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 좋았던 한우 값…사육 늘며 내림세 [한우]②

입력 2024.07.09 (07:00) 수정 2024.07.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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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가격이 좋았던 건 코로나 19가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 무렵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외식이 힘들어지면서 집에서 한우를 소비하는 가정이 늘어 한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건데 '적게 먹어도 몸에 좋은 것을 먹자'는 경향 속에 한우 소비가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무렵 한우 가격이 치솟으며 2021년에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코로나19 속 한우 가격 역대 최고…역대 최대 사육으로 이어져

한우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며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농가들은 송아지 입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사육두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합니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만 해도 300만 마리가 되지 않던 한우 사육 두수는 2022년 355만 7천 마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시하는 국내 적정 한우 사육두수는 300만 마리입니다. 이 기준이라면 지금도 50만 마리 정도는 초과 사육이라고 봐야 합니다.


■ 송아지는 2년이 지나면 시장에 나옵니다

농가들은 보통 6개월령 송아지를 축사에 입식해 2년 정도 키워 시장에 출하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18개월 정도 된 소고기를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근내지방 섬유(이른바 마블링)이 고기에 고르게 배어들어가게 하기 위해 30개월 정도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농가에서 먹여 키우는 기간이 길어지고, 한우 사육두수가 늘어나면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오는 소가 늘어 등급판정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위의 두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한우 사육 두수는 2019년에 300만 마리를 넘어서며 늘어나다 2023년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등급 판정수는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 출하되는 한우가 2021년에 전년보다 3만 마리가 늘었고, 22년에는 7만 5천 마리가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사육두수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올해 출하가 줄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 공급이 느니 가격은 내려갑니다

적정한 시기에 시장에 내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한우의 특성상, 가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출하를 마냥 늦출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상황을 '홍수출하'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한우 공급량이 많아지자 가격은 내려갔습니다.


한우 경락 가격은 지난 2021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월별 평균가격으로 보면 21년 9월에 1kg에 평균 19,789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7월 12,185원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38% 하락했습니다.

이후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소비 여력 떨어진 소비자들…한우 가격 약세 지속 될 듯

산지 소 값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한우를 계속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많이 키운 만큼 등급 판정소에 나오는 한우 두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한우 가격은 하락합니다.

여기에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한우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한우 농가들의 사정은 더욱 나빠진 상황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계 부채와 고물가 등의 상황으로 소비 여력 개선이 어려워 올해 한우 가격 약세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우협회 등은 단기적으로 한우 암소 2만 마리를 긴급 격리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하 물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가니 정부가 암소 2만 마리를 사들여서 군 급식 등에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 암소 2만 마리 수매·사료구매 자금 상환 연장 요구

또 사료 가격을 인하하고 사료구매 자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서 농가들이 살길을 찾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사룟값 급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농가가 빌려서 쓴 구매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니 기간을 연장해주고 분할 상환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주장합니다.

생산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룟값과 환율 급등이라는 대외 여건에 대응할 길이 막막한 농가들로서는 현재의 적자 구조를 빚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전국한우협회 지도부가 한우법 제정과 긴급경영개선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전국한우협회 지도부가 한우법 제정과 긴급경영개선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우 산업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을 제정해 최저 생산비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우법 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서 여러 의원이 한우법을 다시 발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를 위한 법을 따로 제정하는 대신, 현행 축산법을 개정해 한우 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산지 소 값은 떨어지는데, 등심값은 왜 비싸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먹는 한우 값, 그러니까 등심이나 안심 값은 30%씩 떨어졌다는 느낌이 왜 들지 않는 걸까요?

소고기 가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알아봅니다.

[연관 기사] [한우]① 통계청도 인정했다 “한우 마리당 143만 원 적자”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6200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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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때 좋았던 한우 값…사육 늘며 내림세 [한우]②
    • 입력 2024-07-09 07:00:48
    • 수정2024-07-09 0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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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가격이 좋았던 건 코로나 19가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 무렵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외식이 힘들어지면서 집에서 한우를 소비하는 가정이 늘어 한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건데 '적게 먹어도 몸에 좋은 것을 먹자'는 경향 속에 한우 소비가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무렵 한우 가격이 치솟으며 2021년에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코로나19 속 한우 가격 역대 최고…역대 최대 사육으로 이어져

한우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며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농가들은 송아지 입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사육두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합니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만 해도 300만 마리가 되지 않던 한우 사육 두수는 2022년 355만 7천 마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시하는 국내 적정 한우 사육두수는 300만 마리입니다. 이 기준이라면 지금도 50만 마리 정도는 초과 사육이라고 봐야 합니다.


■ 송아지는 2년이 지나면 시장에 나옵니다

농가들은 보통 6개월령 송아지를 축사에 입식해 2년 정도 키워 시장에 출하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18개월 정도 된 소고기를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근내지방 섬유(이른바 마블링)이 고기에 고르게 배어들어가게 하기 위해 30개월 정도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농가에서 먹여 키우는 기간이 길어지고, 한우 사육두수가 늘어나면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오는 소가 늘어 등급판정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위의 두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한우 사육 두수는 2019년에 300만 마리를 넘어서며 늘어나다 2023년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등급 판정수는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 출하되는 한우가 2021년에 전년보다 3만 마리가 늘었고, 22년에는 7만 5천 마리가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사육두수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올해 출하가 줄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 공급이 느니 가격은 내려갑니다

적정한 시기에 시장에 내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한우의 특성상, 가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출하를 마냥 늦출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상황을 '홍수출하'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한우 공급량이 많아지자 가격은 내려갔습니다.


한우 경락 가격은 지난 2021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월별 평균가격으로 보면 21년 9월에 1kg에 평균 19,789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7월 12,185원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38% 하락했습니다.

이후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소비 여력 떨어진 소비자들…한우 가격 약세 지속 될 듯

산지 소 값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한우를 계속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많이 키운 만큼 등급 판정소에 나오는 한우 두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한우 가격은 하락합니다.

여기에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한우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한우 농가들의 사정은 더욱 나빠진 상황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계 부채와 고물가 등의 상황으로 소비 여력 개선이 어려워 올해 한우 가격 약세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우협회 등은 단기적으로 한우 암소 2만 마리를 긴급 격리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하 물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가니 정부가 암소 2만 마리를 사들여서 군 급식 등에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 암소 2만 마리 수매·사료구매 자금 상환 연장 요구

또 사료 가격을 인하하고 사료구매 자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서 농가들이 살길을 찾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사룟값 급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농가가 빌려서 쓴 구매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니 기간을 연장해주고 분할 상환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주장합니다.

생산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룟값과 환율 급등이라는 대외 여건에 대응할 길이 막막한 농가들로서는 현재의 적자 구조를 빚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전국한우협회 지도부가 한우법 제정과 긴급경영개선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우 산업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을 제정해 최저 생산비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우법 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서 여러 의원이 한우법을 다시 발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를 위한 법을 따로 제정하는 대신, 현행 축산법을 개정해 한우 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산지 소 값은 떨어지는데, 등심값은 왜 비싸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먹는 한우 값, 그러니까 등심이나 안심 값은 30%씩 떨어졌다는 느낌이 왜 들지 않는 걸까요?

소고기 가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알아봅니다.

[연관 기사] [한우]① 통계청도 인정했다 “한우 마리당 143만 원 적자”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6200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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