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늦어지다 사고…저수지 안전 ‘빨간불’

입력 2024.07.24 (21:36) 수정 2024.07.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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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폭우로 영동의 한 저수지가 무너지면서 마을 주민이 실종돼, 2주째 수색이 이뤄지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너진 저수지는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이처럼 사고 위험이 큰 저수지가 충북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새벽, 시간당 50mm의 호우에 둑이 무너진 법곡 저수지입니다.

물이 빠지는 시설인 여수로가 터지면서 급류가 쏟아져 내려 1km 떨어진 농막 일대에 있던 69살 유 모 씨가 실종됐습니다.

영동군은 실종 사고 당일, 이 저수지 일대에 500년 빈도의 비가 내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규모 저수지 설계 기준인 200년 빈도를 2배 넘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50년 이상 된 저수지는 설계 기준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사고가 난 저수지는 1945년에 건립됐습니다.

안전 진단 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을 받았지만 그동안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동 실종자 동생 : "위험성이 있으면 그런 걸 진즉에 손을 봤어야지. 안타까워서 사실은 지자체 상대로 해서 저희들이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금."]

저수지가 사유지에 있어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협의가 늦어져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고도 4년 넘게 답보 상태였습니다.

[근처 주민 : "물 넘어가는 곳을 더 넓히는 공사를 해야 해서 업자 선정을 한 상태인데, 소유자는 지금 작고하고 (후손들은) 다 이주했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하는 저수지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긴급 보수·보강해야 하는 충북의 D등급 저수지는 35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모두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저수지입니다.

이 가운데 극소수만 정비 공사가 이뤄지거나 용도 변경으로 폐기 처분됐습니다.

[이승수/충북대학교 토목공학부 교수 : "인명 피해가 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빨리 손을 써야겠구나' 의사 결정이 되는데, 소규모 저수지들이 대개 외진 데 있다 보니까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기후 변화로 갑작스러운 극한 호우가 점점 잦아지는 상황.

노후 저수지 등 재해위험지구 정비를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그래픽: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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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늦어지다 사고…저수지 안전 ‘빨간불’
    • 입력 2024-07-24 21:36:27
    • 수정2024-07-25 14:27:49
    뉴스9(청주)
[앵커]

최근 폭우로 영동의 한 저수지가 무너지면서 마을 주민이 실종돼, 2주째 수색이 이뤄지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너진 저수지는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이처럼 사고 위험이 큰 저수지가 충북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새벽, 시간당 50mm의 호우에 둑이 무너진 법곡 저수지입니다.

물이 빠지는 시설인 여수로가 터지면서 급류가 쏟아져 내려 1km 떨어진 농막 일대에 있던 69살 유 모 씨가 실종됐습니다.

영동군은 실종 사고 당일, 이 저수지 일대에 500년 빈도의 비가 내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규모 저수지 설계 기준인 200년 빈도를 2배 넘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50년 이상 된 저수지는 설계 기준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사고가 난 저수지는 1945년에 건립됐습니다.

안전 진단 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을 받았지만 그동안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동 실종자 동생 : "위험성이 있으면 그런 걸 진즉에 손을 봤어야지. 안타까워서 사실은 지자체 상대로 해서 저희들이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금."]

저수지가 사유지에 있어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협의가 늦어져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고도 4년 넘게 답보 상태였습니다.

[근처 주민 : "물 넘어가는 곳을 더 넓히는 공사를 해야 해서 업자 선정을 한 상태인데, 소유자는 지금 작고하고 (후손들은) 다 이주했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하는 저수지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긴급 보수·보강해야 하는 충북의 D등급 저수지는 35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모두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저수지입니다.

이 가운데 극소수만 정비 공사가 이뤄지거나 용도 변경으로 폐기 처분됐습니다.

[이승수/충북대학교 토목공학부 교수 : "인명 피해가 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빨리 손을 써야겠구나' 의사 결정이 되는데, 소규모 저수지들이 대개 외진 데 있다 보니까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기후 변화로 갑작스러운 극한 호우가 점점 잦아지는 상황.

노후 저수지 등 재해위험지구 정비를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그래픽: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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