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반 사이 5번 대면…속도내는 한미 방위비 협상
입력 2024.07.10 (18:14)
수정 2024.07.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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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오늘(10일) 서울 용산구에서 개최됐다.
한미 양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오늘(10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다시 대면하고 2026년부터 한국이 내야 할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협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협상을 공식 개시한 이후 78일 만에, 양측은 이번까지 다섯 번 대면했습니다.
협상 진척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빠릅니다. 첫 대면 이후 약 한 달 만에 2차 회의가 열렸지만, 이후 3주도 되지 않아 3차 회의가 개최되더니 이제는 2주 간격으로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2주 간격의 대면 회의는 이전 방위비 협상에선 보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서울과 워싱턴 간 편도 15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도 빠듯한 일정입니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이례적이었던 트럼프 정권을 제외하면 양측은 최소 한 달 간격을 두고 만났습니다.
이번엔 만료 1년 8개월 전부터 조기 협상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알려진대로 오는 11월 대선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공화당은 현지시각 8일 채택한 정당 강령에서 동맹국에 "공동 방위 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일방적 지원, 또는 미국이 큰 부담을 지는 상황은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엔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방위비 협정을 '1년짜리' 단기 계약으로 맺어 분담금 폭등을 어느 정도 제어했는데, 트럼프 2기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상하려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해 조기 협상을 진행한 건 아니라고 거듭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 초기 단계부터 큰 이견 없이 세부 항목 조율을 이어간다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미 대선이라는 큰 변수로 인해 주한미군 주둔 안정성이 침해될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현지시각 5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세하던 도중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던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언론의 관심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과 협정 유효기간에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협정에 따라 한국은 국방예산이 오르는 만큼 방위비도 더 내야 합니다. 물가상승률만큼 분담금이 오르던 전례와 다른데, 한국의 부담이 커진 구조입니다.
코로나19 후유증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세계가 물가 폭등을 겪었던 2022년(5.1%)를 제외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10년간 0.4%(2019년)에서 3.6%(2023년) 사이였습니다. 반면 국방예산 증가율 목표는 2021~2025년까지 연평균 6.1%, 정부 예산을 긴축했던 올해에도 국방비는 4.5% 올랐습니다.
트럼프 정권과 예외적으로 1년짜리 협정을 맺으며 국방비 증가율에 비례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줬는데 이 결정이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에도 영향을 준 겁니다. 이번에도 국방비 증가율대로 매해 분담금을 올릴지, 물가상승률과 같은 다른 지표를 인상 기준으로 삼게될 지를 두고 양측은 협상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협정 유효기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미는 통상 2~3년짜리 '단기 계약'을 맺어왔지만, 협상 주기가 너무 빨리 돌아온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제8차 협정부터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렸습니다. 이후 트럼프 정부 시기를 제외한 세 차례 협정은 모두 5~6년짜리 '장기 계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유효기간 5년짜리 협정을 맺는다면, 이론적으로는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더라도 그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미국과 방위비로 협상할 가능성은 차단하게 됩니다. 물론 트럼프 2기 정부가 방위비 재협상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한이 명시된 협정을 깨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까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진보진영은 장기간 유효한 협정이 오히려 한국에 불리하다고 지적합니다. 참여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203개 시민단체는 오늘 한미 간 협상이 열린 서울 용산구에서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며 "협정 유효기간을 5년으로 유례없이 장기 적용하는 것은 국제정세 변화와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1조 2,896억 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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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오늘(10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다시 대면하고 2026년부터 한국이 내야 할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협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협상을 공식 개시한 이후 78일 만에, 양측은 이번까지 다섯 번 대면했습니다.
협상 진척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빠릅니다. 첫 대면 이후 약 한 달 만에 2차 회의가 열렸지만, 이후 3주도 되지 않아 3차 회의가 개최되더니 이제는 2주 간격으로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2주 간격의 대면 회의는 이전 방위비 협상에선 보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서울과 워싱턴 간 편도 15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도 빠듯한 일정입니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이례적이었던 트럼프 정권을 제외하면 양측은 최소 한 달 간격을 두고 만났습니다.
이번엔 만료 1년 8개월 전부터 조기 협상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알려진대로 오는 11월 대선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공화당은 현지시각 8일 채택한 정당 강령에서 동맹국에 "공동 방위 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일방적 지원, 또는 미국이 큰 부담을 지는 상황은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엔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방위비 협정을 '1년짜리' 단기 계약으로 맺어 분담금 폭등을 어느 정도 제어했는데, 트럼프 2기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상하려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해 조기 협상을 진행한 건 아니라고 거듭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 초기 단계부터 큰 이견 없이 세부 항목 조율을 이어간다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미 대선이라는 큰 변수로 인해 주한미군 주둔 안정성이 침해될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언론의 관심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과 협정 유효기간에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협정에 따라 한국은 국방예산이 오르는 만큼 방위비도 더 내야 합니다. 물가상승률만큼 분담금이 오르던 전례와 다른데, 한국의 부담이 커진 구조입니다.
코로나19 후유증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세계가 물가 폭등을 겪었던 2022년(5.1%)를 제외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10년간 0.4%(2019년)에서 3.6%(2023년) 사이였습니다. 반면 국방예산 증가율 목표는 2021~2025년까지 연평균 6.1%, 정부 예산을 긴축했던 올해에도 국방비는 4.5% 올랐습니다.
트럼프 정권과 예외적으로 1년짜리 협정을 맺으며 국방비 증가율에 비례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줬는데 이 결정이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에도 영향을 준 겁니다. 이번에도 국방비 증가율대로 매해 분담금을 올릴지, 물가상승률과 같은 다른 지표를 인상 기준으로 삼게될 지를 두고 양측은 협상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협정 유효기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미는 통상 2~3년짜리 '단기 계약'을 맺어왔지만, 협상 주기가 너무 빨리 돌아온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제8차 협정부터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렸습니다. 이후 트럼프 정부 시기를 제외한 세 차례 협정은 모두 5~6년짜리 '장기 계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유효기간 5년짜리 협정을 맺는다면, 이론적으로는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더라도 그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미국과 방위비로 협상할 가능성은 차단하게 됩니다. 물론 트럼프 2기 정부가 방위비 재협상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한이 명시된 협정을 깨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까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진보진영은 장기간 유효한 협정이 오히려 한국에 불리하다고 지적합니다. 참여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203개 시민단체는 오늘 한미 간 협상이 열린 서울 용산구에서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며 "협정 유효기간을 5년으로 유례없이 장기 적용하는 것은 국제정세 변화와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1조 2,896억 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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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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