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 보인 AI 홍수 예보…특보 발령 횟수 78% 늘어

입력 2024.07.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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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홍수 예보 첫 가동…홍수 특보 발령 시간 단축

올해 장마철에 처음으로 AI(인공지능) 홍수 예보 시스템이 가동됐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은 댐 방류량과 강수량, 하천유량 등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현재 수위 상승 자료 등을 바탕으로 홍수 가능성을 1차 판단합니다. 이후 유역별 홍수통제소의 예보관이 홍수 특보 발령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환경부는 AI 홍수 예보를 위해 최대 10년 치의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홍수 예측 모형도 고도화했습니다. 아울러 홍수 특보를 발령하고 전파하는 체계도 자동화했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홍수 특보 발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과거에는 예보관이 자료를 분석해 특보 발령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10~15분 가량이 소요됐지만, AI의 1차 판단이 나오는 데는 3초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아울러 기존에는 한 지점씩 홍수 가능성을 예보했지만, 이제는 다수 지점에서 동시에 홍수 특보를 발령할 수 있게 개선됐습니다. 또, 홍수 주의보에서 홍수 경보로 순차적 발령만 가능하던 것도 급격한 수위 상승 예상 시 바로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특보 발령 횟수 '껑충'…홍수 예보 가능 지점 3배 증가

개선 효과는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 기간의 예보 실적을 보니 지난해보다 특보 발령 횟수가 8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다 선제적인 홍수 대비를 유도한 셈입니다.

KBS가 확보한 환경부의 올해 홍수 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충청과 경북 등에 기록적인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홍수 주의보는 70번, 홍수 경보는 26번 발령됐습니다.


역시 장마철이었던 지난해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간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발령된 홍수 특보는 54번이었습니다.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 기간(2023.7.14~17)과 비교했을 때 올해 특보 발령은 78% 늘어난 겁니다.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와 올해 집중호우의 발생 지역과 양상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집중호우 기간(2023.7.14~17) 일 평균 강수량이 194.5mm로 올해 집중호우 기간(2024.7.7~10)의 일 평균 강수량 133.7mm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보 발령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홍수 특보 발령 횟수가 증가한 데는 홍수 예보 가능 지점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의 도입으로 기존에 대하천 본류 중심이던 홍수 예보가 지방 하천까지 확대되면서, 올해 장마철 홍수 예보지점은 기존 75곳에서 223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장마철 발령된 특보 96번 가운데 신설된 지점에서 발령된 특보는 69번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습니다.

■ 첫 출발은 "성공적"…정확도 향상·전파 방식 개선 등 과제도

첫선을 보인 AI 홍수 예보 시스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립니다. 더 많은 지점에 더 신속하게 홍수 특보를 전파하게 돼 국민들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재응 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홍수 예보 지점을 촘촘하게 해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대피도 할 수 있고 안전해질 수 있다"며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강우 정보라든지 상류에 있는 하천 유량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AI 예보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동안 많은 자료가 축적됐기 때문에 지금은 충분히 우리가 그런 예보를 할 만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특보 발령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예보의 정확성을 엄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지난 7월 8일 경북 상주시 이안교(낙동강)의 경우 수위가 상승하자 오전 7시 1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오후 들어 수위가 잠시 주춤하자 오후 1시 50분에 주의보가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수위가 급하게 오르면서 2시간 40분 만에 홍수주의보가 재발령됐습니다. 실제 수위 변화를 반영한 조치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특보 발령과 해제가 자주 바뀌면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홍수알리미 앱홍수알리미 앱

주민들에게 홍수 특보를 알리는 수단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환경부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홍수알리미' 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으로 앱스토어 다운 횟수가 5만여 회에 불과합니다. 내부 화면 인터페이스나 화면 구성은 이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일아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홍수 알리미' 앱 후기를 보면 "연결이 끊어져 반응이 없다",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다수 나옵니다.

환경부는 AI 홍수 예측 시스템을 계속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AI 예보가 없었다면 기존의 물리모형만 가지고는 인력의 한계 때문에 이렇게 발령을 할 수 없었다"며 "특히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던 이번 호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실장은 이어 "전체 정확도가 80%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학습 데이터가 적은 지점은 아직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며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을 더 시켜서 정확도를 향상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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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홍수 예보 첫 가동…홍수 특보 발령 시간 단축

올해 장마철에 처음으로 AI(인공지능) 홍수 예보 시스템이 가동됐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은 댐 방류량과 강수량, 하천유량 등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현재 수위 상승 자료 등을 바탕으로 홍수 가능성을 1차 판단합니다. 이후 유역별 홍수통제소의 예보관이 홍수 특보 발령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환경부는 AI 홍수 예보를 위해 최대 10년 치의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홍수 예측 모형도 고도화했습니다. 아울러 홍수 특보를 발령하고 전파하는 체계도 자동화했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홍수 특보 발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과거에는 예보관이 자료를 분석해 특보 발령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10~15분 가량이 소요됐지만, AI의 1차 판단이 나오는 데는 3초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아울러 기존에는 한 지점씩 홍수 가능성을 예보했지만, 이제는 다수 지점에서 동시에 홍수 특보를 발령할 수 있게 개선됐습니다. 또, 홍수 주의보에서 홍수 경보로 순차적 발령만 가능하던 것도 급격한 수위 상승 예상 시 바로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특보 발령 횟수 '껑충'…홍수 예보 가능 지점 3배 증가

개선 효과는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 기간의 예보 실적을 보니 지난해보다 특보 발령 횟수가 8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다 선제적인 홍수 대비를 유도한 셈입니다.

KBS가 확보한 환경부의 올해 홍수 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충청과 경북 등에 기록적인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홍수 주의보는 70번, 홍수 경보는 26번 발령됐습니다.


역시 장마철이었던 지난해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간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발령된 홍수 특보는 54번이었습니다.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 기간(2023.7.14~17)과 비교했을 때 올해 특보 발령은 78% 늘어난 겁니다.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와 올해 집중호우의 발생 지역과 양상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집중호우 기간(2023.7.14~17) 일 평균 강수량이 194.5mm로 올해 집중호우 기간(2024.7.7~10)의 일 평균 강수량 133.7mm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보 발령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홍수 특보 발령 횟수가 증가한 데는 홍수 예보 가능 지점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AI 홍수 예보 시스템의 도입으로 기존에 대하천 본류 중심이던 홍수 예보가 지방 하천까지 확대되면서, 올해 장마철 홍수 예보지점은 기존 75곳에서 223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장마철 발령된 특보 96번 가운데 신설된 지점에서 발령된 특보는 69번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습니다.

■ 첫 출발은 "성공적"…정확도 향상·전파 방식 개선 등 과제도

첫선을 보인 AI 홍수 예보 시스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립니다. 더 많은 지점에 더 신속하게 홍수 특보를 전파하게 돼 국민들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재응 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홍수 예보 지점을 촘촘하게 해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대피도 할 수 있고 안전해질 수 있다"며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강우 정보라든지 상류에 있는 하천 유량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AI 예보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동안 많은 자료가 축적됐기 때문에 지금은 충분히 우리가 그런 예보를 할 만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특보 발령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예보의 정확성을 엄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지난 7월 8일 경북 상주시 이안교(낙동강)의 경우 수위가 상승하자 오전 7시 1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오후 들어 수위가 잠시 주춤하자 오후 1시 50분에 주의보가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수위가 급하게 오르면서 2시간 40분 만에 홍수주의보가 재발령됐습니다. 실제 수위 변화를 반영한 조치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특보 발령과 해제가 자주 바뀌면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홍수알리미 앱
주민들에게 홍수 특보를 알리는 수단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환경부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홍수알리미' 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으로 앱스토어 다운 횟수가 5만여 회에 불과합니다. 내부 화면 인터페이스나 화면 구성은 이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일아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홍수 알리미' 앱 후기를 보면 "연결이 끊어져 반응이 없다",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다수 나옵니다.

환경부는 AI 홍수 예측 시스템을 계속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AI 예보가 없었다면 기존의 물리모형만 가지고는 인력의 한계 때문에 이렇게 발령을 할 수 없었다"며 "특히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던 이번 호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실장은 이어 "전체 정확도가 80%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학습 데이터가 적은 지점은 아직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며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을 더 시켜서 정확도를 향상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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