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 수미 테리 기소에 외교가 ‘충격’…향후 파장은?

입력 2024.07.17 (11:27) 수정 2024.07.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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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한국통' 미국 학자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CIA 분석가 출신으로, 대표적인 미국내 '지한파' 학자로 꼽혀왔습니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수미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 대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는 소식은 외교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0년 넘게 전문가로서 활동했고 활동에 아무 문제 없었던 수미 테리를 갑자기 미국 검찰이 기소한 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미 관계가 양호한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의아하다"며 "향후 한미 관계는 물론, 지한파 학자들의 활동 및 대미 로비 활동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혐의 들여다보니…"고가 식사 및 명품백 등 대가로 한국 정부 위해 활동"

이 사실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의 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 연구원은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등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13년 6월부터 활동이 시작됐다고 소장은 적시했습니다.

당시 수미 테리는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이후 10년 동안 루이비통 핸드백과 3천달러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식당에서 저녁 식사 등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 최소 3만7천 달러, 우리 돈 약 5천 2백만 원 가량의 뒷돈을 받은 혐의도 적시돼 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 연구원은 '비공개'를 전제로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한국 정보당국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한미 정부 관계자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한국 정부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은 혐의도 적시돼 있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수미 테리는 누구?…"CIA 분석가 출신 지한파 학자·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는 1972년에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12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뉴욕대에서 정치과학으로 학사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북한 출신 조부모 덕분에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로 전해졌습니다.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습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고,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습니다.

이후에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대북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3월부터 뉴욕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5월엔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또 6월에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CNN 방송에 논평가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 학자가 아닌 로비스트?…"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은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그 사실을 미국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이란 이름으로 미리 신고만 하면, 이른바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미국 민주당 밥 메넨데스 뉴저지주 상원의원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았는데, 이때도 사전 등록 없이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의 경우 학자이기 때문에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학계 활동을 이어왔고, 이러한 활동이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셈인데, 10년 만에 '로비스트'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의아하다는 게 외교가의 반응입니다.

민간인 신분의 수미 테리 연구원이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비공개 정보를 얻어 한국 정부에 제공했는지 등은 향후 이어질 재판 과정을 통해 명확히 확인될 거로 보입니다.

■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은?…"지한파 학자 활동 위축 우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미국 내에 '지일파'에 비해 '지한파' 학자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 대미외교의 경쟁력을 깎는 이유로 꼽혀 왔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나 수미 테리 연구원 등 한국계 미국인 몇명만 두드러지게 활동할 뿐, 한국을 잘 아는 전문가의 인력풀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실장과 쉴라 스미스 CFR 선임연구원 등을 포함한 지일파 학자들은 스펙트럼이 넓고 영향력도 큰 점과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이번에 대표적 '지한파' 수미 테리 연구원의 기소로 앞으로 미국 내 지한파 학자 양성과 연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 수집이 필요한 우리 주미한국대사관 및 정보당국의 활동도 크게 제한될 거로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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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한국통' 미국 학자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CIA 분석가 출신으로, 대표적인 미국내 '지한파' 학자로 꼽혀왔습니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수미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 대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는 소식은 외교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0년 넘게 전문가로서 활동했고 활동에 아무 문제 없었던 수미 테리를 갑자기 미국 검찰이 기소한 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미 관계가 양호한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의아하다"며 "향후 한미 관계는 물론, 지한파 학자들의 활동 및 대미 로비 활동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혐의 들여다보니…"고가 식사 및 명품백 등 대가로 한국 정부 위해 활동"

이 사실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의 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 연구원은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등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13년 6월부터 활동이 시작됐다고 소장은 적시했습니다.

당시 수미 테리는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이후 10년 동안 루이비통 핸드백과 3천달러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식당에서 저녁 식사 등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 최소 3만7천 달러, 우리 돈 약 5천 2백만 원 가량의 뒷돈을 받은 혐의도 적시돼 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 연구원은 '비공개'를 전제로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한국 정보당국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한미 정부 관계자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한국 정부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은 혐의도 적시돼 있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수미 테리는 누구?…"CIA 분석가 출신 지한파 학자·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는 1972년에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12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뉴욕대에서 정치과학으로 학사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북한 출신 조부모 덕분에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로 전해졌습니다.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습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고,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습니다.

이후에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대북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3월부터 뉴욕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5월엔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또 6월에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CNN 방송에 논평가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 학자가 아닌 로비스트?…"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은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그 사실을 미국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이란 이름으로 미리 신고만 하면, 이른바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미국 민주당 밥 메넨데스 뉴저지주 상원의원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았는데, 이때도 사전 등록 없이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의 경우 학자이기 때문에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학계 활동을 이어왔고, 이러한 활동이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셈인데, 10년 만에 '로비스트'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의아하다는 게 외교가의 반응입니다.

민간인 신분의 수미 테리 연구원이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비공개 정보를 얻어 한국 정부에 제공했는지 등은 향후 이어질 재판 과정을 통해 명확히 확인될 거로 보입니다.

■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은?…"지한파 학자 활동 위축 우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미국 내에 '지일파'에 비해 '지한파' 학자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 대미외교의 경쟁력을 깎는 이유로 꼽혀 왔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나 수미 테리 연구원 등 한국계 미국인 몇명만 두드러지게 활동할 뿐, 한국을 잘 아는 전문가의 인력풀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실장과 쉴라 스미스 CFR 선임연구원 등을 포함한 지일파 학자들은 스펙트럼이 넓고 영향력도 큰 점과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이번에 대표적 '지한파' 수미 테리 연구원의 기소로 앞으로 미국 내 지한파 학자 양성과 연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 수집이 필요한 우리 주미한국대사관 및 정보당국의 활동도 크게 제한될 거로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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