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회담 생중계로?…“오히려 좋은 일”·“보여 주기 쇼”

입력 2024.08.22 (16:45) 수정 2024.08.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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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회담을 제안드립니다." (이재명 대표, 8월 18일)
"대단히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동훈 대표, 8월 19일)


속전속결로 성사된 3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 국민들이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보게 될까요?

이번 회담이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 속에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전체 생중계' 방식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 한동훈 "불쾌할 일 아냐"…야당 "보여주기 쇼 만드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쪽에서 생중계 제안이 나온 건 지난 20일 첫 실무진 협의를 앞둔 때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측은 본격 협의 전에 언론을 통해 제안을 알린 점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실무 회동을 연기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이해식 비서실장은 제안을 거절한다는 뜻은 아니라며 추후 협의를 통해 회담 형식을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 대표는 "(여야 대표가)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민이 보시는 게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차 생중계 의지를 피력한 상황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회담에서 성과를 낼 자신이 없으니 '보여 주기 쇼'로 만들려는 속셈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민주당에서 해병대원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문제에 대해 여당 입장을 고려해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한 대표가 협상 의지를 보이기보단 비본질적인 문제만 꺼내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쇼만 하겠다고 한다면 한 대표가 항상 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어제 라디오에서 "회담이 아니라 대선 후보 TV 토론 같은 걸 상상한 게 아닌가 싶은데 굉장히 비본질적"이라면서 "대표답게 의제 내용을 정리하고 본인이 얘기한 채 해병 특검법이라도 성과를 얘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당에서 일단 허가를 받아와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생중계 제안 속내 두고 갑론을박…"용산 눈치" vs "정치적 모멘텀"

특히 한 대표가 생중계를 원하는 속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대표로서 권한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당내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개 회담으로 지지층은 물론 용산에도 입장을 피력하는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고 보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생중계를 하자는 건 '합의할 게 없다. 그냥 토론하자'는 건데 생산적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당 지지자와 국민이 다 지켜보는 상황에서 먼저 우리가 양보하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용산에서 한 대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상황이니 '나 회담에서 다른 얘기 안 했어요'를 보여주려 하는 것 아니냐", "이재명 대표와 1 대 1 토론하는 그림으로 생색만 내고 당내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으로 유임된 김우영 의원은 오늘 라디오에서 "회담의 내실보다 어떻게 보여지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자체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현재 본인이 정부·여당에서 헤게모니나 용산과의 관계 측면에서 자기주도성을 못 갖고 있으면서 용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한 대표는) 내가 대선 주자로서 어떻게 포장돼야 되는지 거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아마 1%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은 "야당처럼 이재명 대표가 다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원들의 63%, 국민들의 63%가 지지한 당대표인데 권한이 왜 없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지만 그게 오히려 한동훈 대표의 정치력을 빛나게 해 주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대표 '생중계' 받을까… 코로나로 회담 일단 연기

민주당은 대체로 생중계에 회의적이지만, 한 대표가 생중계를 고집한다면 굳이 못 받을 것도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표 지도부에서도 "너무 원한다 그러면 생각해 볼 수 있다"(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의제에 있어서 공정하고 야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여당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김우영 정무조정실장),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지만 우리 입장에선 한동훈 대표가 더 불리할 거란 생각도 있다"(이해식 비서실장)는 의견이 나온 상황입니다.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와 더불어 생중계 여부는 양측 비서실장 간의 실무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주 일요일로 예정됐던 회담은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일단 연기됐는데, 다음 주 여야 모두 워크숍 일정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이 9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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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이재명 회담 생중계로?…“오히려 좋은 일”·“보여 주기 쇼”
    • 입력 2024-08-22 16: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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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회담을 제안드립니다." (이재명 대표, 8월 18일)
"대단히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동훈 대표, 8월 19일)


속전속결로 성사된 3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 국민들이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보게 될까요?

이번 회담이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 속에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전체 생중계' 방식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 한동훈 "불쾌할 일 아냐"…야당 "보여주기 쇼 만드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쪽에서 생중계 제안이 나온 건 지난 20일 첫 실무진 협의를 앞둔 때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측은 본격 협의 전에 언론을 통해 제안을 알린 점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실무 회동을 연기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이해식 비서실장은 제안을 거절한다는 뜻은 아니라며 추후 협의를 통해 회담 형식을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 대표는 "(여야 대표가)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민이 보시는 게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차 생중계 의지를 피력한 상황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회담에서 성과를 낼 자신이 없으니 '보여 주기 쇼'로 만들려는 속셈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민주당에서 해병대원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문제에 대해 여당 입장을 고려해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한 대표가 협상 의지를 보이기보단 비본질적인 문제만 꺼내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쇼만 하겠다고 한다면 한 대표가 항상 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어제 라디오에서 "회담이 아니라 대선 후보 TV 토론 같은 걸 상상한 게 아닌가 싶은데 굉장히 비본질적"이라면서 "대표답게 의제 내용을 정리하고 본인이 얘기한 채 해병 특검법이라도 성과를 얘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당에서 일단 허가를 받아와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생중계 제안 속내 두고 갑론을박…"용산 눈치" vs "정치적 모멘텀"

특히 한 대표가 생중계를 원하는 속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대표로서 권한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당내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개 회담으로 지지층은 물론 용산에도 입장을 피력하는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고 보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생중계를 하자는 건 '합의할 게 없다. 그냥 토론하자'는 건데 생산적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당 지지자와 국민이 다 지켜보는 상황에서 먼저 우리가 양보하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용산에서 한 대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상황이니 '나 회담에서 다른 얘기 안 했어요'를 보여주려 하는 것 아니냐", "이재명 대표와 1 대 1 토론하는 그림으로 생색만 내고 당내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으로 유임된 김우영 의원은 오늘 라디오에서 "회담의 내실보다 어떻게 보여지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자체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현재 본인이 정부·여당에서 헤게모니나 용산과의 관계 측면에서 자기주도성을 못 갖고 있으면서 용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한 대표는) 내가 대선 주자로서 어떻게 포장돼야 되는지 거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아마 1%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은 "야당처럼 이재명 대표가 다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원들의 63%, 국민들의 63%가 지지한 당대표인데 권한이 왜 없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지만 그게 오히려 한동훈 대표의 정치력을 빛나게 해 주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대표 '생중계' 받을까… 코로나로 회담 일단 연기

민주당은 대체로 생중계에 회의적이지만, 한 대표가 생중계를 고집한다면 굳이 못 받을 것도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표 지도부에서도 "너무 원한다 그러면 생각해 볼 수 있다"(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의제에 있어서 공정하고 야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여당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김우영 정무조정실장),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지만 우리 입장에선 한동훈 대표가 더 불리할 거란 생각도 있다"(이해식 비서실장)는 의견이 나온 상황입니다.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와 더불어 생중계 여부는 양측 비서실장 간의 실무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주 일요일로 예정됐던 회담은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일단 연기됐는데, 다음 주 여야 모두 워크숍 일정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이 9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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