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경영계 불참에 ‘반쪽’ 회의…최저임금 수준 제시도 못해

입력 2024.07.04 (17:29) 수정 2024.07.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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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일주일가량 지난 가운데, 경영계 위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빚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사용자위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아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각 9명만 출석했습니다.

회의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정회를 거듭하다, 개의 1시간 반 만인 4시 반쯤 종료됐습니다.

앞서 사용자위원들은 일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그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찢고 의사봉을 뺏는 등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며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이날 표결 결과 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경영계가 주장해왔던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종 부결됐습니다.

■ 공익위원 “있을 수 없는 폭력, 심각하게 우려”…정부에 ‘제도개선’ 요청

이인재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사용자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원회 진행 과정이나 결정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심의 기간이 임박한 점을 감안해 정상적인 위원회 운영을 위한 사용자위원들의 결단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7월 2일 전원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의 행태는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 위원은 “공익위원 전원은 이러한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 정상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 절차 이행을 훼손하려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이는 최임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위원은 정부를 향해선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제도가 갖는 문제와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근로자위원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 관행 개선해야”…‘유감’ 표명

지난 회의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저지를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던 민주노총 측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 회의에서 “사용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애초의 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기에 그동안 계속 차등 적용 논의 종결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요구에도 7차 전원회의에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표결로 이어졌고 이에 민주노총은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반대하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항의하게 됐다”며 “이 상황에 발생한 일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또 “40년 동안이나 사문화되었던 이 규정을 해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불 능력이 없다고 끄집어내어서 논의에 부치고 결국 임금동결로 끌고 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결국 을과 을들의 싸움판으로 번져도 정돈할 의지가 없는 정부와 노동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업종별 차별적용 표결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들의 표결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류 위원은 지난 회의 표결에 대해 “제도 시행 40년 가까이 사문화된 심의 조항을 근거로 매년 표결로서 결정되는 심의 관행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에 대해선 “현재 법정심의기한을 훌쩍 넘기며, 바쁘게 심의를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께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해 조속한 복귀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류 위원은 정부가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에 대해선 “정부는 눈과 귀를 닫으며 또다시 기업을 위한 허울뿐인 정책을 내놓았다”며 “이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같은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득 분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회의를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각각 조합원 1,000명과 500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촉구했습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노사, 임금 수준 최초안도 제시 못 해…심의 늦어질 듯

오늘 회의가 경영계가 빠진 ‘반쪽’ 회의로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27일 이미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진행은 더 늦어질 전망입니다.

아직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영계가 회의에 복귀할 경우, 구체적인 액수를 둘러싼 공방은 오는 9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로 보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고 월 환산액은 206만 원입니다. 약 1.4%만 올라도 내년엔 시간당 1만 원 문턱을 처음으로 넘게 됩니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지난해 제시했던 1만 2,210원보다 높은 1만 2,600원을, 경영계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 임금인 9,860원 ‘동결’을 요구할 거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역대 최장 심의를 거쳐 7월 19일에 결정됐습니다.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준수하기 위한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도 7월 중순에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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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17:29:30
    • 수정2024-07-04 17: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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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일주일가량 지난 가운데, 경영계 위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빚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사용자위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아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각 9명만 출석했습니다.

회의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정회를 거듭하다, 개의 1시간 반 만인 4시 반쯤 종료됐습니다.

앞서 사용자위원들은 일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그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찢고 의사봉을 뺏는 등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며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이날 표결 결과 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경영계가 주장해왔던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종 부결됐습니다.

■ 공익위원 “있을 수 없는 폭력, 심각하게 우려”…정부에 ‘제도개선’ 요청

이인재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사용자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원회 진행 과정이나 결정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심의 기간이 임박한 점을 감안해 정상적인 위원회 운영을 위한 사용자위원들의 결단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7월 2일 전원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의 행태는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 위원은 “공익위원 전원은 이러한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 정상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 절차 이행을 훼손하려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이는 최임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위원은 정부를 향해선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제도가 갖는 문제와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근로자위원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 관행 개선해야”…‘유감’ 표명

지난 회의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저지를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던 민주노총 측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 회의에서 “사용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애초의 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기에 그동안 계속 차등 적용 논의 종결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요구에도 7차 전원회의에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표결로 이어졌고 이에 민주노총은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반대하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항의하게 됐다”며 “이 상황에 발생한 일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또 “40년 동안이나 사문화되었던 이 규정을 해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불 능력이 없다고 끄집어내어서 논의에 부치고 결국 임금동결로 끌고 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결국 을과 을들의 싸움판으로 번져도 정돈할 의지가 없는 정부와 노동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업종별 차별적용 표결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들의 표결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류 위원은 지난 회의 표결에 대해 “제도 시행 40년 가까이 사문화된 심의 조항을 근거로 매년 표결로서 결정되는 심의 관행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에 대해선 “현재 법정심의기한을 훌쩍 넘기며, 바쁘게 심의를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께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해 조속한 복귀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류 위원은 정부가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에 대해선 “정부는 눈과 귀를 닫으며 또다시 기업을 위한 허울뿐인 정책을 내놓았다”며 “이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같은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득 분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회의를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각각 조합원 1,000명과 500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촉구했습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노사, 임금 수준 최초안도 제시 못 해…심의 늦어질 듯

오늘 회의가 경영계가 빠진 ‘반쪽’ 회의로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27일 이미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진행은 더 늦어질 전망입니다.

아직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영계가 회의에 복귀할 경우, 구체적인 액수를 둘러싼 공방은 오는 9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로 보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고 월 환산액은 206만 원입니다. 약 1.4%만 올라도 내년엔 시간당 1만 원 문턱을 처음으로 넘게 됩니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지난해 제시했던 1만 2,210원보다 높은 1만 2,600원을, 경영계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 임금인 9,860원 ‘동결’을 요구할 거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역대 최장 심의를 거쳐 7월 19일에 결정됐습니다.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준수하기 위한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도 7월 중순에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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