이라는 중위임금의 60%를 이미 넘어섰다"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숙박음식업 87.8%, 보건사회복지업 77.7%, 도소매업 69.6%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위원은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가진 OECD 30개국 중 20개국은 업종·연령·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고 있다"며 "스위스는 농업 및 화훼업 같은 업종은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게 정하고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는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의 주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온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차별이라든가 낙인효과라는 비현실적이고 이념적 차원이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 노동계가 '낙인 효과에 따른 구인난'을 우려하는 데 대해 "다수 소기업 소상공인에겐 구인난보단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폐업이 훨씬 더 큰 걱정거리"라고 반박했습니다.

구분적용 업종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에 대해선 "왜 그것을 취약 사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며 "정부가 EITC(근로장려세제)라든지 사회복지 정책을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용자위원 측은 오늘 회의에서 '음식점업'(한식, 외국식, 기타 간이),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에 대한 구분적용을 요구했다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전했습니다.

■ 노동계 "차등적용 논의는 법 취지 위배…저임금 노동자 생계안정 중요"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지 않겠다, 어떤 노동자들은 생활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정하겠다고 모여앉은 우리가 차등적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현재 최저임금 노동자가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받는 실수령액이 월 185만 원인데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된 작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월 실태 생계비는 246만 원"이라며 "우리가 하는 논의와 결정으로 수백만 명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과 일상이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적용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차별적용 시행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차별의 사회로 진입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이자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법이 정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심의를 할 임무와 책임이 있다"며 "부디 오늘부로 최저임금 본래 목적과 무관한 업종별 차별적용 주장은 멈추고 저임금 노동자 생계안정을 위한 심의가 진행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위원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드러났듯,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저분위를 중심으로 소비지출이 감소하고, 생계비 부담이 높아지는 시점"이라며 "이제 앞을 내다보며 이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최저임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습니다.

■ '임금 수준' 논의 못 한 채 법정 시한 넘겨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의 순서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과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위원회는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늘까지 아직 구체적인 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뒤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건 9차례에 불과한 가운데, 올해도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된 겁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 주에도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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