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의 그림자…마을이 사라진다

입력 2024.07.09 (21:41) 수정 2024.08.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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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생과 고령화의 그림자가 충북 곳곳에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 적지 않아선데요.

이틀 뒤,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KBS가 충북의 저출생과 인구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충북의 인구 추이와 실태, 그리고 마을 곳곳의 실상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먼저, 이자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0년대의 한 초등학교 모습입니다.

학생 80여 명이 교실을 빼곡하게 채울 만큼 과밀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요즘 모습입니다.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학교에 교실이 남아돌고, 폐교에, 학교별 통폐합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학교와 마을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충북의 인구 현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 1949년에는 115만여 명이었습니다.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2000년에 150만 명, 2013년엔 160만 명대로 올라섰습니다.

2019년에는 164만여 명을 기록했는데요.

2020년부터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가 현재는 164만 명대입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가 큰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충북의 인구가 점차 줄어 2052년에는 154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역별 인구 격차도 뚜렷합니다.

충북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청주에 몰려있는데요.

청주의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옛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2014년에는 84만여 명이었는데, 올해 88만여 명으로 10년 새 4만 명 늘었습니다.

같은 시 지역과 비교해보면 충주시 인구의 4배, 제천시 인구의 6배 이상입니다.

실제 충북 전체 11개 시·군 가운데 청주와 진천을 뺀 나머지 9개 시·군 모두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괴산과 단양, 보은, 영동, 옥천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충북의 '소멸위험지수'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20세에서 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인데요.

소멸 위험이 1.5 이상은 매우 낮은 것으로, 1에서 1.5 미만은 보통으로, 0.5에서 1 미만은 주의 단계로 분류됩니다.

0.5 미만부터는 소멸 위험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충북의 소멸위험지수는 2015년에 0.84로 처음 1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해마다 줄어들다가, 올해 0.487로 소멸위험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지역 상황은 어떨까요?

이대로라면 마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존립 위기에 놓인 상태입니다.

그 실태를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인구 줄어…생활 기반 축소

20가구 주민 30명이 사는 제천시 한수면의 한 마을입니다.

대낮인데도 적막하기만 합니다.

주민의 80%는 70·80대 고령자입니다.

지난해에만 마을 전체 주민의 10%인 3명이 숨졌습니다.

출생한 신생아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귀농·귀촌 등 마을 유입 인구도 12년 전을 마지막으로 뚝 끊겼습니다.

인구가 줄어 거주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 반경 7km 안에는 병원이나 약국, 식당 등 생활 기반 시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40분 넘게 이동해야 합니다.

한 세대가 지나면 마을 자체가 사라질 처지입니다.

[박순태/제천시 한수면 :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이런 데까지 예산이 들어 오지가 않아요. 우선 순위에 밀리다 보니, 그런 불편함이 너무 많다 보니 (거주를) 주저하는 거죠."]

또 다른 소멸 위험 지역인 보은군 회남면입니다.

이곳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마을당 평균 주민 수는 50여 명.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63.3세로 충북 모든 읍·면·동 가운데 4번째로 많습니다.

최근 5년간 74명이 숨졌는데, 태어난 아이는 4명뿐입니다.

이 같은 저출생·고령화의 결과는 심각합니다.

이 지역 하나뿐인 초등학교는 신입생 감소로 분교 위기에 처했고, 유일한 치안 기구인 파출소는 치안센터 축소된 데 이어, 이제는 폐쇄까지 검토 중입니다.

또, 지역 경제 구심점이었던 농협은 인근 지역에 흡수 통합됐습니다.

인구가 줄어 사회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강이화/보은군 회남면 : "인구가 없고 그렇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걱정이 되죠.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고 같이 해야 하는데 없고 하니까…."]

인구 감소는 군 단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시도 43개 읍·면·동 가운데 35%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청주시 동 지역에서는 용암동, 가경동 등 11곳을 제외한 나머지 19곳의 인구가 줄었습니다.

청주시 읍·면 지역은 오송읍과 오창읍, 옥산면을 제외한 10곳의 인구가 5년 새 평균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최용환/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읍·면 주민은) 대부분이 홀로 사시고 고령층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30년까지 가지도 않고, 20년이면 (성장) 한계 마을에 도달해서 마을이 우선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됩니다)."]

164만 명이 사는 충북에 분만실을 갖춘 병원은 6개 시·군, 17곳.

하지만 장례식장은 3배 가까운 48곳으로, 충북이 처한 저출생·고령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영상편집:조의성·정진욱/그래픽:김선영·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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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생·고령화의 그림자…마을이 사라진다
    • 입력 2024-07-09 21:41:37
    • 수정2024-08-29 20:53:36
    뉴스9(청주)
[앵커]

저출생과 고령화의 그림자가 충북 곳곳에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 적지 않아선데요.

이틀 뒤,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KBS가 충북의 저출생과 인구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충북의 인구 추이와 실태, 그리고 마을 곳곳의 실상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먼저, 이자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0년대의 한 초등학교 모습입니다.

학생 80여 명이 교실을 빼곡하게 채울 만큼 과밀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요즘 모습입니다.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학교에 교실이 남아돌고, 폐교에, 학교별 통폐합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학교와 마을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충북의 인구 현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 1949년에는 115만여 명이었습니다.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2000년에 150만 명, 2013년엔 160만 명대로 올라섰습니다.

2019년에는 164만여 명을 기록했는데요.

2020년부터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가 현재는 164만 명대입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가 큰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충북의 인구가 점차 줄어 2052년에는 154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역별 인구 격차도 뚜렷합니다.

충북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청주에 몰려있는데요.

청주의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옛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2014년에는 84만여 명이었는데, 올해 88만여 명으로 10년 새 4만 명 늘었습니다.

같은 시 지역과 비교해보면 충주시 인구의 4배, 제천시 인구의 6배 이상입니다.

실제 충북 전체 11개 시·군 가운데 청주와 진천을 뺀 나머지 9개 시·군 모두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괴산과 단양, 보은, 영동, 옥천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충북의 '소멸위험지수'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20세에서 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인데요.

소멸 위험이 1.5 이상은 매우 낮은 것으로, 1에서 1.5 미만은 보통으로, 0.5에서 1 미만은 주의 단계로 분류됩니다.

0.5 미만부터는 소멸 위험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충북의 소멸위험지수는 2015년에 0.84로 처음 1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 해마다 줄어들다가, 올해 0.487로 소멸위험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지역 상황은 어떨까요?

이대로라면 마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존립 위기에 놓인 상태입니다.

그 실태를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인구 줄어…생활 기반 축소

20가구 주민 30명이 사는 제천시 한수면의 한 마을입니다.

대낮인데도 적막하기만 합니다.

주민의 80%는 70·80대 고령자입니다.

지난해에만 마을 전체 주민의 10%인 3명이 숨졌습니다.

출생한 신생아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귀농·귀촌 등 마을 유입 인구도 12년 전을 마지막으로 뚝 끊겼습니다.

인구가 줄어 거주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 반경 7km 안에는 병원이나 약국, 식당 등 생활 기반 시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40분 넘게 이동해야 합니다.

한 세대가 지나면 마을 자체가 사라질 처지입니다.

[박순태/제천시 한수면 :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이런 데까지 예산이 들어 오지가 않아요. 우선 순위에 밀리다 보니, 그런 불편함이 너무 많다 보니 (거주를) 주저하는 거죠."]

또 다른 소멸 위험 지역인 보은군 회남면입니다.

이곳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마을당 평균 주민 수는 50여 명.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63.3세로 충북 모든 읍·면·동 가운데 4번째로 많습니다.

최근 5년간 74명이 숨졌는데, 태어난 아이는 4명뿐입니다.

이 같은 저출생·고령화의 결과는 심각합니다.

이 지역 하나뿐인 초등학교는 신입생 감소로 분교 위기에 처했고, 유일한 치안 기구인 파출소는 치안센터 축소된 데 이어, 이제는 폐쇄까지 검토 중입니다.

또, 지역 경제 구심점이었던 농협은 인근 지역에 흡수 통합됐습니다.

인구가 줄어 사회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강이화/보은군 회남면 : "인구가 없고 그렇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걱정이 되죠.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고 같이 해야 하는데 없고 하니까…."]

인구 감소는 군 단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시도 43개 읍·면·동 가운데 35%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청주시 동 지역에서는 용암동, 가경동 등 11곳을 제외한 나머지 19곳의 인구가 줄었습니다.

청주시 읍·면 지역은 오송읍과 오창읍, 옥산면을 제외한 10곳의 인구가 5년 새 평균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최용환/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읍·면 주민은) 대부분이 홀로 사시고 고령층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30년까지 가지도 않고, 20년이면 (성장) 한계 마을에 도달해서 마을이 우선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됩니다)."]

164만 명이 사는 충북에 분만실을 갖춘 병원은 6개 시·군, 17곳.

하지만 장례식장은 3배 가까운 48곳으로, 충북이 처한 저출생·고령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영상편집:조의성·정진욱/그래픽:김선영·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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