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지하가 불안하다, 전기차 화재

입력 2024.08.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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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2회] 지하가 불안하다, 전기차 화재

오영균 / 인천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
(화재 직후) 나도 우리집에 올라가려고 여기 1층에 왔는데 벌써 이쪽 5호, 6호 라인 아주머니는 아기들 얼굴이 까맣고 막 땅바닥에 앉아서 울고 난리 났었어요.

이른 아침 화재에 놀란 주민들.

연기를 피해 30층 옥상으로 대피하고, 고가 사다리차로 구조되는 사람들.

주민 20여 명은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불이 난 주차장.

뼈대만 남고 완전히 타버린 차량만도 40대가 넘고 수백 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재욱 /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전통적인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의 화재 진압 방식으로는 꺼지지가 않으니까, 인접주차돼 있는 일반 차량에까지 화재가 확산되거나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굉장히 대형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 화재처럼 전기차 화재가 있었던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 연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불길이 보이지 않는데도 전기차에서는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옵니다.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
저희가 통제하면서 얼굴을 거의 뭐 수건으로 가리고 있을 정도로 여기 계속 연기가 막 들어오니까요.
(소방대 도착하기 전에도 그 정도로 연기가 꽤 차있는 상태였나요?)
소방차 도착하고 나서 더 많이 났고요.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지하 공간에서는 나갈 유일한 곳이 램프(출입구)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고, 피난에도 어렵지만 나중에 소방대원들이 다시 그 연기 속으로 들어가서 화재 진압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방서에서 촬영한 당시 화면에는 견인차량의 모습이 보입니다.

초기 진화가 된 전기차를 견인차량을 이용해 곧바로 지하주차장 밖으로 이동시킨 겁니다.

이종인 / 경기 김포소방서 화재조사팀장
신고 단계에서부터 저희가 출동하면서 견인차를 섭외해서 선착대는 도착해서 진압을 하고 있고, 저희 지휘대하고 견인차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선착대에서 안정화시킨
차량을 바로 지상으로 올려 놓은 거죠.

소방대가 도착한 지 10여 분 만에 건물 밖으로 나온 전기차.

빠른 진화로 다른 차량이나 아파트 시설에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이 난 차량은 배터리가 안정될 때까지 무려 사흘 동안이나 이동식 수조 안에 넣어둬야 했습니다.

이종인 / 경기 김포소방서 화재조사팀장
안에 배터리가 다시 반응이 일어나면 다시 연소가 일어나고 그거를 방지하기 위해서 24시간 동안 교대근무니까요. 저희가 한 3일 정도를 담가 놓았습니다. 물에 기포가 발생이 됩니다. 반응이 일어나면. 기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게 이제 반응이 끝난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같은 전기차 화재인데도 인천의 아파트에서는 왜 피해가 컸던 걸까?

전기차에서 화염이 일기 전에 소방대가 도착한 김포와 달리,

인천에서는 소방관 진입이 어려울 만큼 화재가 지하주차장에 빠르게 번졌습니다.

청라 화재 당시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연기랑 열기랑 폭발음이 너무 많이 들려서 지휘팀장이 대원들의 안전이 좀 우려돼서 일단 나오라고 했고, 우회해서 정문 쪽에 있는 주차장 쪽으로 다시 진입을 (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경보기가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인천 화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화재 직후 경보기가 울렸지만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스프링클러 작동을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지하주차장 같은 경우는 스프링클러가 작동이 되지 않아서 큰 사고로 번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천안 불당동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나서 한 600대 정도가 차량의 그을음이라든가 타기도 하고 이런 경우들이 있었고요. 지하 주차장에 있는 시스템은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이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스프링클러가 오작동에 의해서 작동하지 못하도록 스위치를 꺼놓는 이런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화재감지기가 화재 신호를 보내면 물 공급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돼있는데, 이 밸브를 누군가 잠가버리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전기차 화재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최근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환경에서 가운데 빨간색 전기차를 두고 주차장처럼 양쪽에 일반차량을 주차한 상황.

전기차 배터리에 인위적으로 불을 붙이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이어 화염이 솟구칩니다.

10여 분 뒤 불길이 거세지자 스프링클러의 감지기가 작동하고, 차량에 물이 뿌려지면서 화면이 연기로 가득찹니다.

별도의 화재진압 없이 스프링클러만으로 물을 뿌리는 상황.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바로 옆 차량으로 번지지 않았습니다.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동안 바로 옆 차량은 타이어에도 불이 옮겨붙지 않은 겁니다.

고병용 / 한국토지주택공사 소방사업팀장 (실험책임자)
국내 최초로 시행됐던 실험이고 아까 보시는 바와 같이 상부 스프링클러만으로도 좌우 측의 차량에 화재 전이가 차단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런 실험이었습니다. 관리소 직원이랄지 안전관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화재 제어는 가능했다. 소방대가 출동할 때까지의 10분 정도의 골든타임 동안 화재를 제어할 수 있었다. 그걸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저희 실험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프링클러 외에 전기차 화재를 위한 소화장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장비는 배터리가 있는 전기차 하부에 물을 뿌리는 방식입니다.

주차장 내에 비치해 놓았다가 화재현장까지 이동한 뒤 소방호스를 연결해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부로 밀어넣는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동식 소화장비가 보급되고 있습니다.

고병용 / 한국토지주택공사 소방사업팀장
전기차가 어디다 주차할지 모르는 이런 상황입니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그래서 이동식 하부 주수장치는 이동해서 어느 공간이든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단지에 1~2대 또는 2~3대만 비치하더라도 신속하게 화재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차 하부에 물을 뿌리는 소화장비로는 색다른 방식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바둑판 정도 크기의 장치를 금속판 아래로 밀어넣고 소방호스로 물을 공급하자, 잠시 후 금속판 위쪽으로 물줄기가 솟구칩니다.

물이 나오는 빨간 노즐 부분이 금속판을 뚫고 들어가 배터리 내부로 직접 물을 분사하는 장치입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올해 초 개발한 이 소화장비는 별도의 동력 없이 소방호스만 연결하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소방호스의 수압이 내부의 터빈날개를 돌리면 날카로운 노즐이 드릴처럼 함께 돌아가는 겁니다.

김영한 / 전기차 소화장비 업체 대표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을 조사해보니 지상고, 최저 지상고가 140(밀리미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차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저희 제품의 높이를 130에 맞춰서 개발했고요. 별도의 어떤 전기라든지 에어라든지 이런 별도의 에너지원 없이 순수 수압만으로 천공을 해서 물을 주입하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실제 화재 실험에서는 10여 분만에 화재진압이 끝났습니다.

열영상 화면으로도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부가 파란색으로 냉각된 것이 확인됩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배터리 냉각에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크게 단축한 겁니다.

김영한 / 전기차 소화장비 업체 대표
배터리의 화염은 천공을 하고 난 이후에 1분 정도 되면 화염은 다 진압이 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배터리 같은 경우는 화학 반응을 하다보니까 저희가 한 10분 이상 계속 물을 주입해서 냉각을 시키면 재발화가 되지 않는, 그래서 10분 정도까지는 계속 공급할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는 전기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령이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의 예방과 소화를 위한 법령이나 규제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이 전기차 충전시설은 가급적 야외에 설치하고, 지하주차장인 경우 방화벽과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력은 없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시환 /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
건물 내에 있는 소방시설을 활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작년도부터 지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방시설 설치 기준에 대해서 보완할 계획이고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그 보완안이 마련이 될 거고, 늦어도 내년까지는 기준안이 공포되는 것을 목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인천 화재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난 12일부터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제도 정비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충전율을 제한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재욱 /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대책이 아직 명확하게 확립됐다고 볼 수 없거든요. 그리고 차량이라는 게 운행하면서 계속 배터리가 손상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화재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 요인들이 있지만, 동시에 지하 주차장을 쓸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물리적 특성을 좀 고려한 안전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기도 하고, 지하 충전소를 폐쇄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전구역을 지상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전기차의 지하공간 주차를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충전소는 지하 깊은 곳에 하지 않고 예를 들어 지하 1층이라든지 옥외라든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주차를 해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 공간을 찾아서 내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 지하5층도 될 수 있고 6층도 될 수 있고 차량의 주차공간을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에 맞춘 새로운 대책과 규제가 나온다고 해도 기존의 아파트와 건물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가 많아지면서 기존의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점검해야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신축 건물은 새로운 강화된 규제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저희가 유지 관리를 좀더 개선한다든지 그 다음에 소방 안전관리자가 유지 관리 업무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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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지하가 불안하다, 전기차 화재
    • 입력 2024-08-18 23:13:27
    사회
[더 보다 22회] 지하가 불안하다, 전기차 화재

오영균 / 인천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
(화재 직후) 나도 우리집에 올라가려고 여기 1층에 왔는데 벌써 이쪽 5호, 6호 라인 아주머니는 아기들 얼굴이 까맣고 막 땅바닥에 앉아서 울고 난리 났었어요.

이른 아침 화재에 놀란 주민들.

연기를 피해 30층 옥상으로 대피하고, 고가 사다리차로 구조되는 사람들.

주민 20여 명은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불이 난 주차장.

뼈대만 남고 완전히 타버린 차량만도 40대가 넘고 수백 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재욱 /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전통적인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의 화재 진압 방식으로는 꺼지지가 않으니까, 인접주차돼 있는 일반 차량에까지 화재가 확산되거나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굉장히 대형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 화재처럼 전기차 화재가 있었던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 연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불길이 보이지 않는데도 전기차에서는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옵니다.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
저희가 통제하면서 얼굴을 거의 뭐 수건으로 가리고 있을 정도로 여기 계속 연기가 막 들어오니까요.
(소방대 도착하기 전에도 그 정도로 연기가 꽤 차있는 상태였나요?)
소방차 도착하고 나서 더 많이 났고요.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지하 공간에서는 나갈 유일한 곳이 램프(출입구)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고, 피난에도 어렵지만 나중에 소방대원들이 다시 그 연기 속으로 들어가서 화재 진압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방서에서 촬영한 당시 화면에는 견인차량의 모습이 보입니다.

초기 진화가 된 전기차를 견인차량을 이용해 곧바로 지하주차장 밖으로 이동시킨 겁니다.

이종인 / 경기 김포소방서 화재조사팀장
신고 단계에서부터 저희가 출동하면서 견인차를 섭외해서 선착대는 도착해서 진압을 하고 있고, 저희 지휘대하고 견인차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선착대에서 안정화시킨
차량을 바로 지상으로 올려 놓은 거죠.

소방대가 도착한 지 10여 분 만에 건물 밖으로 나온 전기차.

빠른 진화로 다른 차량이나 아파트 시설에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이 난 차량은 배터리가 안정될 때까지 무려 사흘 동안이나 이동식 수조 안에 넣어둬야 했습니다.

이종인 / 경기 김포소방서 화재조사팀장
안에 배터리가 다시 반응이 일어나면 다시 연소가 일어나고 그거를 방지하기 위해서 24시간 동안 교대근무니까요. 저희가 한 3일 정도를 담가 놓았습니다. 물에 기포가 발생이 됩니다. 반응이 일어나면. 기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게 이제 반응이 끝난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같은 전기차 화재인데도 인천의 아파트에서는 왜 피해가 컸던 걸까?

전기차에서 화염이 일기 전에 소방대가 도착한 김포와 달리,

인천에서는 소방관 진입이 어려울 만큼 화재가 지하주차장에 빠르게 번졌습니다.

청라 화재 당시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연기랑 열기랑 폭발음이 너무 많이 들려서 지휘팀장이 대원들의 안전이 좀 우려돼서 일단 나오라고 했고, 우회해서 정문 쪽에 있는 주차장 쪽으로 다시 진입을 (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경보기가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인천 화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화재 직후 경보기가 울렸지만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스프링클러 작동을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지하주차장 같은 경우는 스프링클러가 작동이 되지 않아서 큰 사고로 번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천안 불당동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나서 한 600대 정도가 차량의 그을음이라든가 타기도 하고 이런 경우들이 있었고요. 지하 주차장에 있는 시스템은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이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스프링클러가 오작동에 의해서 작동하지 못하도록 스위치를 꺼놓는 이런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화재감지기가 화재 신호를 보내면 물 공급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돼있는데, 이 밸브를 누군가 잠가버리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전기차 화재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최근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환경에서 가운데 빨간색 전기차를 두고 주차장처럼 양쪽에 일반차량을 주차한 상황.

전기차 배터리에 인위적으로 불을 붙이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이어 화염이 솟구칩니다.

10여 분 뒤 불길이 거세지자 스프링클러의 감지기가 작동하고, 차량에 물이 뿌려지면서 화면이 연기로 가득찹니다.

별도의 화재진압 없이 스프링클러만으로 물을 뿌리는 상황.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바로 옆 차량으로 번지지 않았습니다.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동안 바로 옆 차량은 타이어에도 불이 옮겨붙지 않은 겁니다.

고병용 / 한국토지주택공사 소방사업팀장 (실험책임자)
국내 최초로 시행됐던 실험이고 아까 보시는 바와 같이 상부 스프링클러만으로도 좌우 측의 차량에 화재 전이가 차단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런 실험이었습니다. 관리소 직원이랄지 안전관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화재 제어는 가능했다. 소방대가 출동할 때까지의 10분 정도의 골든타임 동안 화재를 제어할 수 있었다. 그걸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저희 실험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프링클러 외에 전기차 화재를 위한 소화장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장비는 배터리가 있는 전기차 하부에 물을 뿌리는 방식입니다.

주차장 내에 비치해 놓았다가 화재현장까지 이동한 뒤 소방호스를 연결해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부로 밀어넣는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동식 소화장비가 보급되고 있습니다.

고병용 / 한국토지주택공사 소방사업팀장
전기차가 어디다 주차할지 모르는 이런 상황입니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그래서 이동식 하부 주수장치는 이동해서 어느 공간이든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단지에 1~2대 또는 2~3대만 비치하더라도 신속하게 화재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차 하부에 물을 뿌리는 소화장비로는 색다른 방식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바둑판 정도 크기의 장치를 금속판 아래로 밀어넣고 소방호스로 물을 공급하자, 잠시 후 금속판 위쪽으로 물줄기가 솟구칩니다.

물이 나오는 빨간 노즐 부분이 금속판을 뚫고 들어가 배터리 내부로 직접 물을 분사하는 장치입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올해 초 개발한 이 소화장비는 별도의 동력 없이 소방호스만 연결하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소방호스의 수압이 내부의 터빈날개를 돌리면 날카로운 노즐이 드릴처럼 함께 돌아가는 겁니다.

김영한 / 전기차 소화장비 업체 대표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을 조사해보니 지상고, 최저 지상고가 140(밀리미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차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저희 제품의 높이를 130에 맞춰서 개발했고요. 별도의 어떤 전기라든지 에어라든지 이런 별도의 에너지원 없이 순수 수압만으로 천공을 해서 물을 주입하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실제 화재 실험에서는 10여 분만에 화재진압이 끝났습니다.

열영상 화면으로도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부가 파란색으로 냉각된 것이 확인됩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배터리 냉각에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크게 단축한 겁니다.

김영한 / 전기차 소화장비 업체 대표
배터리의 화염은 천공을 하고 난 이후에 1분 정도 되면 화염은 다 진압이 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배터리 같은 경우는 화학 반응을 하다보니까 저희가 한 10분 이상 계속 물을 주입해서 냉각을 시키면 재발화가 되지 않는, 그래서 10분 정도까지는 계속 공급할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는 전기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령이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의 예방과 소화를 위한 법령이나 규제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이 전기차 충전시설은 가급적 야외에 설치하고, 지하주차장인 경우 방화벽과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력은 없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시환 /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
건물 내에 있는 소방시설을 활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작년도부터 지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방시설 설치 기준에 대해서 보완할 계획이고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그 보완안이 마련이 될 거고, 늦어도 내년까지는 기준안이 공포되는 것을 목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인천 화재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난 12일부터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제도 정비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충전율을 제한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재욱 /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대책이 아직 명확하게 확립됐다고 볼 수 없거든요. 그리고 차량이라는 게 운행하면서 계속 배터리가 손상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화재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 요인들이 있지만, 동시에 지하 주차장을 쓸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물리적 특성을 좀 고려한 안전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기도 하고, 지하 충전소를 폐쇄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전구역을 지상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전기차의 지하공간 주차를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충전소는 지하 깊은 곳에 하지 않고 예를 들어 지하 1층이라든지 옥외라든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주차를 해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 공간을 찾아서 내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 지하5층도 될 수 있고 6층도 될 수 있고 차량의 주차공간을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에 맞춘 새로운 대책과 규제가 나온다고 해도 기존의 아파트와 건물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가 많아지면서 기존의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점검해야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경환 /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신축 건물은 새로운 강화된 규제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저희가 유지 관리를 좀더 개선한다든지 그 다음에 소방 안전관리자가 유지 관리 업무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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