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의 나라 독일에 부는 채식 열풍

입력 2024.07.06 (22:32) 수정 2024.07.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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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시지와 맥주, 하면 떠오르는 나라죠.

독일은 전통적으로 육식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도 채식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사실 아십니까.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 식품 개발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는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요.

조빛나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은 소시지입니다.

소시지에 커리가루를 뿌린 커리부어스트 가게는 늘 붐빕니다.

얇게 썬 고기를 구운 빵에 싸서 먹는 독일식 케밥 되너,

그리고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학세, 돈까스와 비슷한 슈니첼 등 독일 대표라고 꼽히는 음식들은 주재료가 고기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레온/베를린 시민 :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매일 고기를 먹습니다. 할머니들은 늘 우리에게 몸집이 커지려면 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죠."]

베를린에서도 젊은 인구가 많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노이쾰른.

관광과 맛집 탐방을 겸하는 미식투어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가는 맛집마다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비건, 케이크도 비건이라고 써 있습니다.

비건은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시린/비건투어 참가자 : "사실 제 친구들 대부분이 채식주의자거나 동물성 제품 섭취를 조심하는 편이예요. 자신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죠."]

몇 년 새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화 상품, 이른바 '비건 투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카리나/'비건 투어' 개발자 : "베를린, 바로 이 노이쾰른에서 '비건 투어'를 처음 시작했어요.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함부르크와 슈트트가르트에서도 시작됐습니다."]

약 30년전(1991년), 독일의 1인당 육류 소비는 63kg이 넘었지만 갈수록 줄어 지난핸 51kg,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최신 조사에서 독일 인구 약10%는 고기를 먹지 않고, 약 46%는 고기를 될 수 있는대로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은 인구 중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습니다.

슈퍼마켓에선 비건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대부분의 식당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있습니다.

채식에 대한 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채식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로도 이어집니다.

[비비안/푸드투어 기획자 : "(몇년 전만해도) 비건(완전 채식)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소 특별하게 여겨졌어요. 사람들이 잘 몰랐죠. 이제는 '어떻게 먹던지 전혀 상관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어요."]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막스/베를린 시민 : "동물을 먹으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정했어요. 1년 정도 채식을 시도했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채식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자 의사들이 영양학적 불균형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식품 시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한 스타트업.

4년간의 연구 끝에 올 연말 처음으로 출시할 제품을 시식하고 있습니다.

["맛있네요."]

초리소 소시지, 버거에 들어간 닭고기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이른바 '대체육'입니다.

["여기 섬유질이 보이죠?"]

발효 공정을 통해 균주에서 대체 닭고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주일입니다.

[폴/대체육 개발 회사 최고운영책임자 : "과학과 기술을 통해 건강에 대한 우려 없는, 완전히 영양가 있는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고자 합니다."]

채식이 크게 늘면서 베를린은 미래 식품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비건 수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벨라/대체육 개발 회사 대표 : 베를린은 식품 기술과 생명 공학의 중심지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기후 투자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이런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기에 좋은 시장이기도 하고요."]

독일 정부는 대체 단백질 생산과 농업 구조 조정 비용으로 우선 3,800만 유로, 약 5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베를린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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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시지의 나라 독일에 부는 채식 열풍
    • 입력 2024-07-06 22:32:27
    • 수정2024-07-08 13:15:0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소시지와 맥주, 하면 떠오르는 나라죠.

독일은 전통적으로 육식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도 채식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사실 아십니까.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 식품 개발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는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요.

조빛나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은 소시지입니다.

소시지에 커리가루를 뿌린 커리부어스트 가게는 늘 붐빕니다.

얇게 썬 고기를 구운 빵에 싸서 먹는 독일식 케밥 되너,

그리고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학세, 돈까스와 비슷한 슈니첼 등 독일 대표라고 꼽히는 음식들은 주재료가 고기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레온/베를린 시민 :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매일 고기를 먹습니다. 할머니들은 늘 우리에게 몸집이 커지려면 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죠."]

베를린에서도 젊은 인구가 많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노이쾰른.

관광과 맛집 탐방을 겸하는 미식투어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가는 맛집마다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비건, 케이크도 비건이라고 써 있습니다.

비건은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시린/비건투어 참가자 : "사실 제 친구들 대부분이 채식주의자거나 동물성 제품 섭취를 조심하는 편이예요. 자신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죠."]

몇 년 새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화 상품, 이른바 '비건 투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카리나/'비건 투어' 개발자 : "베를린, 바로 이 노이쾰른에서 '비건 투어'를 처음 시작했어요.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함부르크와 슈트트가르트에서도 시작됐습니다."]

약 30년전(1991년), 독일의 1인당 육류 소비는 63kg이 넘었지만 갈수록 줄어 지난핸 51kg,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최신 조사에서 독일 인구 약10%는 고기를 먹지 않고, 약 46%는 고기를 될 수 있는대로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은 인구 중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습니다.

슈퍼마켓에선 비건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대부분의 식당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있습니다.

채식에 대한 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채식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로도 이어집니다.

[비비안/푸드투어 기획자 : "(몇년 전만해도) 비건(완전 채식)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소 특별하게 여겨졌어요. 사람들이 잘 몰랐죠. 이제는 '어떻게 먹던지 전혀 상관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어요."]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막스/베를린 시민 : "동물을 먹으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정했어요. 1년 정도 채식을 시도했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채식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자 의사들이 영양학적 불균형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식품 시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한 스타트업.

4년간의 연구 끝에 올 연말 처음으로 출시할 제품을 시식하고 있습니다.

["맛있네요."]

초리소 소시지, 버거에 들어간 닭고기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이른바 '대체육'입니다.

["여기 섬유질이 보이죠?"]

발효 공정을 통해 균주에서 대체 닭고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주일입니다.

[폴/대체육 개발 회사 최고운영책임자 : "과학과 기술을 통해 건강에 대한 우려 없는, 완전히 영양가 있는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고자 합니다."]

채식이 크게 늘면서 베를린은 미래 식품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비건 수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벨라/대체육 개발 회사 대표 : 베를린은 식품 기술과 생명 공학의 중심지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기후 투자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이런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기에 좋은 시장이기도 하고요."]

독일 정부는 대체 단백질 생산과 농업 구조 조정 비용으로 우선 3,800만 유로, 약 5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베를린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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