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오늘 1차 투표…‘극우 집권’ 현실화?

프랑스 의회 권력과 차기 총리를 결정지을 조기 총선의 1차 투표가 현지 시각 30일 치러집니다.

프랑스 본토와 해외령 전역의 577개 선거구에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섭니다. 파리 같은 일부 대도시에선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됩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과정이지만, 사실상 국회 다수당에서 정부 운영권을 쥔 총리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총리 선출 선거로 여겨집니다.

조기 총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31.5%의 득표율로 압승한 걸 보고 의회를 전격 해산하면서 치러지게 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오늘의 결과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길 수는 없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발언권을 주겠다”며 조기 총선 소집령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총선은 불과 2년 전인 2022년 6월에 치러졌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은 유럽 선거로 드러난 극우세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한 승부수였습니다.

최악의 경우 RN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 RN 출신 총리를 임명하더라도 그들이 수권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2027년 대선을 넘보긴 어려울 거라는 계산도 깔렸습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RN의 지지율은 3주간의 선거운동 기간 내내 견고한 1위를 달렸습니다.

일간 르피가로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IFOP가 28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RN의 극우 블록 지지율은 36.5%로 나타났습니다.

극우 진영에 맞서 좌파 진영이 연합한 신민중전선(NFP)의 지지율은 29%, 여당 르네상스의 연대 세력인 앙상블은 20.5%로 한참 뒤처졌습니다.

이 지지율대로라면 전체 의석수 577석 가운데 RN과 그 연대 세력은 225∼265석, NFP는 170∼200석, 앙상블은 70∼100석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율은 2022년 총선 때(47.5%)보다 월등히 높은 60% 중후반대로 예상됩니다.

4,800만여명의 유권자 가운데 200만명 이상이 직접 투표하지 못하더라도 한 표를 행사하겠다며 대리 투표 위임장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득표해야 합니다.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달 7일 2차 투표를 치러야 합니다.

2차 투표에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합니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릅니다. 2차 투표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됩니다.

3파전이 치러지는 만큼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지는 선거구는 일부에 불과할 전망입니다.

관건은 2차 투표에 올라간 후보들 간 합종연횡입니다.

세 진영의 후보가 모두 2차 투표에 올라갈 경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RN 후보를 막기 위해선 나머지 두 진영 간 후보 단일화나 후보 사퇴를 해야 합니다.

2차 투표까지의 결과 RN이나 NFP가 다수당을 차지하면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역대 4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 미테랑 대통령-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 시라크 대통령-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 등 앞서 3차례 있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직 사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본인이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안은 무산되거나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