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전자제품 내려준 뒤 무연탄 싣고 러시아로…‘억류 선박’ 조사해보니

입력 2024.07.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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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선장이 운항하고 있던 3천 톤급 무국적 화물선 '더 이(DE YI)'호. 지난달 30일쯤 북한 남포항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중 전남 여수 인근에서 우리 정부에 의해 억류됐습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선박 측이 화물 조사에 응하지 않아 구체적인 조사가 어려웠는데, 3개월이 넘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 북한에 전자제품 내려준 뒤 무연탄 싣고 러시아로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 이(DE YI)'호는 3월 18일 중국 산둥성 스다오 항을 출발했습니다.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를 끄고 북한 남포항 인근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 선박에는 전자제품의 기계류 등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디서 수입했는지까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중국에서 실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남포항 인근에 도착한 '더 이(DE YI)'호는 싣고 온 전자제품을 미상의 북한 선박에 옮겨 실었습니다. 해당 전자제품이 북한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화물창을 비운 '더 이(DE YI)'호는 북한 선박 '덕성호'로부터 북한산 무연탄 약 4,500톤을 환적 받은 거로 외교부는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선박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다가 전남 여수 인근에서 억류됐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실제로 배가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확실한 판단이 불가능해 최종적으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러시아의 경우 북한보다 더 석탄 생산이 많은 수출국이기 때문에 러시아로 수출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로 수출하기 보다는 '원산지 세탁'을 위해 러시아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과거 한국 등에 유입된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산으로 원산지가 위조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자료사진자료사진

■ 홍콩 선사에 중국인 선장 …선장·선원 대부분 일단 출국

'더 이(DE YI)'호는 아프리카 토고 선박이었다가 무국적으로 전환했는데, 이후 북한의 이익에 충실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박을 소유한 곳은 'HK이린'으로, 홍콩 선사였습니다. 선사가 위치한 국가에 수사를 의뢰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선장은 중국인이었습니다. 이 선장은 최근 출국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선장에 대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외교부 당국자는 말을 아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원들도 대부분 하선을 희망해서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자료사진

■ 홍콩 선사·북한 선박 독자제재…실효성은 '의문'

정부는 홍콩 선사 'HK이린'과 북한 선박 '덕성'호를 내일(19일)자로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 선박과 해상 환적, 북한산 석탄 수출은 모두 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덕성호의 경우 지난해 3월 말 북한에 반입된 중고 선박인데, 중고 선박의 대북 공급 또한 제재 위반입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의 금융거래나 외환거래는 각각 금융위원회 또는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받지 않은 거래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앞서 2019년과 2021년에도 북한 배에 석유 등을 옮겨싣는 '불법 환적'에 관여한 선박들을 억류해 조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북한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돌아다니고, 러시아가 원산지 세탁까지 지원할 경우, 북한의 불법 환적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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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선장이 운항하고 있던 3천 톤급 무국적 화물선 '더 이(DE YI)'호. 지난달 30일쯤 북한 남포항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중 전남 여수 인근에서 우리 정부에 의해 억류됐습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선박 측이 화물 조사에 응하지 않아 구체적인 조사가 어려웠는데, 3개월이 넘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 북한에 전자제품 내려준 뒤 무연탄 싣고 러시아로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 이(DE YI)'호는 3월 18일 중국 산둥성 스다오 항을 출발했습니다.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를 끄고 북한 남포항 인근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 선박에는 전자제품의 기계류 등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디서 수입했는지까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중국에서 실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남포항 인근에 도착한 '더 이(DE YI)'호는 싣고 온 전자제품을 미상의 북한 선박에 옮겨 실었습니다. 해당 전자제품이 북한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화물창을 비운 '더 이(DE YI)'호는 북한 선박 '덕성호'로부터 북한산 무연탄 약 4,500톤을 환적 받은 거로 외교부는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선박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다가 전남 여수 인근에서 억류됐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실제로 배가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확실한 판단이 불가능해 최종적으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러시아의 경우 북한보다 더 석탄 생산이 많은 수출국이기 때문에 러시아로 수출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로 수출하기 보다는 '원산지 세탁'을 위해 러시아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과거 한국 등에 유입된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산으로 원산지가 위조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자료사진
■ 홍콩 선사에 중국인 선장 …선장·선원 대부분 일단 출국

'더 이(DE YI)'호는 아프리카 토고 선박이었다가 무국적으로 전환했는데, 이후 북한의 이익에 충실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박을 소유한 곳은 'HK이린'으로, 홍콩 선사였습니다. 선사가 위치한 국가에 수사를 의뢰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선장은 중국인이었습니다. 이 선장은 최근 출국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선장에 대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외교부 당국자는 말을 아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원들도 대부분 하선을 희망해서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
■ 홍콩 선사·북한 선박 독자제재…실효성은 '의문'

정부는 홍콩 선사 'HK이린'과 북한 선박 '덕성'호를 내일(19일)자로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 선박과 해상 환적, 북한산 석탄 수출은 모두 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덕성호의 경우 지난해 3월 말 북한에 반입된 중고 선박인데, 중고 선박의 대북 공급 또한 제재 위반입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의 금융거래나 외환거래는 각각 금융위원회 또는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받지 않은 거래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앞서 2019년과 2021년에도 북한 배에 석유 등을 옮겨싣는 '불법 환적'에 관여한 선박들을 억류해 조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북한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돌아다니고, 러시아가 원산지 세탁까지 지원할 경우, 북한의 불법 환적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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