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③ ‘양육하지 않을 권리’ 악용 우려…아동 보호체계 잘 갖췄나?

입력 2024.07.19 (08:02) 수정 2024.07.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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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해 출생 신고가 안 된 ‘미신고 아동’ 수천 명의 존재가 확인됐습니다.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입니다. 일부는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살해당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가 오늘(19일)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앞으로 의료기관은 반드시 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하고, 동시에 ‘위기 임산부’는 익명으로 출산하는 길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산모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 보호출산제를 고려하기 전에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KBS가 현장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홍성주 씨는 선천적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 영아 보호시설에 맡겨졌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성주 씨는 여러 시설을 거쳤습니다. 그 경험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성주 씨는 말합니다.

“시설에서 학대를 당한 적도 있고, (생활 측면에서도) 강압적인 게 너무 많아요. 시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왕이고 우리는 신하인 거죠. 학생 때 본인이 꿈꾸는 진로에 대해서도 (개개인에게) 신경을 써 주지 않고…”
-홍성주 / 자립준비청년

성주 씨는 본인처럼 선천적으로 아픈 아이들이 ‘보호출산제’를 통해 유기되는 경우가 늘어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라날 보호 시설 역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보호출산제, ‘양육하지 않을 권리’ 악용 우려도

성주 씨의 이런 걱정, 과연 기우일까요?

지난해 이른바 ‘그림자 아이’ 실태를 감사원에 공익 제보해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를 이끌어낸 이다정 간호사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기 임산부는 출산 이후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 보호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선천적인 질병 혹은 장애가 있을 때, 이 제도가 ‘어른들의 양육하지 않을 복지 권리’처럼 작동하게 될까 봐 우려하는 겁니다.

“국가는 이렇게 얘기하죠. ‘너는 보호 출산을 신청할 수 있고 아이를 익명으로 출산하고 가면 정부가 알아서 입양을 보내든 그거는 걱정하지 말아라. 너보다 아이를 더 잘 키운다’ 이런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러면 아이를 정부에 위탁하겠죠. 그러니까 보호출산제가 어른들이 양육할지 안 할지 결정하게 되는 복지 권리로 작동되는 그 상황에서 익명성은 덤으로 주는 셈이죠.”
-이다정 /간호사, 프로젝트 팀 ‘사회적 부모’

■ “보호출산 아동이 자라날 환경부터 개선해야”

당장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날 아이들이 자라날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부모가 직접 양육을 선택하지 않으면 현행 아동보호 체계로 편입돼 입양 또는 가정위탁이 되거나 보호시설에서 자라게 됩니다.

시설 대신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지만, 현실은 위탁 가정이 부족해 지난 5년간 보호 아동의 절반 이상이 시설로 보내졌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살펴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가정 외 보호아동의 57.3%가 여전히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 아동들이 영아기 때부터 친권이 상실되는 만큼, 입양이 어려울 때 위탁가정과 같이 1대 1로 지속적으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외국의 연구들이 가정 위탁 보호보다 시설 보호가 아동의 인지나 정서 신체 발달 등에서 좀 더 성과가 좋지 않다고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 보호출산 아동이 친권이 상실되는 영아기는 아동의 발달상 애착이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최대한 일관되고 바뀌지 않아야 하고요.

이 아이들은 영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호가 필요하거든요. 보호의 영속성이 확보될 수 있는 그런 입양이나 가정 위탁과 같은 가정 보호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년을 기준으로 가정 외 보호아동은 2만 2천여 명인 반면, 위탁가정 중에서도 친인척 등 혈연 관계가 없는 일반가정은 700여 세대에 그칩니다.

특히 행동 정서상 어려움이 있는 아동을 맡는 ‘전문 위탁 가정’은 전국에 200여 세대뿐입니다.

더 많은 보호 출산 아동이 새로운 의미의 가정 안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함께 일반 가정의 참여 유도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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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출산]③ ‘양육하지 않을 권리’ 악용 우려…아동 보호체계 잘 갖췄나?
    • 입력 2024-07-19 08:02:03
    • 수정2024-07-19 08: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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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지난해 출생 신고가 안 된 ‘미신고 아동’ 수천 명의 존재가 확인됐습니다.</strong>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입니다. 일부는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살해당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 <strong>출생통보제</strong>와 <strong>보호출산제</strong>가 오늘(19일)부터 본격 시행됩니다.<br /><br />앞으로 의료기관은 반드시 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하고, 동시에 ‘위기 임산부’는 익명으로 출산하는 길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산모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 보호출산제를 고려하기 전에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KBS가 현장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홍성주 씨는 선천적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 영아 보호시설에 맡겨졌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성주 씨는 여러 시설을 거쳤습니다. 그 경험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성주 씨는 말합니다.

“시설에서 학대를 당한 적도 있고, (생활 측면에서도) 강압적인 게 너무 많아요. 시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왕이고 우리는 신하인 거죠. 학생 때 본인이 꿈꾸는 진로에 대해서도 (개개인에게) 신경을 써 주지 않고…”
-홍성주 / 자립준비청년

성주 씨는 본인처럼 선천적으로 아픈 아이들이 ‘보호출산제’를 통해 유기되는 경우가 늘어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라날 보호 시설 역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보호출산제, ‘양육하지 않을 권리’ 악용 우려도

성주 씨의 이런 걱정, 과연 기우일까요?

지난해 이른바 ‘그림자 아이’ 실태를 감사원에 공익 제보해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를 이끌어낸 이다정 간호사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기 임산부는 출산 이후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 보호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선천적인 질병 혹은 장애가 있을 때, 이 제도가 ‘어른들의 양육하지 않을 복지 권리’처럼 작동하게 될까 봐 우려하는 겁니다.

“국가는 이렇게 얘기하죠. ‘너는 보호 출산을 신청할 수 있고 아이를 익명으로 출산하고 가면 정부가 알아서 입양을 보내든 그거는 걱정하지 말아라. 너보다 아이를 더 잘 키운다’ 이런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러면 아이를 정부에 위탁하겠죠. 그러니까 보호출산제가 어른들이 양육할지 안 할지 결정하게 되는 복지 권리로 작동되는 그 상황에서 익명성은 덤으로 주는 셈이죠.”
-이다정 /간호사, 프로젝트 팀 ‘사회적 부모’

■ “보호출산 아동이 자라날 환경부터 개선해야”

당장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날 아이들이 자라날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부모가 직접 양육을 선택하지 않으면 현행 아동보호 체계로 편입돼 입양 또는 가정위탁이 되거나 보호시설에서 자라게 됩니다.

시설 대신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지만, 현실은 위탁 가정이 부족해 지난 5년간 보호 아동의 절반 이상이 시설로 보내졌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살펴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가정 외 보호아동의 57.3%가 여전히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 아동들이 영아기 때부터 친권이 상실되는 만큼, 입양이 어려울 때 위탁가정과 같이 1대 1로 지속적으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외국의 연구들이 가정 위탁 보호보다 시설 보호가 아동의 인지나 정서 신체 발달 등에서 좀 더 성과가 좋지 않다고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 보호출산 아동이 친권이 상실되는 영아기는 아동의 발달상 애착이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최대한 일관되고 바뀌지 않아야 하고요.

이 아이들은 영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호가 필요하거든요. 보호의 영속성이 확보될 수 있는 그런 입양이나 가정 위탁과 같은 가정 보호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년을 기준으로 가정 외 보호아동은 2만 2천여 명인 반면, 위탁가정 중에서도 친인척 등 혈연 관계가 없는 일반가정은 700여 세대에 그칩니다.

특히 행동 정서상 어려움이 있는 아동을 맡는 ‘전문 위탁 가정’은 전국에 200여 세대뿐입니다.

더 많은 보호 출산 아동이 새로운 의미의 가정 안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함께 일반 가정의 참여 유도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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