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승계해 준다더니…” 호텔 소유권만 뺏어간 코스닥상장사 [제보K]

[앵커]

저희 KBS에 이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겠단 말에 분양형 호텔의 소유권을 한 코스닥 상장사에 넘긴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 승계는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회사는 상장폐지돼 결국은 소유권만 빼앗긴 셈이 됐단 겁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취재한 내용입니다.

[리포트]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분양형 호텔.

지난 2015년, A 씨는 7억 원을 주고 객실 2개를 분양받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호텔 영업은 중단됐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노후대책으로 장만해 놨는데, (손님이 끊기면서) 이자를 한 2년 이상 계속 수입 없이 냈죠."]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을 때 호텔 사업을 추진한다는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대출금을 회사가 떠안을 테니 객실을 넘기란 거였습니다.

A 씨와 비슷한 처지의 소유자 9명이 모였고, 회사는 대출금 23억을 갚아주는 대신 10여 개 객실을 넘겨받기로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그 금액(빚)을 대신 내주고 우리 재산을 넘겨받겠다' (하고). 상장회사라는 것을 일반인들은 다 대단한 회사라 생각을 (하니까)."]

계약 직후 소유권을 넘겨줬지만 대출 승계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다 넉 달 뒤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시작됐고, 이듬해엔 상장 폐지됐습니다.

소유권만 빼앗긴 투자자들은 수억 원의 빚을 그대로 갚아야 했고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습니다.

[피해자 B 씨 친형 : "전세보증금에 대한 압류도 하고 집 안에 있는 집기들도 (압류하고). 직장도 그만두게 되고."]

지금은 다시 영업 중인 호텔.

[제주도 ○○호텔/음성변조 : "(2박 3일 예약 가능한가요?) 성수기여서 1박당 9만 원이고요."]

하지만 소유권을 넘겨 수익금은 만져보지도 못합니다.

소유권을 가져간 회사는 상장 폐지 후에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대출 승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은 안 계시다는 거예요, 대표님이?) 몰라요, 저는. 여기는 사무실도 있고 공장도 있고 그런데."]

경찰은 회사 임원진이 소유권만 빼돌릴 의도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회사 측에 여러 번 입장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최석규/영상편집:이소현/그래픽: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