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스타라이너, 절반의 성공일까 실패일까 [특파원리포트]

입력 2024.08.10 (09:15) 수정 2024.08.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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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제가 우주 비행의 꿈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보잉사의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하기 직전 조종석에 앉아 있던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의 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약 8일이 지나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스타라이너 발사가 성공한 뒤 나사의 빌 넬슨 국장은 "미국은 인간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두 개의 독특한 체제를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해왔던, 우주비행사를 더 안전하게 할 대체 수단을 갖게 되는 겁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 도착 두 달이 지나서도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고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 길어지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뭐가 문제길래?

보잉사의 스타라이너는 유인비행을 하기까지의 과정부터 험난했습니다. 2014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우주 비행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지만, 8년이 지나서야 무인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유인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두 번 연기한 끝에 현지 시각 6월 5일 발사에 성공합니다.

보잉과 같은 시기에 나사와 계약한 당시 신생기업이었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이미 2020년 유인시험비행을 마쳤고, 나사의 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발사 성공 후 국제우주정거장 도킹도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접근할 때 스타라이너에서 헬륨 누출이 발생했고, 추진기도 고장났습니다. 도킹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졌습니다.

올해 6월 초,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춤을 추며 환호하는 수니타 윌리엄스(오른쪽 푸른 옷) 모습올해 6월 초,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춤을 추며 환호하는 수니타 윌리엄스(오른쪽 푸른 옷) 모습

당시 국제우주정거장에 들어간 수니타 윌리엄스는 안도감에 춤을 추며 환호했습니다.

문제는 추진기 오작동의 원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28개의 추진기 가운데 27개는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장의 근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다른 추진기가 언제 고장날지 모릅니다. 추진기가 고장나면 정상 궤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 생명을 두고 도박할 수 없다는 NASA...내년에나 귀환?

보잉사는 여전히 자사 캡슐을 이용해 우주인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타라이너 캡슐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동안 원격으로 이뤄진 점검 기록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나사는 대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보낸 건 보잉사이지만 사업은 분명 나사의 사업입니다. 그 대안은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건입니다. 고장 이유도 모르는 캡슐에 우주인을 태우는 도박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나사가 스페이스엑스 의 드래곤을 대체 이송수단으로 결정하면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우주비행사를 태우지 않은 채 원격 조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스타라이너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돼야 드래건이 그 자리에 도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우주비행사들이 당장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년이나 돼야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유는 드래건이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하게 될 텐데 이 우주비행사들은 최소한 여섯 달 동안 그곳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자리가 있다고 바로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와야 하는 겁니다. 현재 스페이스엑스는 다음 달 24일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빨라도 내년 3월까지는 그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만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건 발사 이전에 스타라이너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SpaceX에 밀리고 손실은 눈덩이...보잉, 우주 사업 지속할 수 있을까?

물론 미국 우주인들이 제때 돌아오지 못하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당초 180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 예정이었던 프랭크 루비오 등 세 명의 우주인은, 타고 갔던 소유즈 캡슐이 우주 쓰레기에 파손되면서 1년 이상 머문 뒤에야 대체 캡슐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보급품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주에 추가 식량과 실험 장비를 실은 보급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추가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식수는 소변을 재활용하고 있고, 자체 산소 생성장치도 있습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두 달 넘게 생활하고 있는 수니타 윌리엄스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두 달 넘게 생활하고 있는 수니타 윌리엄스

다만 유인 우주 비행의 성공은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까지입니다. 보잉사가 자신들이 보낸 우주비행사들을 자력으로 데려오지 못한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이들이 스페이스엑스를 타고 돌아온다면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날 겁니다.

보잉사는 우주 사업 진행이 느려지면서 이미 14억 달러, 우리 돈 1조 9천억 원의 손실을 본 상태입니다. 여기에 더해 2분기에도 1억 2천5백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사는 여전히 복수 운송 체제를 위해 보잉사의 스타라이너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민간 경쟁체제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잉사의 스타라이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목표 달성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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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잉의 스타라이너, 절반의 성공일까 실패일까 [특파원리포트]
    • 입력 2024-08-10 09:15:51
    • 수정2024-08-10 09: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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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의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하기 직전 조종석에 앉아 있던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의 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약 8일이 지나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스타라이너 발사가 성공한 뒤 나사의 빌 넬슨 국장은 "미국은 인간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두 개의 독특한 체제를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해왔던, 우주비행사를 더 안전하게 할 대체 수단을 갖게 되는 겁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 도착 두 달이 지나서도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고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 길어지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뭐가 문제길래?

보잉사의 스타라이너는 유인비행을 하기까지의 과정부터 험난했습니다. 2014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우주 비행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지만, 8년이 지나서야 무인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유인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두 번 연기한 끝에 현지 시각 6월 5일 발사에 성공합니다.

보잉과 같은 시기에 나사와 계약한 당시 신생기업이었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이미 2020년 유인시험비행을 마쳤고, 나사의 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발사 성공 후 국제우주정거장 도킹도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접근할 때 스타라이너에서 헬륨 누출이 발생했고, 추진기도 고장났습니다. 도킹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졌습니다.

올해 6월 초,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춤을 추며 환호하는 수니타 윌리엄스(오른쪽 푸른 옷) 모습
당시 국제우주정거장에 들어간 수니타 윌리엄스는 안도감에 춤을 추며 환호했습니다.

문제는 추진기 오작동의 원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28개의 추진기 가운데 27개는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장의 근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다른 추진기가 언제 고장날지 모릅니다. 추진기가 고장나면 정상 궤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 생명을 두고 도박할 수 없다는 NASA...내년에나 귀환?

보잉사는 여전히 자사 캡슐을 이용해 우주인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타라이너 캡슐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동안 원격으로 이뤄진 점검 기록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나사는 대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보낸 건 보잉사이지만 사업은 분명 나사의 사업입니다. 그 대안은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건입니다. 고장 이유도 모르는 캡슐에 우주인을 태우는 도박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나사가 스페이스엑스 의 드래곤을 대체 이송수단으로 결정하면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우주비행사를 태우지 않은 채 원격 조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스타라이너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돼야 드래건이 그 자리에 도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우주비행사들이 당장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년이나 돼야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유는 드래건이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하게 될 텐데 이 우주비행사들은 최소한 여섯 달 동안 그곳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자리가 있다고 바로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와야 하는 겁니다. 현재 스페이스엑스는 다음 달 24일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빨라도 내년 3월까지는 그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만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건 발사 이전에 스타라이너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SpaceX에 밀리고 손실은 눈덩이...보잉, 우주 사업 지속할 수 있을까?

물론 미국 우주인들이 제때 돌아오지 못하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당초 180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 예정이었던 프랭크 루비오 등 세 명의 우주인은, 타고 갔던 소유즈 캡슐이 우주 쓰레기에 파손되면서 1년 이상 머문 뒤에야 대체 캡슐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보급품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주에 추가 식량과 실험 장비를 실은 보급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추가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식수는 소변을 재활용하고 있고, 자체 산소 생성장치도 있습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두 달 넘게 생활하고 있는 수니타 윌리엄스
다만 유인 우주 비행의 성공은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까지입니다. 보잉사가 자신들이 보낸 우주비행사들을 자력으로 데려오지 못한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이들이 스페이스엑스를 타고 돌아온다면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날 겁니다.

보잉사는 우주 사업 진행이 느려지면서 이미 14억 달러, 우리 돈 1조 9천억 원의 손실을 본 상태입니다. 여기에 더해 2분기에도 1억 2천5백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사는 여전히 복수 운송 체제를 위해 보잉사의 스타라이너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민간 경쟁체제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잉사의 스타라이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목표 달성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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