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폭파하고 증거 은폐”…일본군 731부대원 79년 만에 ‘참회’

입력 2024.08.14 (19:21) 수정 2024.08.14 (20: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일본군 731부대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생체 실험이 자행됐던 중국 하얼빈에 79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아흔이 넘은 백발의 노병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머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베이징 김효신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 무기 개발을 위해 중국인과 조선인, 구 소련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731부대.

1945년까지 731부대에서 근무했던 시미즈 히데오 씨가 79년 만에 역사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독가스 실험실과 특수 감옥, 사체 검안실 등을 돌아보며 당시 일본 관동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낱낱이 증언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당시 731부대원 : "(당시) 여성 분의 배에 있는 아이 같은 것도 배에 들어있는 대로 표본이 되어버렸습니다."]

손자들을 볼 때마다 당시 영유아 표본이 생각나 괴로웠다던 94살의 시미즈 씨.

살아생전 속죄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뜻에 따라, 일본 시민단체의 주선으로 이번 방중이 성사됐습니다.

[시미즈 히데오/당시 731부대원 :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시미즈 씨는 일본군이 1945년 패망 직전 증거 인멸을 위해 시설을 폭파하고, 학살당한 실험 대상자들의 유골을 본인이 수습했던 과거도 털어놨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유일한 731부대 생존자의 증언을 환영했고, 중국 외교부도 역사적 진실을 마주한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번 731부대원의 방중이 민간 차원으로 이뤄진데다 일본 정부도 세균전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어 중-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김대범/자료조사:이수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시설 폭파하고 증거 은폐”…일본군 731부대원 79년 만에 ‘참회’
    • 입력 2024-08-14 19:21:21
    • 수정2024-08-14 20:01:10
    뉴스 7
[앵커]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일본군 731부대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생체 실험이 자행됐던 중국 하얼빈에 79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아흔이 넘은 백발의 노병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머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베이징 김효신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 무기 개발을 위해 중국인과 조선인, 구 소련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731부대.

1945년까지 731부대에서 근무했던 시미즈 히데오 씨가 79년 만에 역사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독가스 실험실과 특수 감옥, 사체 검안실 등을 돌아보며 당시 일본 관동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낱낱이 증언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당시 731부대원 : "(당시) 여성 분의 배에 있는 아이 같은 것도 배에 들어있는 대로 표본이 되어버렸습니다."]

손자들을 볼 때마다 당시 영유아 표본이 생각나 괴로웠다던 94살의 시미즈 씨.

살아생전 속죄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뜻에 따라, 일본 시민단체의 주선으로 이번 방중이 성사됐습니다.

[시미즈 히데오/당시 731부대원 :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시미즈 씨는 일본군이 1945년 패망 직전 증거 인멸을 위해 시설을 폭파하고, 학살당한 실험 대상자들의 유골을 본인이 수습했던 과거도 털어놨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유일한 731부대 생존자의 증언을 환영했고, 중국 외교부도 역사적 진실을 마주한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번 731부대원의 방중이 민간 차원으로 이뤄진데다 일본 정부도 세균전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어 중-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김대범/자료조사:이수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