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권침탈 무효인가” 광복회 질문에 외교부가 내놓은 답은?

입력 2024.08.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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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는 어제(2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 침탈이 불법·무효였는지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965년 6월 한일수교 당시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2조에 대해 외교부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일기본조약 2조는 "1910년 8월 22일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1910년 8월 22일은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된 날입니다.

'이미 무효'란 표현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릅니다. 우리 정부는 병합조약이 체결될 때부터 원천 무효라고 보는데,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일본은 1945년 8월이 되어서야 병합조약이 무효가 된 거라고 주장합니다. 광복 전까진 조약이 유효했고, 패전 이후 조약이 무효가 된 것이기 때문에 식민 지배는 합법이라는 주장입니다.

■ "일본 국권침탈은 무효인가" 외교부에 질의서 보낸 광복회

광복회가 이런 질의를 한 건, 최근 들어 불거진 논란 때문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나아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뉴라이트의 주장 역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광복회는 서한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지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돼 국민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혼란을 해소하고 국론통합을 기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조태열 외교부 장관

■ 외교부 "일제 국권침탈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변함없을 것"

외교부는 오늘 광복회의 서한에 답을 보냈습니다.

외교부는 " 질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1965년 7월 5일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

"1910년 8월 22일의 소위 한일합병조약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협정, 의정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간의 합의문서는 모두 무효"

(1965년 7월 5일 대한민국 정부 발간)

이 해설서는 "무효(Null and Void)라는 용어 자체가 국제법상의 관용구로서, '무효'를 가장 강하게 표시하는 문구이며, '당초부터'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또 '이미'라고 강조되어 있는 이상, 소급하여 무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이 해설서는 "이 규정은 양국 간 불행하였던 과거 관계의 청산을 뜻하는 가장 특징적인 규정"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해설서에 기술된 우리 정부의 입장, 즉 한일 강제 병합조약이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강압적으로 체결되었으며, 따라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은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광복회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이 무효였다는 입장이 바뀌었냐"는 광복회의 질의에 외교부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종찬 광복회장

■ "일본 식민 지배는 불법" 분명히…'건국절' 논란 잦아들까

당초 대통령실이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지만, 광복회는 '대통령실 관계자' 보다 더 공신력이 있는 방법으로 정부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일본 식민지배는 불법·무효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변경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건국절' 등의 논란은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해 ‘3대 역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중앙연구원과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의 기관장을 모두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배치된 상태고, 내년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 발표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역사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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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는 어제(2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 침탈이 불법·무효였는지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965년 6월 한일수교 당시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2조에 대해 외교부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일기본조약 2조는 "1910년 8월 22일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1910년 8월 22일은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된 날입니다.

'이미 무효'란 표현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릅니다. 우리 정부는 병합조약이 체결될 때부터 원천 무효라고 보는데,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일본은 1945년 8월이 되어서야 병합조약이 무효가 된 거라고 주장합니다. 광복 전까진 조약이 유효했고, 패전 이후 조약이 무효가 된 것이기 때문에 식민 지배는 합법이라는 주장입니다.

■ "일본 국권침탈은 무효인가" 외교부에 질의서 보낸 광복회

광복회가 이런 질의를 한 건, 최근 들어 불거진 논란 때문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나아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뉴라이트의 주장 역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광복회는 서한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지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돼 국민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혼란을 해소하고 국론통합을 기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 외교부 "일제 국권침탈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변함없을 것"

외교부는 오늘 광복회의 서한에 답을 보냈습니다.

외교부는 " 질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1965년 7월 5일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

"1910년 8월 22일의 소위 한일합병조약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협정, 의정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간의 합의문서는 모두 무효"

(1965년 7월 5일 대한민국 정부 발간)

이 해설서는 "무효(Null and Void)라는 용어 자체가 국제법상의 관용구로서, '무효'를 가장 강하게 표시하는 문구이며, '당초부터'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또 '이미'라고 강조되어 있는 이상, 소급하여 무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이 해설서는 "이 규정은 양국 간 불행하였던 과거 관계의 청산을 뜻하는 가장 특징적인 규정"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해설서에 기술된 우리 정부의 입장, 즉 한일 강제 병합조약이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강압적으로 체결되었으며, 따라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은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광복회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이 무효였다는 입장이 바뀌었냐"는 광복회의 질의에 외교부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종찬 광복회장
■ "일본 식민 지배는 불법" 분명히…'건국절' 논란 잦아들까

당초 대통령실이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지만, 광복회는 '대통령실 관계자' 보다 더 공신력이 있는 방법으로 정부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일본 식민지배는 불법·무효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변경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건국절' 등의 논란은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해 ‘3대 역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중앙연구원과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의 기관장을 모두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배치된 상태고, 내년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 발표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역사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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