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납품비리’ 군 마일즈 장비 불량 ‘대체품’ 모두 ‘회수’

입력 2024.08.23 (11:32) 수정 2024.08.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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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KBS가 보도한 '군 마일즈 장비 입찰비리 사건'과 관련해 현직 군인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업체가 군에 불량 '대체품'을 납품했다가 전량 회수 조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 납품한 모 업체의 마일즈 장비가 한 달 만에 통신 불량으로 모두 회수됐다. 회수된 장비는 13억 원어치다.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은 KBS에 "마일즈 장비 통신모듈인 BM100에 부착되는 내장형 소프트웨어와 주변 모듈과의 연동 문제로 확인돼 현재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기품원이 연동 불량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BM100은 발사기·감지기 등 마일즈 장비에 부착하는 통신모듈이다. 발사기로 쏜 레이저가 군인이 착용한 감지기에 닿으면 중앙통제장치에 '사망' 또는 '부상' 정도를 실시간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 '뇌물 제공 혐의' 업체, 군에 "기존 모듈 단종됐다"…허위 보고 후 쉽게 '규격변경'

BM100은 남양주 훈련장 납품 2달 전에야 '규격변경'이 됐다. 변경 전 규격품은 KM100이었다. BM100은 뇌물혐의 업체의 자체 제작 부품인 반면, KM100은 혐의 업체와 무관한 회사 제품으로 정상 운용 중이다.

군은 규격화가 완료된 장비를 제작할 때 반드시 국방규격에 맞는 부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 부품에 대한 규격변경은 '방위사업청 표준화 업무 규정'에 따라 ▲단종 ▲성능개선 등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뇌물혐의 업체가 군 당국에 밝힌 규격변경 사유는 단종이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이러한 업체의 규격변경 사유는 허위로 파악됐다. KM100 제조업체는 KBS에 "군 납품을 위해 KM100 25만 개 물량을 확보했지만, 현재 10만 개도 납품을 못 했다"고 밝혔다. KM100 제조업체는 또, "(뇌물 혐의 업체가 관여하지 않은) 다른 군 마일즈 사업에는 여전히 납품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가 생산 중인 것을 단종이라고 주장한 뒤, 문제의 업체는 짧은 시간 안에 규격변경을 이끌어낸 셈이다.

결국, 군 당국은 KM100에서 BM100으로 통신모듈을 변경할 때 제품 단종 여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규격변경을 허용한 것이 된다. 해당 규격 변경은 육군 군수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졌는데, 해당 규격변경에 관여한 관계자는 "뇌물혐의 업체가 제공한 BM100 성능 성적서 등을 참고해 변경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 규격변경 전부터 BM100 장착…"312억 원대 불량, 전수조사해야"

'군 마일즈 장비 입찰비리 사건'에 연루된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이하 정작부) 소속 김 모 원사가 지난 7일 구속됐다. 군 검찰은 김 원사에 대해 뇌물 등 3가지 혐의로 수사 중인데, 그중 하나가 배임이다. 김 원사가 별도의 규격변경 절차 없이 뇌물혐의 업체가 KM100 대신 BM100을 마일즈 장비에 쓸 수 있게 허용해 군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군 검찰이 파악한 배임 액수는 일단 37억 원으로 추정된다.

뇌물혐의 업체가 관여한 마일즈 장비 사업에 BM100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로 파악된다. 당시 뇌물혐의 업체와 협업했던 한 업체는 "원청으로부터 KM100 대신 BM100을 쓰라는 요청을 받아 조립했다"고 밝혔다. KM100 제조업체 역시 "(뇌물혐의 업체의) 하도급 업체들이 성능 검증이 안 된 BM100을 쓰는데 불안감을 느껴 KM100을 별도로 주문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뇌물혐의 업체가 규격변경도 하지 않고 BM100을 썼다면 계약 위반에 위법이다. 해당 시점부터 현재까지 혐의 업체가 낙찰받은 사업은 모두 6건이다. 사업 규모만 312억 원이다. 군 검찰이 확인한 배임액수의 8배가 넘는다. 혐의 업체는 이미 BM100을 장착해 군에 납품했거나, 납품할 예정이다.

BM100이 부착된 것으로 파악된 6건 사업 중 육본 정작부와 육본 동원참모부(이하 동참부) 소관 사업은 각각 5건, 1건이다. 올해 전량 회수 조치된 남양주 예비군 훈련장 마일즈 장비는 동참부 사업이다. 김 원사가 관여한 정작부 소관 사업 5건과 관련해 군은 아직 BM100이 실제 부착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김 원사 관여 사업에 BM100이 쓰였다는 것은 뇌물혐의 업체와 협업했던 업체들의 증언으로 확인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BM100이 장착된 회로카드가 원청(뇌물제공혐의 업체)에서 전달돼 왔는데, 규격에도 맞지 않는 부품을 써도 되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규격변경 사유가 거짓이므로 BM100의 규격화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 육군은 "사후적으로나마 KM100에서 BM100으로 규격변경이 이뤄졌고, 전량 회수됐던 예비군 훈련장 장비 역시 재입고 뒤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동참부 관여 사업에서 전량 회수 사례가 나왔지만, "김 원사가 관여한 5건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불량 신고가 없어 전수조사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방산 입찰·규격변경에 관여하는 정부 관계자는 "기존 규격품이 단종되지 않았는데 사유를 꾸며내 규격변경을 했다면, 해당 업체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규격변경 심사 과정에서 생산 업체에 실제 단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모든 과정에 책임이 있는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KM100에서 BM100으로 규격변경을 하며 KM100 제조업체에 단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 과정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모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마일즈 제조 업계 관계자도 "규격품이 아닌 부품을 몰래 사용하다 발각됐는데도 군이 이를 용인한다면, 악용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KBS는 뇌물 혐의 업체에 BM100 관련 의혹을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마일즈 왕’ 현직 군인 뇌물 사건>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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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8-23 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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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KBS가 보도한 '군 마일즈 장비 입찰비리 사건'과 관련해 현직 군인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업체가 군에 불량 '대체품'을 납품했다가 전량 회수 조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 납품한 모 업체의 마일즈 장비가 한 달 만에 통신 불량으로 모두 회수됐다. 회수된 장비는 13억 원어치다.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은 KBS에 "마일즈 장비 통신모듈인 BM100에 부착되는 내장형 소프트웨어와 주변 모듈과의 연동 문제로 확인돼 현재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기품원이 연동 불량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BM100은 발사기·감지기 등 마일즈 장비에 부착하는 통신모듈이다. 발사기로 쏜 레이저가 군인이 착용한 감지기에 닿으면 중앙통제장치에 '사망' 또는 '부상' 정도를 실시간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 '뇌물 제공 혐의' 업체, 군에 "기존 모듈 단종됐다"…허위 보고 후 쉽게 '규격변경'

BM100은 남양주 훈련장 납품 2달 전에야 '규격변경'이 됐다. 변경 전 규격품은 KM100이었다. BM100은 뇌물혐의 업체의 자체 제작 부품인 반면, KM100은 혐의 업체와 무관한 회사 제품으로 정상 운용 중이다.

군은 규격화가 완료된 장비를 제작할 때 반드시 국방규격에 맞는 부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 부품에 대한 규격변경은 '방위사업청 표준화 업무 규정'에 따라 ▲단종 ▲성능개선 등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뇌물혐의 업체가 군 당국에 밝힌 규격변경 사유는 단종이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이러한 업체의 규격변경 사유는 허위로 파악됐다. KM100 제조업체는 KBS에 "군 납품을 위해 KM100 25만 개 물량을 확보했지만, 현재 10만 개도 납품을 못 했다"고 밝혔다. KM100 제조업체는 또, "(뇌물 혐의 업체가 관여하지 않은) 다른 군 마일즈 사업에는 여전히 납품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가 생산 중인 것을 단종이라고 주장한 뒤, 문제의 업체는 짧은 시간 안에 규격변경을 이끌어낸 셈이다.

결국, 군 당국은 KM100에서 BM100으로 통신모듈을 변경할 때 제품 단종 여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규격변경을 허용한 것이 된다. 해당 규격 변경은 육군 군수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졌는데, 해당 규격변경에 관여한 관계자는 "뇌물혐의 업체가 제공한 BM100 성능 성적서 등을 참고해 변경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 규격변경 전부터 BM100 장착…"312억 원대 불량, 전수조사해야"

'군 마일즈 장비 입찰비리 사건'에 연루된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이하 정작부) 소속 김 모 원사가 지난 7일 구속됐다. 군 검찰은 김 원사에 대해 뇌물 등 3가지 혐의로 수사 중인데, 그중 하나가 배임이다. 김 원사가 별도의 규격변경 절차 없이 뇌물혐의 업체가 KM100 대신 BM100을 마일즈 장비에 쓸 수 있게 허용해 군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군 검찰이 파악한 배임 액수는 일단 37억 원으로 추정된다.

뇌물혐의 업체가 관여한 마일즈 장비 사업에 BM100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로 파악된다. 당시 뇌물혐의 업체와 협업했던 한 업체는 "원청으로부터 KM100 대신 BM100을 쓰라는 요청을 받아 조립했다"고 밝혔다. KM100 제조업체 역시 "(뇌물혐의 업체의) 하도급 업체들이 성능 검증이 안 된 BM100을 쓰는데 불안감을 느껴 KM100을 별도로 주문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뇌물혐의 업체가 규격변경도 하지 않고 BM100을 썼다면 계약 위반에 위법이다. 해당 시점부터 현재까지 혐의 업체가 낙찰받은 사업은 모두 6건이다. 사업 규모만 312억 원이다. 군 검찰이 확인한 배임액수의 8배가 넘는다. 혐의 업체는 이미 BM100을 장착해 군에 납품했거나, 납품할 예정이다.

BM100이 부착된 것으로 파악된 6건 사업 중 육본 정작부와 육본 동원참모부(이하 동참부) 소관 사업은 각각 5건, 1건이다. 올해 전량 회수 조치된 남양주 예비군 훈련장 마일즈 장비는 동참부 사업이다. 김 원사가 관여한 정작부 소관 사업 5건과 관련해 군은 아직 BM100이 실제 부착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김 원사 관여 사업에 BM100이 쓰였다는 것은 뇌물혐의 업체와 협업했던 업체들의 증언으로 확인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BM100이 장착된 회로카드가 원청(뇌물제공혐의 업체)에서 전달돼 왔는데, 규격에도 맞지 않는 부품을 써도 되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규격변경 사유가 거짓이므로 BM100의 규격화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 육군은 "사후적으로나마 KM100에서 BM100으로 규격변경이 이뤄졌고, 전량 회수됐던 예비군 훈련장 장비 역시 재입고 뒤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동참부 관여 사업에서 전량 회수 사례가 나왔지만, "김 원사가 관여한 5건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불량 신고가 없어 전수조사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방산 입찰·규격변경에 관여하는 정부 관계자는 "기존 규격품이 단종되지 않았는데 사유를 꾸며내 규격변경을 했다면, 해당 업체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규격변경 심사 과정에서 생산 업체에 실제 단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모든 과정에 책임이 있는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KM100에서 BM100으로 규격변경을 하며 KM100 제조업체에 단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 과정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모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마일즈 제조 업계 관계자도 "규격품이 아닌 부품을 몰래 사용하다 발각됐는데도 군이 이를 용인한다면, 악용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KBS는 뇌물 혐의 업체에 BM100 관련 의혹을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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